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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자초지종을 들은 정우와 현민은 어이없다는 듯 재훈과 윤아를 번갈아 쳐다보았고, 윤아는 사람
들의 시선에 안 그래도 붉어진 얼굴을 더욱 붉히며 고개를 깊숙히 숙이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
다.
"미, 미안해요. 난 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흑..."
작은 목소리로 나름 해명을 해보려던 윤아는 결국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 윤아의 모습에 당
황하던 정우와 현민의 눈에 그제서야 윤아의 손에 들린 손수건이 보였다. 그 손수건은 예전에 첫
출장 기념으로 현민이 프랑스에서 사다준 것임에 틀림 없었다.
"그래. 알았어. 알았어, 윤아야. 그만 울어. 응?"
"그래요, 윤아씨. 그만 울어요."
"이자식 니가 문제야, 니가."
"아, 내가 뭘?!"
정우에게 뒤통수를 한 대 맞은 재훈이 억울하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정우를 노려보자 정우도 못
지 않은 표정으로 재훈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임마, 쫓아가긴 뭐하러 쫓아가? 그냥 윤아씨가 먼저 가게 놔두면 되지! 그럼 일이 이렇게 커 지
지도 않았을 거 아냐!"
"그거야 저 여자가 날 무서워 하는 것 같으니까 내가 앞질러 갈려고 그랬지! 내가 먼저 가 버리면
안 무서울 거 아냐!"
"으이구 이 바보야. 니가 쫓아오면 쫓아 올수록 더 무섭다는 건 모르냐?"
"......"
정우의 한심하다는 표정에 재훈은 그만 입을 다물었다.
"정우씨 그만해. 재훈씨 민망하게 왜 그래? 미안해요, 재훈씨. 윤아 얘가 겁이 좀 많은 애라 그래
요. 거기다 요즘 무서운 일이 많았잖아요."
"그래요, 뭐... 괜찮아요. 어차피 소리를 질러서 창피를 준 것도 아니니까..."
"고마워요, 재훈씨."
"아니에요."
민정이 재훈의 대답에 살풋이 미소지어보일 쯤 민정의 품에 안겨 있던 윤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
리고는 재훈을 흘끗흘끗 쳐다보며 개미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해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됐어요. 괜찮으니까-, 그만 우세요."
"네에-."
"아, 분위기 너무 무거워졌네. 우리 소개나 합시다. 만난지 한 30분은 된 것 같은데 서로 제대로
이름도 말 못했잖아요."
"그래요. 윤아야. 그만 고개 들고 똑바로 앉아봐. 응? 너 첫 인상 좋게 남기고 싶다며?"
민정의 말에 윤아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민정은 윤아를 보던 고개를 돌려 정우와 재훈, 현
민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생각지도 못한 '치한 사건' 때문에 좀 늦어졌지만 소개 할 게요. 여긴 제 친구 서윤아예요. 그리
고 내가 말한 이정우씨."
"안녕하세요."
"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정웁니다. 앞으로 자주자주 봐요."
"그리고 이 분은 정우씨 친구분인 김현민씨."
"안녕하세요."
"네, 반가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재훈씨."
"아, 아깐 정말 죄송했어요. 서윤아예요."
"괜찮아요. 앞으로 자주 볼지도 모르는데 그냥 잊죠, 뭐."
재훈의 말에 윤아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다 뭔가 생각난 듯 퍼뜩 고개를 들고 손벽을 마주쳤
다.
"맞다. 오늘 처음 뵙는 날이라 제가 선물 하나씩 준비했어요!"
"선물?"
"네."
정우와 현민, 재훈의 의아한 표정에 윤아가 기분 좋게 웃으며 발밑에 놓아 두었던 꾸깃꾸깃해진
종이가방을 꺼내들었다.
"하아-. 가방이... 다 구졌네요. 하하..."
윤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종이가방 속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꺼내곤 가방을 얼른 테이블 밑으로 던
져버렸다.
