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와 김대중의 그림자

[고른세상]

나는 경인년 남북 전쟁시기에 태어났다. 60대 말이다. 나와 나 이상의 세대는 박정희 독재를 온몸으로 부딪쳐 경험한 세대다. 박정희 군사독재에 철저하게 저항한 세대다. 아니 너무나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이라 작은 몸부림도 할 수 없는 너무도 더 작은 이들이었지만 박정희 독재를 싫어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살았다.

그런데 요즘 박정희 독재, 박근혜 정부의 디딤돌 처럼 되고 있는 육칠십대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낀다. 내 또래의 사람들은 무조건 무조건적으로 박정희 독재를 찬양하는 것 같아 심한 알레르기를 앓는다. 

박정희 군사독재를 종식시키기 위하여 부마 항쟁의 주역으로 일어선 이들이 지금의 육십대 이상의 고령자가 아닌가. 그런이들이 박정희 독재를 찬양할리 없건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보면서 한숨을 쉬게 된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이 나라를 부흥시킨 것으로 알고 그것을 사실인양 말하는 데 질려 버렸다. 그래서 내 나름의 체험을 밝힘으로써 사실에 접근하고자 한다.

나는 합천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고향 쪽에서 교단에 첫발을 내디딘 뒤 1978년에 부산근교의 김해녹산으로로 내려왔다. 녹산은 진해와 부산 사이에 있다. 진해와 부산간의 도로는 국도 1호다. 그렇지만 도로가 포장되지 않아 이 곳을 지나가는 차들은 먼지를 풀풀 날리면서 달렸다. 또 낙동강 하구는 갈숲으로 덮여 있었고 명지에서 하단까지 나룻배가 다녔다. 배시간이 되면 종을 울리면서 출항 시간을 알렸다.

부산과는 가까운 그리지만 이렇게 버스를 타고 명지 뱃머리까지 와서는 배를 타고 동산유지 공장 앞에서 내리기도 하고 버스로는 구포까지 또 거기서 조방앞까지 먼지를 뒤젚어 쓰고 달리면 두시간 가량 걸렸다.

차는 반 시간 간격으로 다녔다. 정말 불편했다. 녹산면내의 녹산초등학교, 신호 초등학교 에 근무하면서 자전거로 통근하였다. 본녹산에서 면사무소가 있는 구랑쪽으로 가자면 길이 아누 나빴다. 홍수가 지나간 길은 깊이 패서서 물구덩이가 생겼고 그 옆을 지나가다가 버스라도 만나게 되면 흙탕물을 뒤짚어 쓰기도 하였다. 날씨가 맑은 날은 먼지가 풀풀 날리고 땀에 젖은 몸에는 그 먼지가 앉아서 지옥을 지나가는 듯, 무덥고 더러웠다.

연탄 파동이 있어서 연탄을 구하기가 힘들었다. 밤중이나 새벽에 연탄이 들어오면 이웃에 리어카를 빌려서 연탄을 끌고 와야 했다.

전두환 신군부가 들어서고 나서다. 진해로 가거나 통과하려면 집총한 군인이 차에 올라와서 검문을 했다. 그때 나는 공병우 타자기를 익혀서 타자로 일기를 쓰기도 했다. 그때 집총한 군인이 검문을 하면서 내 가방을 뒤적였다. 일기장까지 뒤적거려 정말 기분 나빳다. 일기장을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내 개인사까지 뒤적이는 것은 정말 불쾌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내 또래나 비슷한 또래 사람들은 이 나라가 살게 된 것은 박정희 덕이라면서 입에 침이 마를 지경으로 박정희를 찬양한다. 그렇지만 내가 겪은 박정희 정권하에서 아니 그 이후 전두환 정권까지 이어서 노태우 정권까지 행복했던 시간은 없었다.

밴드에다가 박정희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천벌을 받을 것이란 저주를 올려 놓은 글을 보고는 울화통이 다 터질것만 같다. 도대체 박정희 시절에 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내 주변에서 박정희가 한 것을 찾아보기 힘든다. 낙동강 하구둑이며 도로 포장이며 지금 살고 있는 집이며 도로며 어느 것 하나 박정권 시절에 만든 것은 아니다.

박정희가 잘했다고 말하는 자들은 입만 열면 경부고속도로고 그것을 김대중이 반대했다고 한다. 경부고속도로는 내 바로 곁에 있지도 않고 또 현재의 경부 고속도로가 박정희가 만든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 이후 얼마나 고쳤는가.

박정희는 1979년 그의 수족같았던 김재규 정보부장이 죽였다. 또 그 자리는 젊은 여성들을 불러서 수청들든 자리가 아닌가. 박정희가 국민 모르게 이렇게 여자를 즐기고 양주를 즐겼는데도 사람들은 박정희가 농민들 사이에서 막걸리를 농민과 함께 농주를 즐긴 것으로 안다.

의령에 있는 의병탑 준공식에 박정희가 참석하게 되었는데 동원된 학생들은 모두 사전에 신원 검사를 하는 등 모두가 조사된 아이들이었다. 그 가운데 한 여학생이 질병으로 참석못하게 되었다. 다른 학생으로 대체하려고 하니 죽어도 그 자리에 참석해야 한다며 거부당했다고 한다.

