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빠한테 금덩이 백 짝? 아니지 다이아몬드 삼백 짝? 그것도 아니지. 음, 이 아빠의 돌아가신 아버지나 작은 네 고모하고 바꾸자고 하면 살짝 생각해보는 것처럼 고민하다가 도리도리 하면서 그래도 내 딸 *유하고는 안 바꾸겠다고 할 사람이 과연 누굴까?
올해로써 스물다섯 해를 맛 본 내 귀하고 성숙한 따님한테 이 아빠가, 새벽 네 시 사십분을 향해 달려가는 이 값진 시간에 마음속에 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을 보면서 타자로 편지를 쓴다. 손 편지를 쓸까 하다가 그러면 제멋대로 가는 글이 만들어질까 싶어서 그러면 지우는 번거로움의 수고가 많아지니까 시간을 아낄 셈 이렇게 현대문명이 준 문화의 꽃 타자로 이 아빠의 마음을, 보자, 이번으로써 네 번째로 내민다.
아까 두시 반 쯤 약간 고단해서 눈을 감았더니 글쎄 어젯밤에 무려 네 시간을 자버렸던 그 덕분으로 채 두 시간도 못 자고 눈이 제 알아서 떠진 까닭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아빠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알고 그 기분까지도 헤아릴 줄 아는 속심 깊은 딸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한단다.
- 잠은 충분히 자야 된다. -
맞는 말일까? 틀린 말일까?
딸아,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가 할 것 없이 제가 가진 세상을 헤아리는 잣대로 쉽게, 아주 쉽게,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그렇다고 스스로 경험해보지도 않고, 단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보고 있으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는 그런 논리를 펼친다. 자기 논리가 아닌 그 어떤 좀 똑똑하고 명민해보였던 사람이, 맞지, 철학자나 시인이나 작가나 아니면 정신과 의사나 하는 세상에서 좀 야무지기로 쳐주는 그런 사람들이 한 말을 듣고 그대로 앵무새처럼 똑 같이 따라 얘기한단다. 이제 이 아빠가 보는 잠에 대한 소견을 얘기할게. 딱 간단히 명료하게 말할게.
^^^^잠을 많이 자면 정신이 썩는다. 그것도 아주 빨리 썩어버린다.^^^^
딸아, 항상 가지는 생각이지만 사람은 흐르는 한 방울의 물이나 다름없다. 이 말을 잠깐만 탐색해보자. 사람의 몸이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 요즈음 사람들, 세상의 평범한 사람들을 두고 이르는 말이 있지, 범부라고도 하고 속인들이라고도 하지. 그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 고기라고 얘기하면서 사람의 몸은 꼭 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닌데 예, 하고 말할 수 있겠으나 그 고기자체도 결국 제 입으로 취한 것은 물로 이루어진 채소나 곡물이거나 그 비슷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지.
보자. 채소도 결국 그 먹이는 무엇일까? 물을 먹고 만들어진 제 하나의 몸체를 이룬 생명이다. 물론 조금 더 나아가서 보면 그 생명도 물뿐만 아니라 태양이 주는 햇살도 먹고 수많은 나무들이 숨을 내쉬면서 주는 바람도 맞고 그리고 인간들이 주는 두엄도 먹는다. 결국 그 두엄까지도 생각해보면 물로 한 때 제 생명을 이루었던 하나의 풀이라든지 소똥이라든지 나아가 사람들이 배설해 낸 똥 같은 것들이란다. 아빠가 왜 이렇게 좀 길어지게 얘기를 했냐면 이 말을 꺼내기 위해서다.
물의 특징은 흘러가다가 더 흘러가지 못하고 어느 곳에 고이면 그때부터 살살 썩기 시작해 삼일이 지나면 제 색깔이 살그머니 거무튀튀하게 변하면서 어떻게 되는 줄 아니? 옳지, 사람들이 맡기 싫어하는 역한 냄새까지 살살 풍기기 시작한다. 근데 이것하고 잠하고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이제 내 똑똑한 딸이 물어볼 차례지? 맞아. 인제 그에 대한 답을 해줄게. 물로 이루어진 몸은 진짜로 대단하게도 생각을 하는 동물이다. 근데 딸아 조금 이해하기 어렵지? 쉽게 얘기할게.
자 잠깐만 주의 깊게 들어봐라.
몸과 생각?
생각을 만들게끔 해주는 것이 몸이라는 것이다. 결국 몸과 생각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하나의 물체라는 것이다. 생각 없인 몸이 있을 수 없고 몸이 없인 생각이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쯤에서 결론을 내리자. 물로 된 몸은 사람들이 씻지도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면 물처럼 똑같이 삼일이 지나면 살살 구린 내가 나면서 그것을 오래 방치하면 물 썩은 냄새와 꼭 같은 그런 내가 야리꾸리하게 풍기게 된단다. 노인들한테서 풍기는 노인내 같은 것도 마찬가지란다.
