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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동준이가 병실로 들어왔다.
깔깔한 입맛에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막 누우려는 찰라 문을 열고 들어오는 동준이의 손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져 왔다.
“손에 뭐냐? 뭘 사오려면 점심 나오기 전에 오던가 넌 새끼가 쎈스가 없냐.”
“니 놈 드릴꺼 아니니까 걱정 마셔요.
지은이 말 들으니까 수연이 수업 마치고 바로 오는거라 점심도 못먹고 올꺼라더라.
나도 혼자 챙겨먹고 오기 그래서 지은이 보고도 점심 먹지 말고 오라고 했지.”
“나는? 그럼 나한테도 먹지 말라고 연락을 했어야지...”
“니가 뭐가 이쁘다고... 새벽부터 전화해서 단잠을 깨워놓는 자식을...
아휴~~ 피곤해. 오랜만에 늦잠 좀 자려고 했더만...”
“뭐한다고 밤을 새. 꼭 일 못하는 것들이 늦게까지 하더라.”
“일을 못해서 그런다 이새꺄...
어제 같이 일하는 놈이 나한테 자극을 하잖어. 게임 레벨이 나보다 높다나 어쨌다나....
지난주에 바빠서 접속을 못했더니 그 사이에 나를 치고 올라왔잖어.
승질이 나니 안나니... 그래서 확~~끓어 올려놨지. 헤헤헤”
“잘났다.”
“야... 이루와봐... 너도 함 해봐. 이거 요즘에 제일 잘나가는 게임인데 캬~~ 쥑인다. 아주.”
아직도 게임을 못 끊었다는 듯 한심한 눈빛을 보내며 옆으로 가서 보는데... 이거 괜찮네.
내 아이디로 개정을 하고 게임을 시작해 보는데 처음 하는 데다 워낙에 게임에 소질이 없어서 그런가 보는 거랑 달리 잘 안됐다.
점점 짜증이 올라와 포기하고 동준이가 하는 거를 바라보고 있는데 뭐가 그리 신나는지 지은이와 수연이가 왁자지껄 들어왔다.
무슨 꼬투리를 잡았길래 지은이는 신이나서 떠들고 수연이는 그만하라고 눈치를 주는지...
지은이가 말하려고 하니 수연이는 얼굴이 빨개져서 지은이 입을 막아버린다.
저러면 갑자기 없던 관심도 생기게 되잖아.
관심 없는 척 귀를 기울이며 듣고 있는데 수연이 한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에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냥 친구라고 말하는데도 계속 남친 맞다고 우기는 지은이가 왜저리 못나 보이는지...
갑자기 속이 답답해지면서 남자친구 맞다고 우기는 지은이 입을 이번에는 내가 틀어막고 싶어졌다.
동준이가 끼어드는 바람에 화제가 바뀌면서 동준이와 지은이가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어려서나 다 커서나 저것들은 만나기만 하면 항상 왜 저러는지...
이제 관심이 없어져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아까 바리바리 싸온것들을 챙겨들고 데워오겠다며 다정하게 나간다.
폭풍이 지난간듯한 병실에 혼자 앉아 있다 보니 잠깐 나갔던 수연이가 다시 들어오다 혼자있는 나를 보고 살짝 주춤거린다.
“어디 갔나 봐요?”
“너 점심 안 먹었다며... 동준이랑 지은이도 안 먹었다고 준비해서 온데 조금만 앉아있어.”
“아... 안먹어도 되는데...”
“밥을 왜 안 먹어? 아무리 바빠도 끼니는 잘 챙겨먹고 다녀.”
“제일 하느라고 늦어서 못 먹은 건데요 그것까지 챙겨주시니까 미안해서 그렇죠.”
“너 여기 일하러 온거 아니야? 일을 시키려면 당연히 밥부터 잘 챙겨먹여야지.”
밥을 못 먹은게 무슨 죄라도 되는지 미안함 가득한 표정으로 쭈뼛쭈볏 다가와 조용히 쇼파에 앉는 수연이다.
나랑 둘만 있는게 어색한지 양볼에 바람을 가득 불어 넣은채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먹이를 가득 물고 있는 다람쥐 같이 귀여워 보였다.
