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큐트라이온] 나의 남편

[큐트라이온]

30일 재생기간 만료

가사 뮤비

 

탁-

둔탁한 소음을 내며 키보드 위로 떨어진 커피잔.

어떻하죠……어떻게 해야 이런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신장병'

눈을 감았다 떠도 화면에 보이는 세 글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닦기 위함이었는지 제가 본 그 세 글자가 제대로인지 확인하기 위해 눈을 비볐는지는 몰라도

현실은 화면에 뜬 세 글자와 같이 변함이 없더군요.

"이거……흑……우리……우리 기주씨가 사준 노트북인데…………."

이렇게라도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부정하며 울고 싶었습니다.

흘린 커피가 키보드를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것 처럼 제 신장의 병도 번지듯 그렇게 커 가겠죠……?

누군가 어깨를 감싸안듯한 느낌에 눈물을 닦을새도 없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 따뜻한 체온에 심장이 멈추는 것만 같았습니다.

설마……설마……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의 남편일까…….

"……선……배……?"

그렇죠. 여기에 그 사람이, 나의 남편이 있을리가 없을테니까요.

그 사람이 여기에 오면 안돼는 것을 알지만 지금 내가 본 화면을 보면 안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사람의 욕심이란게

한순간 기대했다 꺼지면 더 커지는 법이라고 전 지금 제 뒤에 있는 사람이 나의 남자, 나의 남편이길 바랬습니다.

"남편도 아니?"

남편이란 두 글자가 얼마나 큰 일렁임을 가슴에 남겼는지…….

전 대답대신 조용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나를 봐달라 내가 아프다는 것을 알아달라 말하고 싶지만 사랑은 제 입을 막았습니다.

차라리 제가 아프고 말지 그 사람은 절대 아프면 안되거든요. 그 사람이 아프면 지금보다 더 아플게 뻔하니까요……

"남편이란 작자가 네 병도 모르는게 말이 돼!"

갑작스런 선배의 화난 목소리에 전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 되물었습니다.

"알……면……?그러면 내가 살 수는 있데? 그 사람이 알면 뭐 해결책이라도 나온데!!!!!!!"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

맞아요. 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남편이 어떻게 할지 뻔히 알기에 말하려 하지 않았던거에요.

그 사람이라면……나의 남편이라면……

"절대 안돼. 이 사실을 기주씨가 알게 된다면 선배가 말한 걸로 알겠어.

이걸로 끝내. 선배는 지금 아무것도 못 본거야. 그 사람한테 말했다간……나 가만 안있어!"

원망 아닌 원망.

어느 누굴 원망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

"보고싶다…보고싶어 기주씨…….흐흡…나 아픈데…너무 아픈데……."

……………………

………………………………

"본걸 또 보고하면 질리지 않아?"

남편의 물음에 저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잘 봐두어야 하니까요. 그래야……그래야 모든 걸 완벽하게 마칠 수 있을테니까…… 

"아니. 볼수록 새로운 느낌을, 감동을 가져다 주는 것 같아. 항상 우는데서 울고 어떻게 되는지 다 알아도

여기가. 여기가 너무 아파.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않을꺼야.

난 느낌으로 자기를 각인시켜서 꼭 알아볼꺼야. 왜냐하면 자기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기주씨, 들려? 나 아프데. 신장이 너무 아프데요.

난 말이야. 당신과 헤어져도 당신을 잊어야 한다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않을꺼야.

왜냐하면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의 남편이니까…….

"그래. 만약에 저렇게 되면 꼭 나를 기억해줘. 그래서 우리 이쁘게 다시 사랑하자."

대답대신 저는 그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살포시 안겼습니다.

그래야 제 볼 위로 흐르는 눈물을 가릴 수 있을테니까요.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숨겨야 합니다.

제가 자주 봐야하는 영화는, 오늘도 이렇게 본 영화는 내 머릿속의 지우개.

이대로라면 이렇게라면 모든 시나리오는 완벽해질껍니다. 그렇게 되면…… 

남편은 지친 저를 안아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힙니다. 아마도 제가 잠들었는 줄 알았나봐요. 