그런 논리로 보면 사람들이 가진 생각도 꼭 같이 마찬가지란다. 잠을 많이 자면서 그 머리를 쓰지 않으면, 다른 말로 생각을 하지 않으면 그 머리는 어떻게 될까? 물에 이끼가 끼듯이 생각도 이끼가 낀단다. 이것은 다른 말로, 의학적 용어 말고 흔히 세인들이 많이 쓰는 말로 머리, 생각하는 머리에 막이 끼인다고 하지.
막, 이것을 사전에 정의된 대로 얘기해줄게.
막이란 것은 생물체의 내부에서 모든 기관을 싸고 있거나 경계를 이루는 얇은 꺼풀이라고 되어있다. 보자 이제, 정의된 대로 생명체 그것은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이지.
그래 사람 내부, 특히 머리, 그 머리에 얇은 꺼풀, 그것이 생각을 안 하고 그대로 내버려두면 어떻게 변할까? 그 얇은 꺼풀이 두꺼워진단다. 다른 말로 막이 두꺼워진단 말이지. 그러면 어떻게 될까? 생각의 통로가 막히게 되는 것이지.
딸아, 인제 진짜로 이 아빠의 언어표현으로 아빠의 소견을 둥쳐볼게. 무슨 뜻이냐면 마무리해보겠다는 뜻이다.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면? 우리 똑똑하고 명민한 딸 한번 알아 맞춰볼래? 씩 웃자고 한 얘기고, 생각은 몸으로부터 나오는 동물의 반응이다. 쉬운 말로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 그 몸은 반응할 의지가 전혀 생기지 않는 죽은 몸이나 다름없는 그런 몸이 되는 것이다. 요지인즉 몸의 반응을 만들려면 다른 말로 생각의 반응을 만들려면 사람은 가만히 있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치매로 향하는 것인데 치매의 원인은 생각의 힘을 잃어버려서 생기는 인간의 병이다. 다른 말로 앞에서 생각과 몸은 하나의 몸체로 이루어졌다고 정의했으므로 치매는 몸이 생기를 잃어버려서 생기는 인간의 병이라고 보면 맞지.
그로 말미암아 결론은? 똑똑하고 명민한 사람은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고 남들보다 수없이 많이 몸을 쉬지 않고 놀리는 사람들이란다.
잠을 많이 자야 숙면을 취해야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떠드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무엇인지 아니? 남들이 쓴 논문이나 명사들이라고 하는 이 아빠가 보기로 정말 얼뜨기 같은 인간들이 재잘대는 말을 듣고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그 속셈에는 저 역시 그런 대단한(?) 사람들로 포장되려고, 한 묶음으로 취급되려고 하는 그런 속셈에서 그렇게 떠드는 것일 뿐이란다.
다시 결론인즉 생각하는 힘을 키우려면 몸을 많이 놀려야 하는 것이다. 지혜는 생각하는 힘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 힘은 몸을 많이 놀려야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란다.
딸아, 이 아빠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어디서 생겨난 줄 아니? 물론 글을 쓰기 위해서 그동안 노력한 그 수고로움으로 오는 것일 수도 있지. 근데 그보다도 앞서 이 아빠는 그 누구보다도 오랜 기간을 몸을 아끼지 않고 부지런히 치열하게 살아온 그 덕분으로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되었단다.
자 이제 새벽 여섯시로 치닫는 시간의 길에서 내 사랑하는 따님에게 이릅니다.
그 누구보다도 멋진 사람이 되려면, 그 누구보다도 삶을 아름답게 사려면, 나중에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면,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서서 일하시다가 피곤해지면 마냥 귀찮아져서 다른 동료들의 눈치를 살살 보면서 내가 편해지기만을 원하게 되지, 그럴 땐 이것을 기억하라.
--그런 눈치 보는 일은 살아있는 나를 죽이는 일이라고--
--아름답게 살지 못하겠다고 게으름 피우는 일이라고---
--멋지게 살기를 포기한 사람이라고--
딸아, 명석한 너를 믿는다. 오늘 이 아빠를 낳아주신 네 할머니의 생신이시다. 전화 한 통화로 너를 있게 해 주신 할머니한테 전화 한 통화 해 줄 줄 아는 깜냥은 가지고 있겠지. 다시 거듭 너를 믿는다는 말을 내밀면서 오늘의 편지를 이만 둥치련다.
오늘도, 짜잔! 무지개!
너의 아빠가 시골에서. 이천 이십 사년 이월 한 가운데 날에.
첫댓글 딸을 향해 정겹게 써래려 가신글에
감사히 머물다 갑니다
벌치님
꽃샘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오. 호, 감턴사가 두 번이나 터져버렸어요.
매화네요
참 보기 좋아요
그 모진 엄동을 살아내고 제 고운 눈동자를 이렇게도 일찍 내밀어 놓은 것은
그죠 매화가 그 추운 엄동의 세윌속에서도
아름답게 살려고 갖은 몸부림을 다 친 이유겠죠.
너무 늦게 이 사진을 보았네요
매화 꽃눈처럼 인사 드릴게요
고마움 천지
지천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