"하하... 이거 제가 직접 디자인 한 거예요. 이건 정우씨 친구분들 꺼. 그리고 이건 정우씨 꺼요."
"아... 고마워요. 생각도 못했는데."
"고마워요."
"고마워요."
"아니에요. 참, 정우씨 껀 특별히 커플이에요."
윤아의 말에 순간 민정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정우는 그런 민정의 표정을 의아하게 생각하며 다
시 윤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커플이요? 직접 디자인 하셨다는 거 보니까 민정이 처럼 디자이너예요?"
"네."
윤아가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우는 그런 윤아의 모습에 미소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
다.
"그럼 옷인가? 옷이라긴엔 상자가 좀 작은 것 같은데... 지금 열어봐도 돼요?"
"네. 그럼요."
"안돼!"
"응?"
정우가 상자의 뚜껑을 열려는 순간 민정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정의 목소리에 놀란
정우가 민정을 쳐다보자 민정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왜 그래?"
"정우씨 그거 열지마."
"왜?"
"글쎄 열지 말라면 열지마. 서윤아, 너 정말-!"
"왜... 난 요즘 잘 나가는 것들로 특별히 골라 온 건데..."
윤아가 민정의 눈빛에 기가 죽은 듯 말하자 정우가 그런 민정을 나무라 듯 쳐다보았다. 민정은 그
런 정우와 윤아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그 사이 재훈이 윤아가 선물해준 상자의 뚜껑을
열어보고는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이거... 속옷이잖아?"
"뭐?"
재훈의 말에 정우와 현민이 놀란 듯 재훈의 손에 들린 것을 쳐다보았다. 재훈의 손에 들린 것은
호피무늬의 독특한 모양을 한 속옷임에 분명했다. 민정은 그런 그들의 반응에 다시 작게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그러게 열면 안된다고 했잖아요."
"그럼 혹시 윤아씨가..."
"속옷 디자이너예요."
맑게 웃으며 자신의 직업을 당당하게 얘기하는 윤아의 모습에 세 사람은 넋을 잃고 윤아를 바라
보았다. 윤아의 외모는 아주 맑고 순수한 꼬마 숙녀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키가 그렇게 작
은 편은 아니지만 동글동글한 얼굴형과 크고 맑은 눈, 수줍음을 잘 타는 듯 한 성격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렇게 느끼도록 하였다. 그런데 그런 윤아가 속옷 디자이너라니...
"소, 속옷 디자이너라구요...? 윤아씨가?"
"네."
정우의 믿기지 않는다는 되물음에도 윤아는 미소까지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세 사람은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민정은 그런 세 사람의 모습을 보며 그런 반응은 이미 익
숙하다는 듯 그저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잠깐. 그럼 정우한테 선물한 것도 속옷...?"
"네."
재훈과 현민의 시선이 동시에 정우에게 향했다. 정우는 그제서야 방금 윤아가 했던 '커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는 급격히 달아오르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윤아는 마
치 그런 정우를 모른다는 듯 얼굴 가득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특별히 요즘 커플들 한테 인기 많은 제품으로 골라왔어요! 아마 마음에 쏙 드실-."
"그만 못하니?"
윤아의 말을 듣다 못한 민정이 윤아의 입을 막아버렸고, 윤아는 그런 민정의 행동에 이해가 안 간
다는 듯 크게 뜬 두 눈을 꿈뻑였다.
"제발 때와 장소 좀 가리라고 몇 번이나 말해? 넌 니 직업이니까 자랑스럽고, 안 부끄럽겠지만 남
은 쑥스러울 수도 있다고 말 했잖아. 정우씨 얼굴 빨개진 거 안 보여?"
그제서야 윤아는 연신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 애쓰고 있는 정우를 발견했다.
"아, 미안해요, 정우씨. 난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처음 뵙는 기념으로 선물한 건데..."
"아, 아뇨. 괜찮아요. 고, 고마워요."