따뜻한 남편의 품에 안겨있다 차가운 감촉이 살에 닿아 전 남편의 품을 더욱 파고 들었습니다.

이제는 두 번 다시 안기질 못할 내 사람의 가슴이니까. 조금이라도 더……더 안겨있을래요.

제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는 남편의 손길에 전 이를 악 물어야 했습니다. 행여 울음소리가 새어나갈까……  

"사랑해, 희주야. 좋은 꿈 꾸고."

남편은 한참을 토닥여 주다 그렇게 저를 안고 잠에 들었습니다.

사랑한다는 그 한마디가 어찌나 그렇게 서글프던지……

남편의 가슴을 더더욱 이 아픔을 잊으려 더더욱 파고들어 울음을 삼켰습니다. 

"사랑해, 기주씨. 사랑해. 아파서 미안해…당신 끝까지 잡아주지 못해서 미안해…흐흑……

미안해… 미안해요… 당신 행복가져가서……."

"너 남편한테는 말했어?"

한참을 일하다 말고 뜬금없이 물어오는 선배의 질문에 저는 신경질적으로 펜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곤 원망스럽게 말했냐 물었던 선배를 노려봤습니다. 

내가 어떻게 진정시켰는데, 어떻게 참고 있는데……그걸 들쑤시는지. 

잠깐이라도 잊고싶은데 꼭 들춰야만 하는지…….

"선배. 그렇게 일일이 챙겨준답시고 물어오는거 주제넘는다고 생각안해? 

말하고 안하고는 내가 정하고, 내가 할 일이야. 이래라 저래라, 그런 관심 사양할게."

"그럼 내가 직접 네 남편 찾아가서 말할까?!"

말하지 말라고 말해야 하는데 왜 말이 안나오는건지……

저, 왜 이렇게 이기적인 여자일까요? 저, 왜 이렇게 못된 여자일까요?

남의 입을 통해서라도 알리고 싶은 마음하고 절대 알려서는 안된다는 마음.

참으려했던 눈물이 다시금 흐릅니다. 차라리…차라리 기억을 잃어버렸으면…….

그랬더라면 적어도 같은 하늘에서 살고 있는걸로 만족했을텐데……

쉬고싶기도 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선배를 피하고 싶기도 해서 저는 간만에 집에서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때마침 남편도 집에서 쉬고 있는지라 잘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은지는 꽤 시간이 흘렀지만 집중이 되지 않아 썼던 글을 쓰고 지우기를 수 백번,  

절로 기분좋게 만드는 달달한 커피향에 전 그나마 웃을 수 있었습니다. 

분명 남편은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 앉은 제가 걱정이 되어 제 옆으로 올테니까요. 아아…그의 향기가 나요.

"많이 힘들어?"

역시…… 향긋한 그의 내음에 살짝쿵 흔들립니다.

"아니. 힘들지 않아. 오히려 재밌는걸? 근데…기주씨."

"응?"

"아니야. 아무것도."

유혹에 이끌리듯 조심스럽게 말할까했지만 피곤해 보이는 듯한 제 표정에도 저렇게 근심 한가득 얹고 있는 

표정을 보자니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그를 힘들게, 아프게 할 수 없습니다. 그도 지금 충분히 아프거든요.

"앗! 하윽……"

"괜찮아? 너 지금이라ㄷ…"

"됐어! 괜찮아. 괜찮으니까 아무말도 하지마!"

갑작스런 통증에 전 가슴을 부여잡으며 주저앉았습니다.

언제 어떻게 또 봤는지 달려와 저를 부축하는 선배. 전 그의 친절은 바라지않습니다.

"아직도 말하지 않았나보군. 네 남편 의사라며!! 그렇담 적어도 무슨 해결책이라도 있을꺼아냐!!!!"

"선배가 뭘 알아!!!!!! 그 사람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마!! 절대 용서못해!! 내 곁에 있어주는 걸로도 감사한 사람이야.

