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당’ 바람이라니... 이게 나라인가?
이 도 선 (李 道 先)
변화무쌍하기 그지없는 정치판이지만 우리 정치는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제22대 총선 정국에 느닷없이 조국혁신당 바람이 부는 것만 해도 그렇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정치판에 뛰어들려고 더불어민주당을 기웃대다
여의치 않자 부랴부랴 급조해 대표를 꿰찬 비례대표 전문 정당이 조국당이다. 속셈은 뻔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처럼 ‘국회의원 방탄’을 치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청와대 감찰 무마,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2심에서도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 판결만 남겨 둔 상태다.
조 대표는 서울대 법대 교수에서 문재인 정권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된 후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될 때만 해도 잘나갔으나 국회 인사청문회와 언론 취재 과정에서 비리가 고구마 줄기 캐듯 줄줄이 터지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결국 35일짜리 단명 장관에 그쳤고,
과거 좌파 논객 행세 하며 우파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퍼부은 독설들이 바로 자기가 저지른 비리들에 딱 들어맞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란 신조어와 함께 내로남불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내로남불은 미국 뉴욕타임스가 한국 정치를 조명한 기사에서 한글 발음을 알파벳으로 옮긴 ‘naeronambul’로 표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 조 대표의 1호 공약이 ‘한동훈 특검법’이다. 고발 사주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건, 딸 논문 대필건 등 하나같이 전 정권의 친문 검사들과 현 정권의 야당 의원들이 죽어라고 파헤치고도 꼬투리조차 못 잡은 사안들을 주구장창 우려먹으려는 심보다.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빌기는커녕 없는 죄도 만들어 뒤집어씌우고 물귀신 작전을 펴는 게 그가 말하는 ‘비법률적 명예회복’인가? 입시 비리의 대가인 그가 ‘대입 기회 균등’을 공약으로 내걸다니 기함할 노릇이다. 20대는 “조국의 출마 자체가 입시 사기 2차 가해”라고 비웃는다.
조국당에 가담한 면면은 그야말로 유유상종이다. 비례 1번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 2번 조 대표, 8번 황운하 의원 등 현재 수사나 재판을 받는 사람이 10위 안에만 4명이다. “국회가 현대판 소도(蘇塗, 죄인이 달아나도 붙잡지 못하는 삼한 시대의 성역)냐?”는 힐난이 빗발치는 배경이다. 이런 자들이 ‘검찰 개혁’을 외치는 희극 아닌 희극이 버젓이 전개되는 곳이 우리 정치판이다. 법원에서 유죄 판결 받고 왜 ‘검찰 독재’ 운운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특히 박 후보는 조 대표 뺨치는 내로남불 끝판왕이다. 박 후보와 남편 이종근 변호사는 재산이 9개월 만에 8억6000만원에서 49억8000만 원으로 6배 가까이 급증해 물의를 빚었다. 서울서부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이 변호사가 피해자 10만 명에 피해액 1조1900억 원인 초대형 다단계 사기 업체에서 받은 22억 원을 비롯해 다단계·코인 사기 관련 업체 등에서 닥치는 대로 수임한 결과다.
현역 시절 다단계·유사 수신 사건 전문가로 1급 공인 블랙벨트를 따고 퇴임 후에는 가해자들 변호로 거액을 챙긴 화려한 변신에 “피해자들의 피눈물 묻은 돈으로 치부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변호사 개업 당시 ”주부·노인 등 안타까운 다단계 피해자 편에 서겠다”던 그의 다짐이 한없이 공허하게 들린다.
박 후보는 남편의 수임건수가 160건이라며 “전관특혜라면 160억원은 벌었어야 한다”는 발언으로 범국민적 분노를 샀다. 친문이든 친윤이든 160건 수임 자체가 최상급 전관예우란 지적에는 귀를 막고, 한 위원장이 “그런 고액의 단일 사건 수임료는 본 적이 없다”고 직격하고 고소득 변호사들조차 “위화감 느낀다”고 해도 마이동풍이다.
10년 전 국무총리 후보인 안대희 전 대법관이 고액 수임료 논란으로 낙마하자 “깔끔한 처신”이라며 청와대의 무감각과 무능을 질타했던 조 대표가 이번에는 “전관예우로 보지 않는다”며 박 후보의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역시 내로남불 원조답다. 박 후보는 윤 총장 감찰 비리로 해임되기에 앞서 연가, 병가, 휴가 등을 계속 내며 1년 9개월 동안 한 번도 출근하지 않고 봉급만 꼬박꼬박 받아 “세금 도둑”이란 비난도 듣는다. 검사 시절 4번 좌천됐으나 하루도 결근하지 않은 한 위원장이 출퇴근 감찰을 받은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조국당에는 조 대표와 박 후보 말고도 내로남불이 득시글댄다. 이런 ‘내로남불당’이 지지율 돌풍이라니 가당찮다. 하긴 민주당도 못지않은 내로남불이다. 그중에서도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가 대표선수다. 양 후보는 문 정권 때 앞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더 조이자고 떠들고 뒤로는 20대 대학생 딸을 사업자로 둔갑시켜 11억원을 대출받고도 “피해자가 없으니 사기 대출이 아니다”라고 우기고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관철시키겠다”고 되레 큰소리다. “후보 개인 문제”라며 ‘나 몰라라’ 하는 당도 도긴개긴이다.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에 설득력이 실리는 이유다. 이들 내로남불족(族)을 청산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 4·10 총선이 그 기회다. 깨어 있는 유권자들이 본때를 보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