자꾸 삐집고 나오려는 웃음을 삼키느라 한껏 인상을 쓰는데 내 얼굴을 흘끔거리다 고개를 더 숙이는 수연이다.
불편해 하는 수연이를 위해 모니터로 시선을 고정한채 집중하는 척 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왁자지껄 떠들면서 들어오는 두 사람.
두 사람이 들어오자 언제 그랬냐는듯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수연이를 보자 뭔가 배신감이라고 해야되나 무튼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괜히 심술이 나서 앞에 펼쳐 놓은 음식들을 와구와구 먹어댔다.
왜 이렇게 기분이 이상한지 모른채 열심히 먹고 있는데 동준이 녀석이 또 시비를 걸어온다.
“야... 너 점심 안먹었냐?
밥 외에는 잘 안 먹던 놈이 우리보다 더 잘 먹는다.”
“너도 한 달 넘게 병원 밥 먹어봐. 이게... 꿀맛같다.”
“난 또 니가 잘 안 먹어서 안사가지고 왔지.
짜식 이런게 먹고 싶었음 진작 이 형님한테 말할 것이지 숨기기는 우리사이에...”
동준이가 말을 하며 옆구리를 꾹꾹 찔르는데 순간 소름이 돋아 밀어버렸다.
저 자식은 이럴때 조용히 지나가면 몸이 근질거리는지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어요.
내가 밀어버린 여파가 컸는지 나한테 향하던 시선을 수연이한테 돌렸다
“참... 수연아... 우리 홈페이지가 지져분 하다고 했다면서...”
“아.... 그게 아니라...”
갑자기 물어보는 말에 당황했는지 수연이가 켁켁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막 김밥을 입에 넣는거 같았는데 동준이 자식은 딱 맞춰 말을 시키는지 짜증이 확 밀려왔다.
조용히 밥먹게 좀 나두지 그새를 못 참고 나불대서 애 편하게 밥도 못먹게 하냐....
저 방정맞은 주둥이를 김밥 세 개를 집어 밀어 넣어 버렸다.
“어 어어어어엉 엉엉어어.”
“더러워 새끼야 입 다물고 밥이나 쳐먹어.”
입안 가득 밀려들어온 김밥들에 입이 막혀 웅얼거리는 동준이를 힘껏 째려봤다.
내 복수가 마음에 들었는지 입을 가리고 웃는 수연이다.
김밥 세 개에 마음이 상했는지 밥 다 먹을때까지 조용한 동준이다.
그것도 잠시 밥 먹은 정리가 끝나자마자 수연이를 불러 일을 시켰다.
매정한 자식 소화시킬 시간도 안주고 바로 일을 시켜 먹냐. 애 밥 먹은거 채하겠네.
한마디 쏘아붙이려다 더 이상은 오버인거 같아서 나도 동준이 옆에서 일을 시작했다.
한참을 집중해서 일을 하다 보니 모니터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상의하고 있는 동준이와 수연이의 모습이 보였다.
분명 일 이야기 들인데 유난히 수연이가 동준이를 부르는 오빠 소리가 크게 들리는건 무슨 이유일까....
화장실에 갔다 왔더니 투닥거리던 지은이와 동준오빠는 어디로 갔는지 지은이 오빠 혼자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나갈 때 왁자지껄 하던 분위기와는 달리 너무 조요해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어디 갔냐고 물어보았다.
점심 안먹고 올꺼라고 수연이가 말했는지 내 점심을 챙기러 가셨나 보다.
갑자기 고맙고 죄송해서 혼자만 들릴 정도로 안먹어도 괜찮다고 말했는데 그걸 또 들었는지 끼니는 꼭 챙겨먹고 다니라는 말을 하는 지은이 오빠이다.
모니터에 고정된 시선에 무심한듯 뱉어내는 말들인데 나를 챙겨주는 듯한 따듯한 마음이 느껴졌다.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진지한 모습이 게임 화면을 바라보던 아까의 모습과 겹쳐져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고 있는데 내 모습을 한번 쳐다보더니 인상을 쓰는 지은이 오빠다.
지은이가 오빠 이야기만 나오면 자연스럽게 딸려나오던 까칠왕자에 첫인상이 강하게 남아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보다 어렵게 느껴지고 표정하나하나까지 신경이 쓰인다.