선배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구!"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잡았는데……

이렇게 옆에 있어준걸로도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데…….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요. 나의 남편은요…몸이 약해요. 어머님께서 심장병으로 돌아가셨거든요.

대학교때 첫눈에 보고 반한 그 사람을 갖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행여 어머님과 같은 병으로 쓰러질까 얼마나 조심하며 사랑해왔는지…….

그 사람한테 어떻게 또 이런 충격을 줘요? 그런 사람을 어떻게 아프게하고 아픔을 줘요……

사람 잃은 고통을 아는 사람한테 전 또 다시 그 사람에게 같은 아픔을 줄 수 없어요.

등 뒤로 느껴지는 익숙한 따뜻함에 전 그나마 웃을 수 있었어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 사람, 나의 남편.

수술이 많았는지 몇 일만에 집에 들어온 나의 사람, 나의 남편.

"……왔어?"

"응. 혼자 심심했겠네, 우리 희주. 무섭진 않았어?"

"무서웠어. 너무……무서웠어."

네. 너무 무서웠습니다. 점점 심해지는 병의 진행에 언제 그 사람 앞에서 쓰러질까 무서웠습니다. 

아무 말도 없이 쓰러져 한 순간 그를 잃게될까 못보게 될까 너무 무서웠습니다. 

진심어린 제 목소리에 하얗게 질려가는 그의 표정을 보고 전 쓴 웃음을 삼킵니다.

저 여린 사람을 나만을 바라보는 저 사람에게, 나의 남편에게 어떻게 제가 말을 할 수 있겠어요.

"바보. 나 혼자 뒀으니까 벌 준 거야. 깜짝놀랬지?"

"하아…….유희주. 이렇게 걱정시킬래? 얼마나 놀랐다구. 그나저나 울보 희주가 오늘은 안울었네?"

기주씨……나요, 이렇게 울어요. 울고있어요.

당신 손을 언제 놓아야할지 몰라서 이렇게 울어요.

외로운 기다림 끝에 당신을 얻었다 생각하니 이렇게 또 포기하라네요……

겨우 얻었다싶은 당신의 마음을 다시 앗아가버리네요…….

"응. 신기하게 오늘은 눈물이 안나오더라구. 자기도 신기하지? 나도 신기해."

"어디 아픈건 아니지?"

나……많이 아파요.

내 몸이 내 심장이 너무 아파요……

당신 모르죠? 나는 죽음은 무섭지 않아요. 내가 왜 이렇게 아픈 줄 알아요?

죽음때문에 당신의 손을 놓아야 하기때문에, 당신의 사랑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기때문에 아파요……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덜 사랑할껄……그랬다면……그랬다면 이렇게 아프지 않았을까요……? 

"건강빼면 시체인 유희주가 설마 아프겠어?"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

요즘들어 부쩍 심해지는 통증에 언제 그의 앞에서 의식을 잃을까 쉽게 잠들지 못했어요.

오늘도 온 몸으로 느껴지는 통증에 저는 이를 악물로 몸을 뒤척였습니다.

그런 제 뒤척임에 남편도 잠에 들지 못했는지 물어오더군요.

이제……이제 시작해야 할 때가 된 건가요? 제 욕심을 거두어야 하는건가요……?

"무슨 걱정있어?"

"……기주씨."

"음? 우리 희주가 무슨 걱정이 있구나?"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짜며 겨우 말을 꺼냅니다.

기주씨, 나의 남자, 나의 남편……

"사람이 자꾸 깜빡하고 그러면 어디 아픈거야?"

"자꾸? 어떤식으로?"

"음……내가 해야 할 일을 잊는다거나 물건을 손에 들고 있으면서 한참을 찾으러 다니고. 뭐 이런식으로?"

차라리 정말 이대로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으면…….

"그건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잖아. 너무 걱정하지마. 너무 피곤하거나 심신이 지치면 그런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

"그래? 진짜지? 진짜지, 기주씨?"

