결국 "가난한 자와 억압받는 자를 위해 함께 해야한다"던 정진석 대주교는 그들의 노동자의 절규조차 듣지않은 채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텔레비젼에서 그의 인터뷰를 보는데, 그의 말이 얼마나 위선으로 느껴지던지요.. 저런 가증스런 연기를 하는 인간이 우리 나라 카톨릭 수장이구나 하면서 말이지요.. 결국..그들이 원하는대로 되었습니다. 긴나긴 시간동안 파업을 사수한 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심정..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너무 고생많이 하였습니다. 두고봅시다. 그들 종교권력자들이 어떻게 우리들을 대하는지.. 마음에 상처로 남지 않기를..
========================================================================================
가톨릭중앙의료원 장기파업 216일 12/24 성탄전야에 현장복귀 선언
- 12월 24일(화) 밤 10시 30분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파업 종료선언, 24-25일
수련회이후 25일 5시 파업 해산식, 26일 오전 11시 명동성당에서 천막 철거식
가져
- 전무후무한 최장기파업을 통해 가톨릭 노조탄압과 노사관계 쟁점화, 직권중재
문제점 부각, 그러나 미완의 해결과제는 현장투쟁으로 이월됨
1. 7개월을 넘겨 무려 216일동안 장기파업중이던 보건의료노조 가톨릭 중앙의료원
3개 성모병원 지부(대표 지부장 한용문) 400여 조합원들이 성탄전야인 12월 24일
밤 11시 파업종료를 선언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12/24 오후 11시 30분부터
12/25 성탄절 오후 3시까지 전체 총회와 수련회를 갖고 216일 파업의 경과와
의미, 이후 과제를 정리하고, 미완의 2002 투쟁을 현장투쟁으로 전환할 것을
힘차게 결의하였습니다. 이후 파업대책본부는 12월 30일 08시부로 현장복귀
지침을 내렸습니다. 조합원들은 수련회후 12/25 오후 5시 크리스마스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파업 해산식을 가지고 12월 26일 오전 11시 명동성당 천막 철거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2. 아기 예수가 태어나신 성탄절을 맞이하여 '고요한밤 거룩한 밤' 성가를 부르며
예수성탄 대축일 전야 밤 미사를 진행하고있는 명동성당 한켠 들머리에서
성모병원 노동자들은 2박 3일의 노숙철야농성을 진행하던 중 끝끝내 대화를
거부하는 가톨릭중앙의료원에 대한 분노를 삼키며 파업종료와 현장복귀를
선언했습니다. 그동안 노조가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요구사항에 대해 아무런
합의없는 복귀입니다. 그동안 중재자를 통해 오갔던 구구한 논의사항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승패를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볼 때 노조는
패배했습니다. 요구사항을 구체적 합의문서로 쟁취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노조는 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계절이 세 번 바뀌면서 까지 무려 216일 동안
처절하게 호소하고 대화를 요구했지만, 거대한 종교권력의 오만한 권위주의에
의해 성모병원 노동자들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짓밟혔습니다.
3. 병원 노동자들은 성탄전야까지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을 기다렸지만 결국
하느님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성모병원 이사장인 정진석 대주교는 이날
성탄대축일 전야미사를 집전하면서 '예수성탄 대축일' 담화문을 통해 '가난한
자와 억눌린 자, 고통받는 자의 구원과 해방, 사회평화를 기도하고, 그들에게
관심과 도움의 손길,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모든
겨레에게 가슴 벅찬 기쁜 소식을 전하고 예수님의 은총과 평화가 모두에게
충만하기를 기원하면서도 경찰투입에 의해 병원에서 쫓겨나 명동성당 한켠
계단에서 몇 달째 농성하면서 추운 겨울 노숙농성을 하고있는 자신들의
서울대교구 소속 병원 노동자들에게는 철저한 외면과 무시, 탄압으로
일관했습니다.
4. 하지만 이날 피눈물을 흘리며 가슴에 한을 품고, 명동성당 들머리를 떠나는
병원 노동자 어느 누구도 이번 투쟁을 패배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노조탄압에 맞서 민주노조 사수라는 정당한 요구를 가지고 싸웠고, 장기파업
과정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최선을 다했습니다. 구속, 수배, 해고,
무노무임, 손배, 가압류, 병원 출입금지 가처분, 경찰병력 투입과 강제해산을
당하면서도 정당한 요구를 가지고 끝까지 평화적으로 싸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노사합의가 없이 복귀하는 노동자가 패배한 것인지,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종교의 기본 사회교리와 도덕성마저 무시한 채
노조탄압에만 혈안이 되어 끝까지 대화를 외면하여 노사합의를 하지 않으면서
세속적 승리를 거둔 교회와 병원이 승리한 것인지 진정한 승자는 이후의 역사가
판단할 것입니다. 우리 노동자들은 아무도 그런 승리를 인정하지 않고, 진정한
승자는 끝까지 함께 한 400여 조합원 모두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큰 승리를
위해 우리들은 현장으로 복귀합니다.