윤아의 풀 죽은 목소리에 정우는 애써 붉어진 얼굴을 추스르며 어색한 웃음을 지은 얼굴로 대답
했다. 민정은 그런 정우의 모습에 다시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돌리려 다시 입을 열었다.
"선물 얘긴 이쯤에서 그만하고 주문이나 하죠, 우리."
민정의 말에 네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이자 민정이 테이블 중앙에 놓여있던 메뉴판을 집어 들며
윤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녁은 먹은 거야?"
민정의 물음에 윤아가 고개를 저었다. 민정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메뉴판을 훑어보며 윤아가 먹
을 만한 것이 있나 찾아보기 시작했고 윤아는 이미 그런 민정의 배려가 익숙하다는 듯 그저 민정
이 하는 냥을 쳐다보기만 했다.
***
"천천히 먹어."
"응."
민정의 말에 볶음밥을 마구 입에 집어 넣고 있던 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민정은 그런 윤아의 모
습에 고개를 살짝 내젓고는 휴지를 들어 입가를 닦아주었고, 그런 민정의 모습에 정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참, 란이랑 민지 결혼 날짜 잡혔다면서? 청첩장 날아왔던데."
윤아의 말에 찌푸려졌던 정우의 미간이 펴지고 조금 놀란 듯 커진 눈으로 민정을 바라보았지만
민정은 그런 정우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응. 다음 주 토요일."
"뭐가 그렇게 빨라?"
"원래 처음 잡은 날짜는 다음 달 이었는데, 민지가 더는 못 기다린다고 떼를 썼나봐."
"하긴. 민지 성격에 오래 기다렸지. 쿡쿡-."
윤아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웃음짓자 가만히 둘의 얘기를 듣고 있던 정우가 불쑥 입을 열었다.
"민지씨 이번 주말에 결혼 한다고?"
"응."
민정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우의 눈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민정은 그런 정우의 눈빛에 의아한 표
정을 지었고, 그런 둘의 상태를 눈치채지 못한 윤아는 다시 숟가락을 들어 볶음밥을 퍼먹으며 정
우에게 물었다.
"그날 정우씨도 갈거죠?"
"아... 그게 그러니까..."
윤아의 물음에 정우가 민정의 눈치를 살피며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자 민정은 그제서야 조금 전 정
우가 보낸 눈빛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그날 같이 가자. 자기 가면 란이랑 민지도 좋아 할 거야."
"정말이야?! 정말 나 가도 돼?"
정우의 얼굴 가득 웃음꽃이 활짝폈다. 민정은 그런 정우의 표정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기쁨에 어쩔 줄 모르는 정우를 보며 윤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재훈과 현민은 정우의 머리를
헝클며 연신 축하한다는 말을 건냈다.
***
안녕하세요, 하루를행복하게 입니다.
죄송스럽지만 또 염치없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제작년에 이어 이번에 또 출국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워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저도 무척 갑작스레 얻게된 기회라 많이 우왕좌왕 거리다 이렇게 이제서야 글을 남깁니다.
사실 가기 전에 충분히 완결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갑작스레 가게 된 만큼 준비해야할 것이 많아 완결까지 이르지 못했습니다.
두 달의 공백을 다 매우지도 못한 체 이렇게 떠나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6 개월 뒤 돌아오게 되면 반드시 완결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기다려주실 분이 얼마나 계실지, 얼마나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실지 모르겠지만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글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짧게라도 올려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많이 허접했던 '독신주의자'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6개월 뒤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오늘도행복하게♣
린새 꺅흐흐 나 미 azul 님 그동안 꾸준히 댓글 달아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했습니다. 6 개월 뒤 다시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첫댓글 얼른오세요 ^^* 좋은경험 되시길 바래요 ~ 그때까지 행복하세요 ! 화이팅
잘 다녀오시구요! 6개월 뒤에 뵈요~~!
아... 아쉽다... 잘 다녀오세요!!
잘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