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학원부터 등록… 온·오프 강좌에 면접대비반까지
대학들도 주요 학원 돌며 의전원 입시설명회 경쟁 벌여
지난해 12월 말 김모(28)씨는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으로부터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2007년 초 직장을 그만두고 시험 준비에 뛰어든 지 2년 만에 얻은 성과였다. 인문계 사범대를 졸업한 그에게 의전원 시험은 만만찮은 도전이었다. 기댈 곳이라곤 학원뿐이었다. “제 경우 학원 의존도가 100%에 가까웠어요. 학원 일정은 대개 시험이 있는 8월을 경계로 돌아가거든요. 2007년 3월부터 8월까지, 그리고 2008년 1월부터 8월까지 꼬박 14개월간 학원 도움을 받았죠.” 그는 지난해 가을 면접을 앞두곤 모 학원에서 1개월짜리 면접대비반 단기과정을 수강하기도 했다.
김씨에 따르면 대부분의 의전원 수험생은 비중이 높거나 특히 취약한 과목의 유명 강사가 소속된 곳을 거점으로 삼은 후 나머지 과목은 단과수업이나 인터넷강의 등을 찾아 듣는 형태로 학원을 활용한다. 자연히 의전원 수험시장에서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못지 않은 ‘스타강사 풀(pool)’이 존재한다. 이원준·박의준·권종철(언어), 박선우(생물), 박진성·원동신(화학), 구미자·김준(유기화학), 신용찬(물리) 등이 대표적이다. 한 해 오프라인 수강생만 5000명에 달한다고 알려진 모 강사의 경우 수강신청 기간이면 수십 명이 새벽부터 몇 시간씩 학원 앞에서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강사 수는 한정돼 있고 수업을 들으려는 학생은 많다 보니 강의 형태도 여러 가지다. 인터넷강의가 일반화된 수능 시장에 비해 다양한 형태의 오프라인 강좌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수험생 평균 연령이 다소 높은 데서 비롯된 특징이다. 유명 강사의 경우 직접 강단에 서서 강의하는 ‘직강(실강)’ 외에 시청각 기자재와 여러 개의 강의실을 동원해 강의를 생중계하는 ‘라이브’, 강의 내용을 녹화해 VCR로 틀어주는 ‘녹화’ 등의 형태가 일반화돼 있다. 라이브와 녹화 강의의 수강료는 직강에 비해 10~20% 저렴하다.
대표적 의전원 입시학원 중 한 곳인 프라임MD는 몇 달 전 대학들이 모여 있는 신촌 인근에 분원을 열었다. 학교를 다니며 의전원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본원이 있는) 강남까지 오지 않고도 공강 시간 등을 활용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각 학원이 내세우는 유명 강사의 수업도 대학생의 일정을 고려해 평일 오후나 토·일요일 오전에 배정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지난해 말 재수 끝에 전남대 의전원에 합격한 양지영(가명)씨는 “수험생활 중 제일 중요한 건 공부하기 좋은 환경과 실력 있는 강사가 있는 학원을 찾아 둥지를 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전원 수험생 방문율이 높기로 유명한 미트디트넷(www.meetdeet.net) 등에 올라온 합격자 수기 중엔 ‘언어는 ○○○ 선생님 수업을 들었다’ ‘생물은 □□□ 선생님 수업을 강추한다’ ‘화학은 △△△ 선생님 문제풀이반 수강이 도움되더라’와 같이 학원 수업 위주로 구성된 게 태반이다. 양씨는 “어떤 과목 시험은 강사가 나눠준 자료에서 깜짝 놀랄 만큼 유사한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며 “그런 일을 겪으면 전적으로 학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최근엔 부쩍 높아진 학원의 기세를 업고 대학들이 학원의 도움을 얻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9월 30일부터 이틀간 가천의대·건국대·인하대는 서울의 모 의전원 대비 학원에서 의전원 입시설명회를 개최했다. 가톨릭대·동국대·이화여대 등 20개 대학은 10월 8일부터 나흘간 또 다른 학원에서 입시설명회를 가졌다. 가만히 앉아 학생을 기다리는 대신 잠재적 수요자가 모여 있는 학원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대학이 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고교와 대학을 졸업한 후 귀국, 2007년 말부터 의전원 시험을 준비 중인 신지연(28)씨 역시 학원에 다니며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학원이 아니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어요. 시험을 위한 공부니까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고요. 탄탄한 계획과 공부 습관만 갖추면 굳이 학원을 찾을 필요가 없죠.” 다만 그는 “경쟁자를 보며 긴장할 수 있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점은 학원만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취재 중 만난 한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어릴 때부터 학원 문화에 길들여져 있어 대학생이 돼서도 뭐든 일단 학원부터 등록하고 본다”며 “최근 의전원 학원이 호황을 누리는 건 젊은이들의 학원 의존적 성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학원서 상담 받아보니 |