5. 이제 공은 교회와 병원, 정부에게로 넘어갔습니다.
그들은 파업기간 내내 '법과 원칙'을 들먹이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면서 '선복귀
후선처' '선복귀 후대화'만 주장해왔습니다. 결국 그들이 가톨릭의 교리처럼 무슨
대단한 원칙인 것처럼 주장해왔던 선복귀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현장에
복귀해서 지켜볼 것입니다. 과연 가톨릭이 그렇게 강조해왔던 '후선처'와
'후대화'가 어떤 것인지, 이번 과정이 결코 노조를 깨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고
누누이 말해온 신부 사용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노조를 대할 것인지 지켜볼
것입니다. 만약 현장 복귀후에도 지금과 같은 노조탄압이 지속된다면 지금의
장기파업투쟁은 2라운드로 넘어가 현장에서 지금 보다 훨씬 더 격렬한 투쟁으로
전환될 것이고, 2003년 투쟁으로 이어질 것임을 분명히 경고합니다.
6. 노동부 또한 복귀이후 원만한 노사 대화와 기존 해고, 징계 문제 해결 노력,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약속한 바 이를 성실히 지킬 것을 바라며, 더불어 구속자
석방, 수배해제, 등 각종 사법처리 문제도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 있어야할
것입니다.
새로운 노무현 정부 또한 공약사항이기도한 직권중재 제도 법개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며, 원만하고 민주적 노사관계 확립을 위해 가톨릭 중앙의료원의
각종 현안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는데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할 것입니다.
7. 노조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 비바람 맞으면서 노숙에서 농성하면서 가장
처절하게 싸우는 투쟁과정에서도 가톨릭의 가장 큰 행사인 성탄 대축일 전에
파업을 마무리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성당점거와 성탄 미사 저지, 종탑
고공농성 등 수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서로가 넘지 말아야 될 선은
넘지 말고 지키고자 하였습니다. 파업 중단 시점을 정함에 있어서도 가톨릭의
최대 행사인 성탄절 자정미사전에 파업을 중단하고 원만하게 성탄미사를 치루도록
하였습니다. 그들이 아무리 비열한 방식으로 탄압하고 노조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과 존립근거를 짓눌러도 우리는 우리 원칙과 방식대로 투쟁을 하였습니다.
이제 노조는 12월 25일 내부수련회와 총회, 12월 26일 명동성당 천막 철거식,
그리고 약간의 휴식시간, 내부 정비기간을 거쳐 12월 30일(월) 현장에
복귀합니다.
8. 이번 장기파업은 병원 노동운동 사상 전무후무한 최장기파업 기록을 세우면서,
경찰병력 투입과 온갖 탄압에도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꺾이지 않는
병원노동자들의 자존심과 저력을 분명히 보여주었으며, 노조를 깨려고 하면 그 몇
배의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가톨릭 노사관계와
노동관, 직권중재제도의 문제점, 사학연금의 불합리성 등이 쟁점화 되었습니다.
정부와 가톨릭 서울대교구, 병원은 이번 장기파업 216일에서 민주적 노사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교훈을 찾지 못하면 이후 300일, 400일 파업을 불러올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그들이 주장하는 '법과 원칙'이라는 것이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이번 기회를 통해
알아야 할 것입니다.