"음~ 당연하지. 우리 희주는 나 못 믿어?"

"믿지. 근데……그런 일이 잦아지니까 불안해지잖아. 그래서……."

"걱정마. 요즘 너 일 많이 들어온 거 때문에 힘들어서 그런걸테니까."

"아, 다행이다. 역시 의사남편 둔게 좋아. 헤헤~ 고마워, 기주씨."

오늘도 이렇게 그의 품에 안겨서 흐르는 눈물을 힘겹게 감춥니다.

내가 너무도 사랑했던 사람,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나의 남편……

나 내일이라는 시간이 오지않았으면 좋겠어요.

조금만 더 이대로……이대로 있으면 안되나요? 이렇게 당신 사랑 욕심내면 안되는건가요……?

해가 뜨고 내일이 오면……그러면 우린 이제 준비를 해야해요.

당신에게 미안하지만 나 내일이면 당신을 놓아주렵니다.

"기주씨. 내 핸드폰 못 봤어? 대체 어딨는지 못찾겠어. 내 핸드폰으로 전화 좀 해주라."

"핸드폰?"

"응. 아무리 찾아도 없네?"

"핸드폰, 네 손에 있잖아. 희주야."

"어?"

해가 뜨고 내일이라는 시간 오늘이 오자 전 미친듯이 제 모든 물건을 찾으러 다녀야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희망을 찾듯이 그렇게 미친듯이 제 물건을 찾으러 다녀야했습니다.

"선배, 나 좀 잠깐 볼래요?"

복잡한 머리를 식히려 복도로 먼저 나왔습니다. 그런 제 뒤를 이어 선배가 따라나왔구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저를 바라보다 선배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커피 한 잔을 뽑아 제게 건냈습니다.

한 모금 넘기는 커피가 오늘따라 어찌나 그렇게 쓴건지……

"에~맛 없네. 역시 커피는 기주씨, 아니 우리 남편이 내려준게 제일 맛있다~!"

"하고 싶은 말 있어서 불러낸거 아냐?"

"이제 커피는 아무거나 못 먹겠네. 선배 내거 더 마실래?"

"유희주."

"알아. 보채지마. 말 할꺼야. 할 말있는거 맞는데……나……나 잠깐만이라도 욕심내면 안돼?"

왜 자꾸 그의 손을 놓아야 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려 보채는지.

나 잠깐만이라도 이렇게 그 사람을 더 생각하고 싶었고, 더 시간을 끌고 싶었어.

그러니까 선배, 나 보채지마. 나 지금 죽을만큼 힘들어……그거 힘듦참고있는거야…….

"나 끝까지 그 사람한테 말 안할꺼야. 대신에 그 사람 떠날꺼야. 이게 내 결정이야."

"뭐……?"

"그 사람 보내줄꺼라구. 그래서 불렀어. 내 부탁 하나 들어줄 수 있어?"

"별 거 아닌일로 두 번 다시 사람 불러내지 않았음 좋겠군."

"별……거?선배한테 별거 아닌게 어떤건데?"

저를 지나쳐 가는 선배를 향해 돌아서 그의 눈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이게 별거라니……어떻게 말을 그렇게 해……나한테는 있지, 선배. 나한테는 너무도 힘든 일이야…….

왜……왜 아무도 몰라주니……왜!!!왜!!!!!! 그 사람을 욕심낼 수 없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건데……

"나 이렇게 부탁할게. 나 정말 못된 여잔거 알아. 정말 이기적인거 아는데 선배 마음 이용할래. 이용하고 싶어."

"너……!!"

"나 알고 있었어, 선배 마음. 오래전부터 나 좋아했던거. 근데……나 아직도 사랑하잖아.

그래서 이렇게 부탁할게. 나를 사랑한다면 사랑했다면 나의 남편이 되어줄래……?"

나의 남편은 오직 그 사람뿐이지만 내 옆의 또 다른 남편이 있어야 한다면 설령 그게 거짓이든 간에

그게 선배이어야만 해. 그래야 그 사람 나 보내줄 수 있을테니까……

그 사람은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뭐든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부탁할게……

"기주씨~ 원래부터 이렇게 요리잘했어요?"