깊게는 못 사귀더라도 친화력 하나는 보장하는지라 어디에 누구랑 섞어놔도 잘 어울리는 나인데 지금 지은이 오빠랑 둘이 있는 이 공간은 많이 어색하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병실안은 내 숨소리까지 크게 들리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간간히 숨을 참기까지 했다.
지은이와 동준오빠가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는데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그렇게 반갑게 느껴질수가....
병실문이 열리고 다소 소란스러운 지은이와 동준오빠의 목소리가 들린 후에야 크게 숨을 들이쉬며 온몸의 긴장이 풀린 것 같다.
테이블 가득 여러 가지 분식류가 펼쳐졌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에 정신없이 먹고 있는데 지은이 오빠랑 투닥거리던 동준이 오빠가 갑자기 나를 향해 홈페이지 이야기를 꺼냈다.
방심한 순간 들은 이야기라 사례가 들려 켁켁거리고 있는데 무심한 듯 물을 가득 담아 내 앞에 놓아주며 동준오빠를 구박하는 지은이 오빠.
“누가 예의 없게 먹으면서 일 애기를 하냐. 넌 이래서 안되는거야...”
“밥 먹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물어본거다. 사람이 내 입가지고 내 마음대고 말도 못하냐,”
두 사람이 투닥거리는 사이 지은이를 째려보며 그걸 또 쪼르륵 말했냐며 눈치를 줬더니 내 눈을 살살 피하며 딴청을 부린다.
밥 다 먹었으니까 이제 일 이야기해도 되냐는 동준이 오빠의 말과 동시에 난 한참을 붙들려 홈페이지에 대한 극히 개인적이 내 생각들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동준오빠는 내 이야기를 들은 후 평소에 장난끼 가득한 모습과는 달리 진지한 모습으로 한참을 고민하더니 전혀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내 의견을 받아들여 그 보다 더 멋지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 놓는 동준오빠의 모습에 프로의 느낌을 받아 한참을 바라봤다.
“수연아 이 오빠가 잘생긴건 아는데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면 오빠가 조금 설레이는데...”
“...아... 죄송해요... 평소의 모습하고 너무 달라서 순간....”
“평소의 모습이 어떤데?”
“음... 까불까불한 초등학생...”
내 말에 옆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하던 지은이와 지은이 오빠가 배를 웅켜지며 웃어댔다.
아무생각없이 의견을 말했던 나와 그걸 고스란히 전달한 지은양 덕분에 토요일 오후시간을 홈페이지 수정작업에 다 써버렸다.
8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인데도 정작 오늘 해야 할 일들은 시작도 못해봤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본격적으로 오늘 우리의 할당량을 시작했다.
새로 시작하는 아동복 쇼핑몰 홈페이지 작업인데 동준이 오빠와 지은이 오빠가 틀은 거의 다 잡아놨고 지은이와 나는 알록달록한 아동복의 색감에 맞추어 사진의 순서를 정하는 일을 했다.
단순히 조금 더 눈에 띄게 나열하는 일인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아무말없이 한참을 모니터만 바라봐서 그런지 목도 아프고 눈도 피곤했다.
우리가 아동복 쇼핑몰을 정리하는 동안 동준오빠와 지은이 오빠는 회사 홈페이지 마무리 작업을 마쳤는지 우리를 불러 어떤냐고 물어봤다.
생각보다 훨씬 깔끔해진 화면에 대단하다는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내 칭찬에 기분이 좋은지 나이스를 외치는 동준오빠와 별거 아니라는 듯 시크한 모습으로 모니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는 지은이 오빠.
그런데 살짝 올라가던 입꼬리... 나 분명히 본것 같은데...
첫댓글 작가님 글 재미있게 잘 읽고있어요 내용이 기복이 심하지않고 잔잔해서 좋아요 굳~~웃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좀더 속력을 내도록 노력해볼께요
바빠서 댓글을 지금 달아요...ㅋㅋㅋ 빨리 진도가 팍팍 나갔으면 하는 맘이 크네요...ㅋㅋ 남자가 질투를 하면 더 재미나단 말이죠..ㅋㅋㅋ
지환이를 질투의 화신으로 만들어 버릴까요 ㅎㅎ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1.27 22:48
잼잇게잘읽엇습니다~ ㅋ
감사감사 또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