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입덧을 하느날
나도 입덧을 하는지 속이 메스껍고 토할 것 같아
입을 틀어막고 나도 나가서 구역질을 하고 입을 헹구고 다시 방으로 들어옵니다.
"뭘 닮은게 없어서 입덧하는것 가까지 닮아?호호호"
라고 아내가 놀립니다.
그날 우리는 태백 산부인과에 갔다왔는데 틀림없이 임신입니다.
나는 뛸듯이 기쁘고 아내 또한 보람이 있는지 기뻐하면서
그때부터 밤에 일어나 부엌으로 가서 찬밥을 꾸역꾸 역 먹는게 아닌가?
"이상하게 너무 배가 고파"
라고 합니다.
"자기 뱃속에 거지가 들어있는가벼"
라고 내가 놀리자
"호호호 아마 12명도 더 뒬걸요? 호호호"
밥을 많이 먹어 그런지 아내의 얼굴이 더욱 뽀얗게 피어오릅니다.
나는 아내가 무거운 것은 절대로 들지 못하게 하고 가벼운 일만 운동삼아 하라고 하였습니다.
어내의 배가 점점 불러 오는데
`아기를 어디서 낳지?`
걱정이 됩니다.
이곳 덕풍마을 사람들은 일을 하다가 밭에서 아기를 낳기가 보통이었다고 합니다.
그 소리를 듣고 우리도 그렇게 할까? 라고 생각하지만
만일 어떤 어려운 일이 생긴다면
여기는 병원도 없고 차도 없는데 보통 큰 문제가 아닐수 없습니다.
아내의 배가 점점 더 불러오자 풍곡의 이장님은
"우리4명의 아들들을 내 손으로 받아냈답니다.
부탁할 일이 있으면 전화주세요"
라고 하는데
나는 아내의 몸을 다른 사람이 보고 만진다는게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1991년 7월이 되자 아내의 배가 만삭입니다.
"자기야 우리 성당에 가서 우리 결혼시켜 주신 조마태오 신부님에게
방 하나 얻어달라고 부탁을 드리자. 신부님은 신자들의 집을 자주 방문하시기 때문에
누구의집에 방이 있다는 것을 잘 아실꺼야"
라고 하면서
7월 7일경 뚱뚱한 아내를 데리고 6km의 덕풍계곡을 천천히 조심성 있게 걸어나와
풍곡에서 버스를 탔습니다.
그리고 호산에서 삼척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삼척에서 내리자 나는 바로 택시를 불러 아내를 태우고 성당으로 갑니다.
우리가 성당에 들어가 기도한 후 사제관으로 들어가자 신부님이 반겨 주십니다.
사무실에는 신자들이 몇명이나와 있는데 그중에는
북한에서 내려오신 `연도 할머니`라는 분도 있습니다.
그분은 신자들이 죽으면 바로 달려가서
시신을 씻어 주시고 염해주시고 장레지낼 준비를 해 주시며
신자들을 불러모아 죽은이를 위한 연도를 해 주십니다.
그래서 할머니의별먕이 `연도할머니` 라고 통합니다.
"신부님 부탁 좀 드릴려구요, 다름이 아니고 보시다시피 아내가 만삭입니다.
어디에서 아기를 낳아야 하는데 어느 신자들의 빈방이 있으면 소개 좀 해 주세요"
라고 부탁을 드리자
"우리집으로 갑시다"
라고 연도 할머니가 말슴 하시는게 아닌가?
나는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면서
"아이고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미 다 준비를 해두고 계셨네요 허허허"
신부님이 박장대소 하십니다.
우리는 바로 할머니 따라 성당에서 걸어 20분 걸리는 남양동으로 갑니다.
주택가의 긴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맨 끝집이 연도 할머니 집입니다.
연도 할머니는 혼자 사시는 분입니다,.
방이 3개인데 둘은 세를 주고 할머니는 큰 안방을 쓰고 있으며 아내를 보고
"여기에서 나와함께 쓰지 뭐 어때?"
"네 좋아요"
라고 하자 할머니는 아내를 마치 친 딸 처럼 사랑합니다.
니는 바로 집으로 가야 합니다. 농사일이 산더미 같기 때문입니다.
내가 밖으로나가 버스를 타는 정류장으로 가는데
아내가 뒤 따라오며 눈물을 찔끔찔끔 짭니다.
후에 아내는
"이제까지 자기와 하루도 헤어져 본 적이 없었는데 자기가 돌아가니
나 혼자 무인고도에 남겨진 기분이었어요"
라고 하였습니다.
내가 버스를 타고 떠나자 아내가 손을 흔듭니다.
그것도 잠깐 아내가 보이지 않자 이번에는 나야말로 무인고도에 혼자 남겨진 것이 아닌가?
나는 다음 정류장에서 내릴까말까 하면서 억지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아내가 그리워 미칠것만 같습니다.
나는 벽에 걸려 있는 아내의 옷의 향기를 맡아보며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립니다.
(계속)
첫댓글 아름다운 내용입니다
늦게 만난 두분의 사랑이
참 애틋하네요
무사히 순산 하실거에요
다음 이야기 기대해 봅니다
어서오세요 윤주님 감사합니다.
54세의나이에 제가 얼마나 기쁜지 짐작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