그렇게 보지마, 기주씨.

당신이 그렇게 슬픈 눈으로 안타까운 눈으로 본다면 나는 미칠 것 같아.

말하고 싶은데 다 말하고 당신 옆에 더 있고 싶은데! 그럼……당신…………

손을 베고 데이면서 어렵게 내게 요리를 만들어 준 나의 사람, 나의 남편.

나……이거 먹고 당신 행복하게 보내줄게. 나 이 행복가지고 잘 싸워볼게.

"엄마. 나 결혼하고싶어요."

"뭐야?"

"나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요. 허락……해주세……요."

말을 꺼내자마자 나의 얼굴은 둔탁한 소음과 함께 돌아갑니다.

엄마. 사랑하는 우리 엄마……엄마가 눈물을 흘리시며 저를 보더군요.

"네가……네가 어떻게 김서방을 두고 이래!! 네가 어떻게 이래!!! 희주야. 아가……왜 이래……왜 이러는거니……흑!"

엄마……나도 힘들어.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거 아니야.

근데 아무한테도 내가 아프다고 말 못하겠어……

엄마가 알면 그러면 그 사람도 알게 될테니까……그럼 내 모든게 헛수고가 되잖아……?

엄마 미안해. 미안해요……

"받아라!"

엄마가 던진건 갈색 서류봉투였습니다.

벌써 모든게 끝이난건가……?

알면서도 조심스럽게 꺼내든 하얀종이를 본 순간 제 가슴은……

"희주야!!!!!희주야!!!!!!!!!!"

너무 아프더군요. 생각한 이상으로요.

이혼절차가 잘 마무리 되었다는 서류를 본 순간 내 몸이 내 심장이 아팠습니다.

얼마나 잤을까? 서서히 눈을 뜨자 보이는건 온통 하얀 방이었죠.

천천히 시각이 잡히고 보이는건 제 팔목에 꽂혀있는 링겔.

그리고……

"뭐……야?엄마야? 엄마가 나 여기로 데려왔어!!!!"

"희주야!"

"엄마 왜이래!!! 어쩌자고 여길 와! 왜 하필 이 병원인건데!!!!왜!!!!!!!!!!!!!"

제가 누워있는 이곳은 그 사람……

이제는 감히 입에도 올릴 수조차 없는 나의……남편이 일하는 곳이었습니다.

이제야 모든게 끝났다싶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건지……

하늘이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아픈 제가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여기 온 건 엄마도 미안해. 하지만 김서방한테……"

"엄마!!!!!!! 엄마 나 죽는 꼴 보고싶어요? 내가 어떻게 여길 와!!! 어떻게 그 사람한테 나를 보여!!!!!!!"

"너……희주, 너……!"

"……흐흡! 엄마……엄마 나 기억 잃은거 아니야. 아닌데……그렇게 해야만 해.나 그 사람 잊어야 돼……"

모든 사실을 다 말하고 엄마와 전 서로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하늘을 원망하던 엄마는 못난 저를 탓하며 그렇게 또 같이 한참을 울었습니다.

겨우 안정을 찾고 전 또 다시 찾아오는 커다란 고통에 몸부림을 쳐야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자 엄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잠시 자리를 비우신거 같아요.

적막한 병실에서 창 밖을 내다본 적 있으세요?

다른 사람들은 다 행복하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활보하고 다니는데 나만 죽을 날을 손 꼽아 기다려야 하는 이 심정.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 사람들을 보며 이를 악물어야하는 이 심정.

드르륵- 문 열리는 소리에 엄마가 돌아오신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나의 남자 나의 남편의 향기를요…….

순간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자……자네가……"

"……어머님. 희주……우리 희주 왜 저기에 있는겁니까? 예? 우리희주 결혼한다고 좋아했잖아요!!!!"