9. 마지막으로 그동안 가톨릭 중앙의료원 장기파업투쟁에 함께 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끝까지 파업현장을
지킨 가톨릭중앙의료원 400여 조합원뿐만 아니라 전 조합원들은 민주노조 사수와
의료의 공공성 강화, 사회 연대와 평등사회를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특히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신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 경기본부와 전국의
조합원 동지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민중연대와 공대위 소속 단체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천주교 인권위, 노동사목 등 천주교 제 단체와 평신도
여러분, 기독교 목사님과 영등포산업 선교회, 불교인권위, 전농, 민변과 민주노총
법률원의 인권 변호사님, 그리고 천막농성중인 조합원에 대해 무료진료활동을
해주신 청년한의사회, 원진녹색병원, 인의협 의사선생님들, 그리고 수시로
명동성당 천막 농성장을 찾아와서 격려하고 도움을 주신 이름 모를 시민여러분,
저희들의 투쟁을 열심히 알려주신 언론 방송 기자분들, PSI, UNI, 이탈리아 노총,
일본 자치노와 전국의료노조등 외국노조단체들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병원 노동자들은 파업 216일이라는 기나긴 기간동안 새롭게 배우고 깨닫고
느낀 것을 가슴깊이 새기며, 병원 현장에서 건강한 노동자로 참된 삶을
살아가면서 국민 건강권 실현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2002년 12월 25일
장기파업을 마무리하고 현장에 복귀하면서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는
가톨릭중앙의료원 조합원 일동
< 참고자료 1 > 이번 사상 유례없는 최장기파업의 동력과 원인은 무엇인가?
올해 병원 파업 장기화는 뉴스거리이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연구대상으로
회자되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장기적으로 싸우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그들을
백의의 천사와 평범한 병원 노동자에서 거리의 투사로 만들었을까? 그것도
7개월을 넘어서면서 월급 한푼 못 받으면서 까지. 이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은
뒤로 미루고 여기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원인으로 그동안 병원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가톨릭 병원의 권위주의적 경영, 특히 파업에 대한 악랄한 노조탄압
때문에 조합원의 억눌린 분노가 폭발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주체적 조건으로
보면 산별노조라는 단일조직이 있음으로 해서 여기서 밀리면 다 밀린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연대투쟁으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평소 꾸준한 교육과
파업기간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된 조합원 교육으로 조합원 전체가 높아진
정치, 사회의식, 등이 장기파업의 힘과 저력으로 작용하면서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무리 불법파업으로 매도해도 직권중재 투쟁에 대한 정당성이
있기에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다수가 여성인 병원사업장에서 여성
노동자들 특유의 끈기와 자존심, 건강함도 한 몫을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와 사용자들은 이번 사상 유례없는 최장기파업을 통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식으로는 결국 노조를 없애고 노동자를 굴복시킬 수 없고,
진정한 노사 평화가 불가능함을 깨달아야하고, 오히려 조합원의 각성과 분노만
증폭시켜 더 질긴 장기투쟁만 초래할 뿐임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번 병원 파업 장기화의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파업 초기 '대화의 실패와 수습노력 부재'가 원인이다. 이는 정부와
사측의 소극적 해결의지가 문제다. 직권중재라는 악법이 있기에 대화를 통한
해결보다는 불법파업으로 몰아 노조압박하기에만 열중하다보니 초기 성실한
대화를 통한 타결노력이 부족하다. 노사타협보다는 악법을 빌미로 노조를
압박하다보니 노조는 운신의 폭이 없고, 반발하면서 타결은 더 어려워진다.
그리고 15일이 지나면 노사의 의지와 무관하게 직권(강제)중재안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이후는 노사자율교섭을 더욱 어렵게 한다. 사측은 아예 그것만 믿고
교섭자체에 나오지 않는다. 다시 한번 직권중재 사업장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둘째는 파업 중반 '경찰병력 강제 투입' 문화이다.. 노사관계에 경찰이 개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만 특히 경찰병력을 파업현장에 투입하여 강제로 파업을
해산시키는 일은 정말 있어서는 안된다. 이번 파업에서도 초기 투입불가방침을
고수하다가 결국 투입결정을 내림으로서 사측은 파업 중반부터 노사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경찰투입에 의존하기 시작하고, 투입방침이 정해지면서, 결국
대화는 중단된다. 그리고 투입이후에는 병원 내부 노사문제가 노정문제로
비화되고, 투쟁은 병원을 뛰어넘어 장외로 치달으면서 대화는 더욱 어려워진다.
셋째는 파업 막바지에 파업이 장기화되면서부터 사측은 아예 대화를 통한
타결보다는 대화없이 조합원 현장복귀 공작에만 열을 올리게 된다. 그러다보니
노조가 막판 아무리 양보안을 내도 대화거부로 타결이 안 된다. 이미
노조무력화로 방침이 섰기 때문에 타협은 불가능해진다. 이 시점부터는
사생결단의 투쟁이 불가피해진다.
시기별로 이런 이유로 타결이 어려워졌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가톨릭
서울대교구와 병원이 노조를 어떻게 바라보고 파업(단체행동권)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달려있다. 즉 그들은 처음부터 노조를 타협의 대상과 경영의
파트너로 보기보다는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보면서 대화에 의한
타결은 이미 어려워졌고, 장기파업은 예견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