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하아-”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며 혼자서 한숨을 내 쉬고 있는 나였다.
“밥상 무너져.”
“하진아.”
“어?”
“저기…아니야, 아무것도.”
입으로 나오려는 말을 또 다시 속에 담아둔다.
놀이공원이후 최한서씨와 처음 마주친 날 날 보며 잠시 움찔 거린 그였지만 그 다음날부터는 그에게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나를 스쳐지나가 버린다.
역시 화가 많이 난거겠지? 조금의 손길에 사람을 마치 이상한 사람처럼 몰아버렸으니 사과해야 하는 거겠지?
“하진아.”
“누나 하고 싶은 대로 해.”
“어?”
“매일 그렇게 한숨만 쉬지 말고 누나 하고 싶은 대로 해.”
나에게 살며시 웃어주고는 밥그릇을 싱크대에 담그고서는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항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도 나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고 이해해주는 하진이가 작은 미소이지만 힘을 주는 그 미소가 고맙다.
*****************
“아줌마.”
“어?”
“오늘은 빨리 안가?”
시계가 7시를 향해 가고 있지만 아직 집에 갈 준비조차 안 하는 내가 이상했는지 내 가방을 들고 나에게 내미는 승현이다.
“어? 어, 가야지.”
사실 최한서씨가 언제 올지는 모른다. 소풍이 있은 후 아침에나 가끔 부딪치긴 했지만 저녁에 만난 건 한 번도 없으니 거기다가 이미 저녁타임 아주머니도 오셨고 말이다.
결국 승현이가 내미는 가방을 들고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대문 앞에 덩그러니 서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리기도 하고 마주치면 어떻게 말을 해야 하지 하는 마음에 발걸음을 집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마음을 정할 수가 없다.
그 순간 끼익하고 내 앞에 서는 차 그리고 거기서 내리는 최한서씨.
“저, 안녕하세요!”
동네가 떠나가게 인사함에도 소용없이 나를 스쳐 대문으로 가는 그다.
“저기요. 죄송해요!”
“무슨 소리지? 사비서를 사랑해서 죄송하다는 거라면 나에게 죄송하다고 할 필요 없어.”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저….”
머뭇머뭇 말하기를 꺼려하는 나를 외면하고는 벨을 누르려고 손을 올린다.
“도망 간 거 죄송해요!”
“뭐?”
“그…그게 좀 노…놀래서 저도 모르게 그러니까…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말을 더듬으며 혼자 횡설수설 사과를 하고 고개를 숙였지만 상대방의 반응은 무.
“더 이상 내 눈 앞에 나타나지마.”
순간 경직되는 내 몸.
예상했었다. 화가 많이 났을 거다. 그저 터치만 했을 뿐인데 이상한 사람 대하듯이 떨어되며 도망치다니 나라도 저렇게 화를 냈을 거다.
“정말 죄송해요. 화나신 거 알아요, 알지만 그래도 사과는 해야 할 거 같아서요. 최한서씨에게 나쁜 감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정말 죄송합니다.”
결국 이 사과는 나를 위해서였다. 내 마음이 편하고 싶어서 남에게 상처 줬다는 아니 나도 이제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
그렇게 돌아섰다.
그 순간 내 어깨를 잡아 돌리는 최한서씨.
“무...무슨?”
“왜 우는 거지?”
볼을 타고 흐르는 액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나 보다.
그는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내 감정을 뒤흔들어서 좋은 건 없어.”
눈물 때문인지 그의 눈 역시 촉촉이 졌어있는 거 같다.
“너의 행동하나하나가 나한테는 자극이니까. 사비서가 사랑해서 나에게 접근하는 거라면 더더욱 멈춰. 내가 정말로 미쳐버리는 순간 니 감정을 우선해줄 수 없으니까.”
하나도 알 수 없는 말만을 하고서는 내 어깨위에서 손을 치우려는 그다.
“저…저기요! 그래서 당신에게 접근하는 거 아니에요!”
그가 손을 치우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내뱉어버린 말. 정말 사실이긴 하지만 이렇게 크게 소리쳐버리다니.
“뭐?”
“그러니까, 저 사비서님을 좋아하긴 하지만 사랑해서 당신에게 접근한건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그거 때문에 화가 나신 거라면 제가 잘 못 한 게 아니라 그쪽이 오해하신 거예요.”
최한서씨의 눈을 보고 당당히 이야기 말했다. 몸도 떨지 않고 당황해 하지도 않고 내가 생각한 것을 정말 당당하게.
내 말에 살짝 웃어버리고서는 어깨위에 있는 손에 힘을 주어 나를 벽으로 밀어버린 그다.
“왜…왜 그러세요? 저 오해가 풀리셨다면 이제 그만 화를 풀어야 되는데 하하.”
혼자 어색하게 웃어버렸다. 하지만 저 웃음 뜨인 표정이란 정말이지 사람을 당황하게 한다. 더군다나 지금 이 포즈는 더더욱 말이다.