"신장이 좋지않다네. 벌인게지. 어쩌자고 김서방을 잊고 결혼을 한다고……"

당황하신듯 했던 엄마가 잘 돌려 말해주시고, 곧이어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전 들리지않게 조용히 돌아누우며 또 다시 그렇게 눈물을 삼켰습니다.

온 몸으로 느껴지는 고통보다 더한 고통.

잡을 수 있는 곳에 그는 있는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돌아서야하는 참아야하는 보내야하는 마음……

"……희주야……"

"흐흑……엄……마……엄마, 나 어떻게 너무 아파. 너무 아파서 미칠 것 같아……엄마……흑……

나……나 그 사람이 너무 보고싶어……그 사람 보고싶어, 엄마……흐흐흑……"

하늘아, 그 곳이 좋아 나를 부르는거니?

네가 아무리 좋다한들 나는 아직 내 사람 옆이 더 좋은데……네가 질투를 하는 것일까?

하느님.

하느님 다음 생에는요, 그 사람도. 나도. 우리 안아프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랑하게 해주세요.

아파도요 절대 다음 생에서는 제가 먼저 그 사람 손 놓지않게 해주세요……

내가 먼저 놓아버리는 건 이번으로 족하니까요……

"그게……무슨 소리야? 기증? 누가? 어떤 사람이 기증을한데!!"

"아니 얘가 왜이래? 너 이식받아서 살면 이렇게 아파하지 않아도 되잖아! 너 김서방하……"

"엄마!!!!!!"

왠지 불길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싸고 돕니다.

하루 빨리 이 병원을 떠나야했습니다.

그 사람이 알기 전에요, 그 사람이……

"유희주씨. 너무 걱정마시구요, 천천히 천천히 숨 쉬세요.네, 좋아요. 긴장마시구요."

그 사람이 실행에 옮기기 전에요.

"아버지. 우리 희주 부탁드립니다……"

그의 간절한 목소리에 앞이 뿌옇게 변하면서 서서히 눈이 감겼습니다. 

이 바보같은 사람이 자기가 위험한데도 이럴 줄 알았으니까요……

제가 그렇게 힘들게 보낸 이유가 없어지잖아요……

이 사람이 이 세상에 없고 저만 살아간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차라리……차라리 제가 아픈게 나아요. 차라리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다는걸로도 전 만족해요.

그러니까 아버님……

"아버님. 우리 기주씨 부탁드릴게요……"

삼주 후.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합니다.

전 눈을 뜨자마자 그 사람의 존재부터 확인했습니다.

아직 회복이 되지않은터라 엄마도 주치의도 말해주길 꺼려하는 것 같았습니다.

순간 제 심장은 멈추고 시간은 멈추어 버렸습니다. 제 옆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그를 볼때로요.

그때라도……그때라도 깨웠어야했습니다.

"……ㅎ주씨! 희주씨!!!"

누군가 저를 흔드는 느낌에 정신을 차리고 바라보았습니다.

엄마도 의사도 웃습니다.

"기주는 걱정마세요, 제수씨. 그 녀석 지금 회진돌고 있으니까요."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아아……하느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요, 그 사람 옆에서 평생을 사랑할꺼에요. 제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너무 감사해요."

고마워요, 기주씨.

이렇게 또 다시 사랑 할 수 있게해줘서. 살아줘서……

"이것아, 앞으로 네 건강 좀 잘 챙기고!"

멀리 반대편에서 보이는 한 사람. 하얀가운이 너무도 잘 어울리네요.

아직 얼굴이 많이 좋아보이진 않지만 분명 저기 서 있는 사람. 나의 남자, 나의 남편.

병실로 찾아온 선배를 보고 아차싶었습니다. 

한 순간이었지만 선배에게 너무 모질었던 나. 너무 미안했어요.

나도 사랑을 하면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용하려 했다니……

"치~ 내가 어린앤가? 알겠어요. 주호씨, 나 퇴원한 기념으로 회 먹고싶어요~"

위험한 시도를했던 남편이 미워 골려주려고 마지막까지 선배를 이용했습니다.