최신 시설… 은행처럼 번호표 뽑아 대기
“1년은 다녀야 합격” 연회원 가입 유도
지난 1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에 있는 의전원 입시전문 P학원을 찾았다. 의전원 수험생 사이에서도 선호도 높기로 소문난 곳이다. 이 학원이 위치한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에만 10여개의 의전원 전문학원이 밀집해 성업 중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최신식 시설과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학원 로비는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수다를 떨며 휴식을 취하는 수강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대학생이다. 휴게공간 맞은편에 ‘상담실’이라고 적힌 곳이 눈에 띄었다. 학생을 가장해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이곳에서의 상담은 은행처럼 번호표를 이용한 대기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번호표를 뽑아 기다리는 동안 학원 시설을 둘러봤다. 한 대형 강의실에선 수업이 진행 중이다. 얼핏 봐도 100명은 족히 될 듯한 수강생이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강의실 옆으로 스터디룸이 보인다. 각 방마다 ‘뉴하트’ ‘하얀거탑’ ‘종합병원’ 등 유명 메디컬 드라마 제목을 본뜬 이름이 붙여져 있다. 그중 한 곳을 들여다보니 6명의 학생이 과일과 과자 등을 가운데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자습실은 아래층에 있다. “발걸음도 조용히 하자!” 누군가가 자습실 복도 벽에 붙여놓은 문구에 괜히 움찔했다. 간혹 복도 한 귀퉁이에 서서 입을 가린 채 소곤소곤 통화하는 이들이 보였지만 자습실 앞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시험을 앞둔 대학 도서관 열람실이나 수능 직전의 고3 교실을 방불케 한다. 이곳에서 만난 한 수험생은 “시험은 8월이지만 지금부터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15분쯤 흘렀을까, 드디어 상담원과 마주 앉았다. 상담원은 학원 측 자료를 동원해 친절하고 능숙하게 시험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단과수업을 들을 수도 있지만 회원제를 활용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해요. 회원비 30만원을 내면 자습실과 사물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모든 강의를 지정된 좌석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각종 수업자료나 문제집이 제공되는 건 물론, 성적이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면 30만원의 장학금도 지급되죠.”
상담원이 제시한 의전원 시험(MEET·DEET) 최저 합격선은 세 과목 총점 180점 전후(표준점수 환산 기준). “얼마나 준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상담원은 “전공자의 경우 학교에서 기본을 잘 다진 후 학원수업으로 시험에 대비하면 1년으로 충분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학교 공부와 자습만으론 합격이 쉽지 않을 거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대학에서 시험 관련과목을 수강한다고 해도 의전원 시험이 요구하는 깊이나 넓이와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학원 수강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 학원의 수업은 언어·생물·유기화학·물리 등 철저히 시험과목에 한정돼 있다. 의전원을 준비하기 위해선 이외에도 공인영어시험 성적이 필요하지만 학원 측에선 다루고 있지 않다. 상담원은 “영어 성적은 수시·정시모집을 막론하고 변별력이 크므로 미리 점수를 따둬야 한다”고 귀띔했다. 좋은 영어 점수를 얻으려면 따로 학원을 등록하는 등 별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첫댓글 서두에 이대 사범대 나와서 이대 의전 들어간 김모씨 인생역전 한 거 아닌가? 근데 나이가 28살..흠좀무..
이대 의전도 여자만가는가?
당연하지.
아...나 의전도 가 보고 싶다 ㅋㅋㅋㅋ 근데 너무 늦겠지? ㅋㅋ 로스쿨 마치고 갈라믄? ㅋㅋㅋ
축 환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