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27.金. 여명이 지나고 찾아온 새 아침
모란도 피고 목련도 피고
태양에 불 댕겨 점등點燈되면
작약도 피어나고 백합도 피어나고
달빛도 지고 별빛도 지고
바람이 하얗게 색 바랠 때면
과꽃 하나 지고 국화 둘 지고
뜰아래 서성이던 옥잠화 향기
가슴에 돌담을 쌓아놓고
푸른 강물 되어 흐르던 시간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자고 나면 겨울은
꼭 밤사이에 와 있었다
대로변 나서는 눈길 위에는
마른 카스텔라 같은 은행잎들이
바둑판 여기저기 오목점을 두어
삼 년 전 썼다 구긴 연애편지 사연을
종알종알 내뱉고 있었다
낯바닥 까만 고양이가
그림자 한 움큼 놓인 담장 밑을
차지한 지는 벌써 오래
열 골 바람이 한데 몰려와도
자리를 비켜날 줄 몰랐다
불 맞아 쫓기는 산짐승은
포수의 뜨거운 눈물 보기 전까지
벌건 핏방울도
한 줌의 절망도
하얀 눈 위에 남기지 않았다
습자지 바삭이는
샐빛 바람 불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저 내가 꾸는 꿈이란
초록도 아니고
보라도 아닌
깊고 독한 하얀 빛
겨울이 오기 훨씬 전부터
여름에게 묻고 싶었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른데
너와 나의 가슴은
왜 온통 하얀 빛 뿐이냐고
(- 송년의 밤 낭송시 : 여름에게 묻는다. -)
첫댓글 긴울림님~ 기대만땅~!
낼 뵈요~~
긴울림님~~
울림있는 목소리로
시 낭송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