“니가 스위치를 켠 거야.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스위치를”
“네?”
“세상에는 똑같은 사람이 세 명 존재한다고 하지.”
이 상황에서 생뚱맞게 이야기를 하는 최한서씨. 그것보다 이 손부터 좀 풀어주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는 나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하는 그다.
“그래서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기회는 세 번이야. 첫 번째는 실패지만 두 번째는 안 놓쳐. 세 번째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오래 걸리거든.”
서서히 다가오는 얼굴. 당황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의 눈만을 바라보고 있는 순간 입술에 느껴지는 촉감.
뭐…뭐하는 거야 이거.
그렇게 잠시후 내 입술을 살며시 물었다 때는 그다.
“하아하아- 죽을 뻔 했잖아요!”
입술이 붙는 순간부터 어찌할바를 몰라 숨을 들이쉬고는 꾹 참은 덕분에 오랫동안 쉬지 못한 숨을 몰아쉬는 나를 보고선 그의 입에서 처음 듣는 큰 웃음소리를 선보이는 그다.
뭐가 그렇게 웃긴 거야!
“큭큭- 코는 두고 왜 숨을 안 쉬는 거야?”
큭큭거리며 웃음을 참으려는 최한서씨. 하지만 그게 더 얄미워 보인다고요.
“그...그거야 당황해서 그렇죠!”
“처음 인건가?”
“아니에요! 처음이라니요!”
“그래? 처음이 아니라면 한 번 더 해도 상관없겠군.”
무슨 말도 안 돼는 이론이야. 승현이의 말도 안 돼는 이론은 최한서씨에게서 나온 이론들이었어.
그렇게 또 다시 다가오는 얼굴. 반사적으로 그의 입술을 손으로 눌러버렸다.
“처음이에요! 그러니까 또 하지 마요! 정말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정말이지 매번 생각하지만 나의 어처구니없는 이 반사 신경 마음에 안 들어!
결국 처음이라고 실토해버린 나였다. 돌아온 것은 내 손 너머로 큭큭-거리는 웃음소리.
“영관이군, 첫 키스가 나라니. 지금부터 있을 모든 처음은 내가 가지게 될거야.”
“네?”
“그렇게 볼이 붉어져서 쳐다보면 한 번 더 해달라는 거로 밖에 안 보여.”
오늘 따라 웃음을 많이 보이는 최한서씨다. 원래 무표정이 그의 전부였었는데 이렇게 극과 극의 표정을 선보이다니.
“누가 붉어졌다고 그래요! 저 가야해요, 손 놔주세요.”
아까와 달리 가볍게 내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손을 놓아주는 그다. 그리고 꾸벅 인사하고 집으로 달려버렸다.
아 바보, 거기서 왜 인사를 하고 오냐고! 결국 헤어질 때까지 뛰어가는 나의 뒤에서 퍼지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대학등록금 내고 왔어요 기숙사도 알아봐야하는데 왜 저희 옆 동네들에는 통학버스가 다니면서 저희 동네는 안 오는 건지※
※사실 키스 묘사를 더 하려고 했지만 도대체가 어디까지가 선정적인지 알수가 없어서 제일 무난하게 나갔어요.. 하하-※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장편 ]
아이를 돌봐드립니다 #18
레드유혹
추천 0
조회 769
07.02.06 14:07
댓글 13
다음검색
첫댓글 좋겠다..이제부터 대학생이 되는군요..멋진 대학생활을 보내시길 바래요..그리고 성실연재해주셔서 너무 좋아요..
좋은것만은 아니에요,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는 걸요. 성실연재라니 하하- 까끔 한편 들고 들어와서 죄송스러운데, 첫 꼬리말 감사합니다~
ㅋㅋㅋ대학좋으시겟어요 전 이제 고등학생되는데 아 걱정이................ㅋㅋㅋㅋㅋㅋㅋㅋ
고등학교 좋아요~ 야간자습이 많이 슬프지만요 하하-
대학교 들어가쎳군요!~ ㅋㅋㅋㅋㅋㅋ 아 이번소설두 재밌어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대학이 멀어서 기숙사 때문에 요즘 미칠거 같습니다 흑-
아 저도 이제 고등학생인데 눈앞이 캄캄. 레드유혹님은 좋으시겠어요~
고등학교나 중학교나 별 차이 없어요. 서클이라 클럽을 하면 선배가 조금 하하-
맨 밑줄에 선전적이 아니라 선정적이 아닌가요??
수정했습니다. 바닐라캣 게임 하시나 봐요? 저도 열심히 패션쇼 중이에요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해요~ 어쩜 이리 매번 꼬리말을 남겨주시는지 정말 꼬리말 보는 재미로 글 올리나 봐요^^
..ㅎㅎ너무 재밋어요!!!!! 더욱 더 빨리 올려주시면 완전 감사하겠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