군사독재 시절이다. 박정희가 선산 어느 면을 시찰하게 되었다. 그때 면장을 불러서 그 면의 통일벼 식재 면적을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면장이 머뭇거리고 대답을 못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파면되었다. 갑자기 실직자가 되고 그 가족들의 생계는 막막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선산 출신의 친구가 전했다.

박정희가 부산 극동호텔에 투숙하고 있을 때 밤중에 불이 켜져 있는 부산기계공고를 보게 되었다. 박정희가 그학교에서 교장이 학생들과 실습을 하는 것을 보고는 바로 그 학교 교장을 경남 교육감으로 임명했다. 

당시 부산사징 김아무개가 박정희를 모시고 부산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때 만덕쪽 도로가 포장되었는지를 묻자 김대만이 거짓마로 포장했다고 하자 그리로 가자고 해서 가보니 비포장이 아닌가. 그 자리에서 김시장은 파면이었다. 

죽은 나무를 페인트 칠을 해서 산 나무로 위장을 했고 바윗돌에 페인트칠로 조림을 위장하면서 박정희를 속여서 출세를 하기도 하고 잘못해서 들통이 나면 비참하게 파면 엄벌을 받았던 것이다.

이런 일들이 어떻게 정상적인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박정권 치하에서 기회주의자가 득세하고 정직한 국민들은 공포 속에서 살아야 했던 것이다. 

박정희가 부르짖은 표어가운데 머리에 생생한 것은 천불소득 백억불 수출이다. 박정희의 경제목표다. 정말 보잘것 없는 업적이다. 당시로서는 큰 것일수도 있지만.

그러나 객관적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국민소득 800달러를 천달러로 올려 놓아서 몇 백배로 국민을 잘 살게 했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영점이나 5점 10점을 받다가 20점 30점을 받으면 공부를 잘하게 된 것인가. 물론 그런 점도 있다. 그러히지만 1점 받으나 영점 받으나 심지어는 10점 20점 받아도 그게 그거다.

갈가에 좌판 펴놓은 장사가 좌판 한개나 너덧개 펴나 그게 그것인 것이다. 박정희 시절엔 필리핀이나 말레지아 타일랜드 보다 못살았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가 잘 살게 된 것은 박정희 덕은 아니다. 많은 나라들이 국민소득 만달러에 털걸이 하다가 좌절한 것이다.

박정희의 공을 아무리 인정해도 만달러하고는 거리가 먼, 그리고 선진국하고는 거리가 아주 먼 곳에 서 있었다. 박정희의 공으로 보기는 힘들지만 아무튼 우리 경제가 나아진 것 만은 사실이다. 그러힘만 김영삼 정권에서 외환위기로 경제가 폭삭 망했다. 나라가 망한 것이다.

김대중은 외완위기를 극복했다. 그때 이나라가 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관광버스는 주차장에 줄이어 서 있었고 각종 건설 장비를 녹이 선채로 공장 빈터를 지켜야 했다. 이렇게 망한 나라를 외환 위기를 극복한 것이 김대중 대통령이다. 

한국인은 노벨상은 엄두도 못내었다. 그렇지만 김대중이 처음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 전에도 김영삼이나 다른 이들도 왜 노벨상을 탐내지 않았을 것인가. 그렇지만 한국 정치인들은 안다. 그들이 노밸 평화상을 받거나 다른 노벨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못 먹는 감에 침이나 뱆자고 이제는 노벨상까지 폄하를 한다. 뭐 돈주고 샀다든지, 또는 개성 공단을 만들어 주고 받았다든지. 김대중 대통령은 수천년 한국 역사에서 가장 뚜렷한 업적을 남긴 세계적인 지도자 인것은 분명하다.

한국의 정치인들도 김대중이란 거목을 올라가지 못하는 나무를 절망하며 쳐다보지만 말고 희망을 갖고 김대중을 넘어서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오르지 못할 나무라고 욕지거리나 하면 뭐하나. 오르지 못할나무라고 포기하지 말고 김대중을 극복해 보겠다는 의지를 가기지 바란다.

전쟁이 가까울수록 그것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또 그것이 위기가 된다. 참 지도자는 나라가 어려울수록 그것을 극복한다. 남북관계가 뒤틀리고 꼬일때 정치 지도자의 능력은 발휘되는 것이다.

전쟁을 향하여 나아가지 말고 평화의 길로 돌아서야 하는데도 하루하루 전쟁으로 냉전에서 실전으로 나가서 무엇이 기다릴 것인가. 전쟁하면 다 죽는다.

[연포탕]

지당하신말씀입니다
저도 부산사는 60대 이지만...요즘 나이든분
들 암담합니다
차가운 이성과 양심과 분별력없는 수구노인
으로 변해있더군요
박정희는 과거 모든 행동이 양심과 정의
진실을 망각하고 사는 권력욕에 사로잡힌
유한한 인간의 비참한 말로를 ...교훈으로
던져주었지만..우매한 상당수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슬픈세태이지요
위대하고 정의로운 국민만이 훌륭한 지도자
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