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2)
주로 다방 메뉴에는
값싼 커피와, 반숙이 있었고
쌍화차, 주스. 목장우유는
좀 비쌌다.
오후에 음악다방에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고픈 배를 달래고
음악도 듣고 하려면
계란 반숙이 최고였다.
해서 비릿한 반숙 하나씩 시켜놓고
그때부터 저녁 먹을 때까지
죽친다.
먹을 건 아껴도
담배 만은
"청자" 꼬나물고
눈을 지그시 감고
목을 비스듬히 뒤로 재키며
있는 폼 없는 폼
다잡고 음악감상해도
고픈 배는
연신 꼬르륵 거린다.
이렇게 네댓 시간 이상을
죽치다가
다방 종업원들의
따가운 눈초리와 함께
빗자루를 들고 와서
없는 먼지를 쓸고 털며 나가 달라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고
어둑해지고
집으로 갈 무렵
지금이야
깔끔하게 더치페이하고
나가도 뭐랄 사람 없지만
당시엔 쥐뿔 없어도
내 먹은 것만 내고 나가는
더치 페이는
얌체란 생각이었고
사나이 세계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해서 커피값은 제일 먼저
카운터를 통과하는 사람이
몽땅 뒤집어쓰는 게
당연지사이다.
이런 사정으로 서로 커피값
내지 않으려
기상천외한
묘안들이 속출하는데
함께 일어설 때
하필 고 때 신발끈을 다시 메며
머뭇거린다던가
카운터 앞에서
지갑을 찾는 척 주머니 이곳저곳 뒤지며
친구들이 커피값 낼 때까지
허리우드 액션을 취하고
그 친구가 돈을 찾을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리면
바지춤 구석진 비밀 주머니에서
때 묻은 돈을 찾아내어 손에 들고
멋쩍게 웃으며 계산하기도 하고
책 한 권을 탁자 구석에 두고 나가다
카운터 도착 직전에
"아차! 깜박했네"
라며
다시 되돌아간다거나
미리 화장실 가서 기다렸다가
계산 다 끝날 때쯤
나타나서는
"어이! 커피값 내가 계산할게"
라고
설레발을 치기도 하는 등
가히 그 노력은 눈물겨웠다.
세월이 흘러
꿈에도 올 것 같지 않던
국민소득 3만 불 시대 끝자리에
목숨 부지하게 되었고
이제 다방커피값 정도는
누구나 낼 수 있을 정도로
주머니 사정은
두둑해졌건만
그 시절의
친구들도
음악다방도
정겹던 노래도
반숙도
모두 꿈결 속으로
사라지고
그리움만 남았다.
글/벽창호
첫댓글 ㅎ 반숙 즐겨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계란 특유에 비린 냄새가
났지만 그래도 고소한 맛이 있었지요^^
오랫만에 들어보는 추억의 멜로디가 감미롭습니다.
...
언제 들어도 그리움이 깃들어 있는
노래이지요 ^^
추억을 상기 시커주신님 고맙고 감사
빵집 애기도 해주시요 잘읽고 웃고갑니다 ㅎㅎ
건강건필 하십시요
감사해요
고교 시절에는 주로 빵집이긴
했지요 ㅎㅎ
그때 그시절엔
음악다방이 있었지요
넘 잘 이용했지요
음악듣고 수다떨고
추억에 머물게 하네요
우리들의 아지트였지요
지금은 왜 모두 없어젔을까?
아쉽기만 합니다.^^
ㅎㅎ오늘도 웃음으로 시작~~
지나간 추억이지만 한때의 시절,,
음악 다방,,,음악에 얽힌 스토리, 낭만은 지금도~마음이 설레임다 ㅎ
창호님,,그림그리듯 글을 써주시니,
웃음이 나오네요
배경음악도 추억을 불러내주시구요ㅎ
♬ Try to Remember 음악을 올려 주시니
한때 불리어지던~그 시절,,
아련히 그때로 돌아가봄다
학교 처음으로 부임해 간 중.고등학교..
지금 그소녀 소년들은(제가 이 노래를 알켜준)
할망구 할아범이 되어있을텐데,,
선생과 제자 나이차이가 별로 없었기에ㅎ
그러시군요
초임 처녀 선생님이셨다면
여드름 숭숭난 남학생들에겐
우상이었겠습니다. ㅎ
그시절의 추억들
음악이 있는 다방은
우리들의 안식처 라고도
했는데 아련한
추억 소환 또 합니다
정말 많이 다녔지요
이제는 추억 밖에 남은 게
없네요^^
ㅎㅎㅎㅎㅎㅎ
차값을 서로 미루는 표정의 글이 잼나네요
우리는 야 오늘은 니가 내라 라고 말하고 모자라면 공출 하여 거둬 내고
그랬죠 ㅎㅎ 청자 담배 눈에 익고 귀에 익은 단어에 웃음 띠어봅니다^^
공출을 하셨네요
합리적인 일을 총대를 메는 사람이 없어
우린 못했답니다.^^
그 때는 그런 일이 다반사였었었지요.
서로 미루는 더치페이 형태 지금이야 웃으며 회상할 수 있지만 그 때는 눈물겹도록 아픈 이야기일 수도 있었었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