네, 저도 제가 나쁜여자인거 알아요. 하지만요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한가봐요.

미안한걸 아는데 내 사람을 위해서 또 선배를 아프게 했거든요.

병원 밖으로 나오자 환하게 쏟아지는 햇살과 귀볼을 간지르는 바람에 제가 살았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일 할 수 있었습니다.

"퇴원, 축하한다……"

"……선배"

"그리고 네 남편 수술이 잘 끝난것도."

"선배!!"

"어머님이 울면서 미안하다 죄송하다 하시며 말씀해주시더군."

"엄……마가요?"

"피식- 나도 드디어 너를 잠깐이나마 내 사람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싶었는데 또 이렇게 뺏기는군."

"미안해요, 선배."

"미안하면………"

선배는 어느 때보다도 활짝 웃으며 제 머리를 흐트리곤 말했습니다.

"미안하면 네 남편과 아프지말고 오래오래 사랑해라. 내가 질투할만큼."

"선……배……흑!"

"울지말고 들어가봐라. 난 이만 간다!"

멀어지는 선배를 보면서 전 다시 한 번 미안함에 울어야했습니다.

선배……다음 생에는 나보다 더 멋진 여자를 먼저 만나 사랑해요.

선배……꼭 행복하길 빌게요……. 고맙습니다, 선배.

한참을 선배의 뒷모습이 작아질때까지 보다 전 다시 병원으로 걸음을 돌렸습니다.

나의 남자, 나의 남편이있는 곳으로요. 

이젠……두 번 다시 제가 먼저 손 놓지 않을꺼랍니다. 무슨 일이 있던간에요. 

왜냐하면 그 사람은……

나의 사랑 나의 남자 나의 남편이니까요.

- THE END -

나의 아내와 나의 남편을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전하구요.

다음에는 주호라는 멋진선배 이야기를 들고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길고 긴 제 글을 읽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쓰리댕]

꺅 너무 잘 되서 다행이에여!!

[큐트라이온]

원래는 나의 아내서부터 새드로 갈 생각이었지만 헤피를 좋아하는지라..ㅎㅎ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

[진라임]

아... 진짜 너무 슬퍼여...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이 또 있을까요? 나보다 너를 더 위하는..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가 생각나요! 저 그거 보고 너무 슬퍼서 울었는데.. 큐트라이온님도 혹시 그 영화를 보신 건가요? 아무튼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주호 선배 이야기도 너무 너무 기대돼요!!! 저 슬픈 거 무지 좋아하는데.. 큐트라이온님이 슬픈 소설 중편으로 연재하신다면 바로 달려갈게요!!!! 저 님 팬이에요.

[큐트라이온]

제가 중편에는 너무 약한지라....능력이 된다면 한 번 도전해보겠습니다. ^^ 제 글을 좋게 봐주시고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슬픈연꽃비향]

꺄아 ㅠ_ㅜ완전잘되서다행이에요!좀더뒤에연결되는내용이길면좋앗을텐데~써주세요 ㅠㅠ눈물펑펑흘렷음눈붕어대싸ㅡㅁ

[큐트라이온]

여운의 묘미가 아닐까요? ㅎㅎ 감동깊게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구요, 앞으로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쁘이이이]

아잘되서다행이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말잘봤어요

[큐트라이온]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구요, 앞으로두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맛난ⓘ쮸크림♬]

번외가 있는줄도 보르고 본편에 '기다릴게요'를 쓰고 왔군요 이런...;; 무튼 희주와 기주 다시 잘된것같아서 무진장 기뿌네요ㅠㅠ

[큐트라이온]

제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3년만더줄께요]

아정말 재밋게읽엇어요!ㅠㅠ 희주가 죽을까봐 걱정하며 읽엇는데 다행이네요!ㅋㅋㅋ 아 저도 주호선배 번외도 기대되요!^_^

[큐트라이온]

재밌게 읽어주셨다니...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앞으로두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거친개미]

후어어어엉 눈물

[큐트라이온]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