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놀이님의 도마를 보고
김 난 석
자유방의 진품명품 열전에 나무도마가 들어왔다. 지리산 기슭 구례에 산다는 회원이 입상자 부상품으로 협찬한 것이라 한다. 협찬자의 이름이 나무놀이라는데, 나에겐 그 이름이 범상치 않다. 엊그젠 허름한 이웃집 건물을 혼자 리모델링해줬다 하니 더더욱 그러하다.
서양사는 헤브라이즘에서 발원한 기독교문화가 원류다. 기독교문화라면 그 정점에 예수를 떠올리지만 그의 아버지 요셉도 있다. 그는 목수였다 하니 나무놀이, 흙놀이와 연관된다. 성경에선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빚어 생명을 불어 넣으셨다 하니 더더욱 그런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그와 연관된 개념이 있다. 바로 치우다. 그는 고대사회에서 엄청난 괴력을 발휘한 인물로 전해지는데 만능달란트를 가졌었다고 묘사되니 나무놀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에 유래해 오늘날에도 전통적 언어생활에선 목수를 지우라 부른다. 나의 부친도 육이오 때 낙향해 장씨인 장지우를 불러 집을 지었다.(하루 품삯으로 쌀 한 말)
인류의 역사는 놀이라 한다. 네덜란드의 문화사가 호이징어의 말인데 그는 인류사의 모든 걸 놀이로 본다. 그래서 나무놀이란 이름을 심상치 않다고 해보는 것이다. 돌을 다루던 걸 석기시대라 하고 쇠를 다루던 걸 철기시대라 하듯 나무놀이를 따로 떼어 부른다면 목기시대가 될 터인데 그렇듯 생명 없는 것들에 혼을 불어넣어 생활용품으로, 예술품으로 만들어 내는 건 인류의 문명문화사와 떼어놓을 수 없다.
목석(木石)은 나무와 돌을 말한다. 나무나 돌과 같이 감정 없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무런 감정 없는 마음씨를 목석간장이라 한다. 목석 중의 나무는 실가지 늘어뜨리고 한들거리는 일도 없고 땅 밑으로 뿌리 내리는 힘찬 역사(役事)도 없다. 하늘을 받치는 우람한 자태도 아니니 잎새도 뿌리도, 또 생명력도 없는 통나무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것도 자연의 일부요 문명의 한 소재이기에 거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인간의 몫이기도 하다. 세상에 태어났으면 갈고 닦으라(鍊磨) 했으니 그렇지 않으면 한개 통나무에 지나지 않으리라.
통나무 한 토막 뒹굴어왔다
영락없는 통나무였다
생김생김이 그랬다
땅에서 자랐는지 바다에서 솟았는지
구비 진 나이테는 또 왜 그 모양이던지
아유타국 공주 맞던 설렘으로
분황사탑 다듬던 대목(大木)의 마음으로
고이고이 맞아들였다
여인상을 만들려 들었는데
사르르 여닫는 입술 빚어 이브라 할 참이었는데
보르르 떠는 가슴 올려 마돈나라 할 참이었는데
초롱한 눈망울 박아 샤로테라 할 참이었는데
나의 베아트리체라 할 참이었는데
허나, 통나무는 목수를 잡아 뒤흔들고 말았으니
허튼 손찌검을 거부함이던가
통나무이기를 고집함이던가
흩어진 끌밥 모아 가슴을 덮고
밀어 내린 대패 밥 입술에 얹어보니
통나무는 영락없는 통나무가 되는 구나
아름다운 인연은 따로 있는 법
신기(神技) 들린 목수 다시 끌 끝을 세우는 날
통나무는 그제야 변신도 꿈꾸리라. / 졸시 ‘미완(未完)의 변’ 전문
노장사상의 요체는 복귀어박(復歸於樸)일게다. 통나무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온전성이나 조화에 흠을 내지 말라는 것이기도 할 게다. 그런 연유로 사람들은 원형을 그리워하는 것일 게다. 그런 줄도 모르고 무엇을 만들고자 하였으니, 그런 줄도 모르고 무엇이 되고자 몸부림도 쳤으니, 온전한 것이 내 앞에 놓여 진다면 이런저런 고뇌는 할 것도 없으련만.
어느 날 통나무 하나가 뒹굴어왔다. 내가 바로 그 통나무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부지런히 다듬어 무엇을 만들고자 했다. 나를 그렇게 다듬고자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쉬이 되는 일은 아니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끌밥을 긁어모았다. 이제껏 하는 일이란 고작 그런 것이었나 보다. 그래도 위안을 삼는 건 통나무, 그것이 있기 때문이려니 너의 존재요 나의 생명인 것이다.
아이야!
가슴 가득 밀려오는 그 무엇인가로 인해
돌덩이 같은 초조함과 중압감을
흐르는 물과 세월로 씻어내려는 모습에서
통나무와 여인상을 드나들고 있는 고뇌를 본단다.
온전한 것이 제 앞에 놓여 진다면
이런저런 고민은 할 것도 없으련만
스스로 사랑해야 하리라
스스로를.....
* 樸 : 통나무 박
첫댓글 지난 글에 나무놀이 이야기를 덧붙여 봤습니다.
보잘것 없는 통나무가 나무 놀이님 손에 들어가니 기막힌 예술품이 되네요
맞아요
실용품도 되고요.
나무놀이님의 닉 배경이 범상치가 않으시지요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의 창조력이 오늘날
인류를 요정도라도 발전시킨 이유라는 말도 기억
납니다.. 장인 나무놀이님의 도마, 주부9단인 저
도 탐이 납니다ㅎ
구봉님은 제가 빕먹을 때마다 딩동하니 이게 ㅁᆢ슨 인연일까요..
저는 5단쯤 되는거 같은데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에 고마워요.
요리가 절로 재미나겠어요
두개 정도 장착하고 아싸 요리 하고파요
정말 정말 먹는것 좋아하는 친구가 부산에서 제일 큰 시장에서
도마를 구입 두개나 주더군요 잘 사용중인데
이쁘지는 안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