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이 옳아도 시기를 놓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가인어월이구익자(假人於越而救溺者)’라 한다.
노(魯)의 왕이 제(齊)와 월(越) 사이에서 위협을 받게 되어
사신들을 진(晉)과 초(楚)로 보내어 구원군을 청하려 하자
신하가 ‘불이 났는데 바닷물을 끌어다 쓰고자 한다면
바닷물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멀리 있으니
불을 끌 수 없다.’라고 한 데서 유래했다.
진이 강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가까이 있는
적수인 제가 침공을 할 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원전은 한비자에 전한다.
우리 속담에 ’ 사또 떠난 뒤에 나팔 분다 ‘는 말이 있다.
사또가 행차하면 마땅히 앞에 오고 있을 때
나팔을 불어야 칭찬이라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나간 뒤에야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도리어 잘못하다간 사또를 무시한다고 여기거나,
놀린다고 오해하여 노여움을 받아 혼쭐날 염려도 있다.
야구에서는 투수가 빠르게 던진 공을
타자가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서 매트를 휘둘러 볼을 친다.
보통 공이 시속 140km 이상으로 날아오는 것을 육감적으로 판단한다.
공을 치지 못하게 시각적 혼란을 유발하는 자와
공을 노려보며 쳐내야만 하는 자와의
교차된 상황 속에서 순간타이밍을 잡는 게임이다.
타이밍은 어떤 일에든지 최소한 한 번의 기회는 주어진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 한 번의 기회조차 없다면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무엇인가 만들어질 때는 누군가에게 필요할 때가 있기에
존재해야만 하는 ‘예정생성’의 타이밍을 통해서 세상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절묘한 접촉의 한 순간은 버섯포자부터
고등동물까지 한 순간일지라도 그 생성의 순간을 거친다.
이 순간을 지나지 못한 것들은 존재기회를 갖지 못한다.
좋은 타이밍을 만나게 되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타이밍을 만나는 핵심은 시간이다.
좋은 타이밍은 그 결과가 프러스적 결과를 갖는다.
예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던져서 전달하는데
던지는 사람의 손을 떠나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떨어뜨리지 않고 받는 사람 손에 잡히기까지의 과정이다.
이 두 사람은 같은 목적으로
시간이란 물질을 인식하고 타이밍을 전달하고 전달받는다.
불이 났는데 그 불을 끄겠다고 몇십 리,
혹은 몇백 리 떨어져 있는 바다에까지 가서
물을 길어다 불을 끌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급한 대로 한 바가지의 물이라도 재빨리 불이 난 곳에 뿌려야 한다.
불길이 번지고 나면 아무리 많은 물도 소용이 없다.
때를 잘 사용하는 자는 그렇지 않은 자보다
그 원하는 바를 얻을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다.
자연적으로 주어지든 인위적으로 만들든,
기회는 앞에서 잡는 것이지 지나간 다음에는
’ 기회‘가 아니라 ’ 후회‘가 된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은 쉽지 않다.
몇몇 무모하거나 용감한 사람들은 이 기회를 스스로 만들려고 한다.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진다면 그는 성취자가 되고,
그렇지 못하면 무모한 자가 된다.
배움도 그렇다.
소년이로학난설(少年易老學難成)이라 했다.
배우는 것이 어려울지라도 젊어 배워야
그 배운 것을 제대로 쓸 기회가 많다.
당장 필요한 것이 있어서 나이가 들어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배움은 나이가 들기 전에 해야 전체적 생산성이 높아진다.
물론 나이가 지긋하게 들어 배울 때 그 깊이와
오묘함을 제대로 알게 되는 배움도 있다.
이럴 경우에도 젊어 기초가 잘 되어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깊이와 가속력이 주어질 것이다.
기회는 찾고자 하는 자에게 그 기회가 열린다고 했다.
일생을 걸고 큰 기회를 스스로 만들 수도 있다.
평범한 일상의 주어진 시간에서 하나씩 하나씩 한 부분일지라도
자기에게 필요한 기회로 만들어갈 수도 있다.
다만, 이 기회가 자신과 동체(同體)가 되어
하나로 움직일 때 그 기회는 진정한 기회가 된다.
이 기회란 그 계획한 설계도대로
무언가를 완성하여 만들어내는 행위의 과정이다.
계획이 아무리 화려해도 행동을 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생활 대부분이 이 타이밍을 잘 잡느냐 못하느냐의 연속이라 할 것이다.
모든 일에는 기한과 때가 있다고 성경 전도서(3장)는 전한다.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시킬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 할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사람이 행하는 행위의 정당성은
그 행위를 하게 된 타이밍의 적절함에 있음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