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새누리당의 공천 심사 결과 대구의 친 유승민 계와 이재오, 진영을 비롯한 친이계 그리고 김무성을 지지한 원외세력이 대거 탈락하고 정치 신인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따라서 치열했던 공천 싸움도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며 시종 공관위와 맞섰던 김무성 대표의 패배로 사실상 매듭이 지어졌다. 이 사실은 이제 새누리당에서 음성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발목을 잡던 친 이명박 계로 분류되던 좌파 성향의 정치 세력과 김무성을 중심으로 이원집정 내각제를 추진하려던 세력이 완전 소멸되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새누리당의 체질 개선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음을 또한 의미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자기를 옹호하고 지지하던 세력이 전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가타부타 말 한마디 없는 김무성과 역시 자기 계파가 완전 몰락한데다 자신으로 인해 당의 공천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유승민의 모호한 태도다.
사실 이번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 계는 당을 위해서도 국가를 위해서도 한 일이 없다. 오히려 박 대통령의 민생경제 회복, 국가개혁 노력을 방해했다.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김무성 이재오가 주도한 개헌주장에 동참했고 김무성이 권력을 잡자 현역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그 앞에 줄 섰을 뿐이다. 따라서 그 책임이 각 개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공천에서 탈락한 것도 당연한 결과지만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김무성에게 있다. 김무성은 의원 하나하나의 능력을 끌어내서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노력 대신 자기 정치를 위해 줄을 세웠고 개헌을 미끼로 이들을 꼬드겼다. 그러나 이한구 공관위장과의 공천 주도권 싸움에서 현실성 없는 상향공천을 주장하다 대패하는 바람에 자기 계파 친이계와 자신의 외곽지지 세력까지 전멸시키는 참패를 당하고도 자신만 비열한 투쟁 끝에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마치 자기 휘하 장병을 죄다 잃고 자기 목숨만 건진 패군지장의 초라한 모습이다. 그 점이 바로 김무성의 경선 참가를 비루하게 보는 까닭이다.
그러나 김무성은 혹 당선이 된다 해도 앞으로 할 일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당 대표 임기가 몇 개월 남았다고 하나 이미 대표로서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자당 의원들은 물론 야당도 우습게 볼 것이고 오히려 전략 부재 리더십 부재로 자기 수하들을 전멸시키고 당을 패배 위기 직전까지 몰아갔던 책임만 더 크게 대두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김무성을 괴롭힐 것은 이명박을 비롯한 친이 집단과 조선일보 등 메이저 언론과 종편방송 등 김무성을 지지하던 세력의 원망과 그 많은 성원을 업고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감일 것이다. 아직 유승민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았고 김용태 김성태 정두언 이군현 등이 살아남았다고는 하지만 이미 민심이 떠나 차기 대권과는 천리만리 멀어졌고 친이 세력을 지탱하던 이재오 정의화가 사라지고 야당의 주축 친노 세력도 반 토막이 난 마당이라 개헌에 불을 지필 힘도 여건도 다 없어졌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법안을 발의하고 정책을 개발할 능력이 있나 하면 그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볼 때 김무성은 국회에 들어와 봤자 할 일이 없다. 오히려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만 발견하게 될 뿐이고 그럴 바엔 차라리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본 박 대통령과 자신을 당 대표로 뽑아준 당원 앞에 사죄하고 불출마에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조용히 당을 떠남만 못하다. 그러나 김무성이 대표로 사과해야 할 대상은 한참 더 많다. 우선 자신을 보수 정치인에 대선 후보로까지 생각하고 몇 번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줬던 국민이 첫 번 째 대상이고 두 번 채 대상은 자신의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취중에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전화로 욕설을 내뱉은 사실이 폭로되어 억울하게 공천 탈락된 윤상현 의원이다. 사실 김무성은 자신의 과욕으로 인해 한 유능한 정치인의 전도를 망치는 과오를 범했다. 당시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정식으로 사과하고 살생부 사건의 전말도 밝혀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공천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지역구민을 동원하여 소란을 떨었던 추태에 대해 당과 국민 앞에 사죄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는 유승민도 똑 같다. 오늘 아침 TV 조선에 출연한 김종래 교수는 자신으로 인해 박 대통령 정부가 피해를 입고 자기 계파가 몰살한데다 새누리당 공천 작업까지 지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유승민 위원을 비겁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유승민의 침묵에 대해 자신의 입으로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설파를 했으면 수도권에 출마를 해서 당당히 국민의 심판을 받든지 그것도 아니면 지금이라도 자기 정체성을 고백하고 더불어 민주당으로 가든지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사실 맞는 말이다. 유승민은 경제 문제에 있어서나 국회 활동에 있어서나 도저히 보수 정당 소속 정치인이라고 할 수 없는 언행을 보였다. 박 대통령의 복지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했고 5조원에 달하는 아문법 통과로 종북 좌파의 환심을 샀다. 야당과 야합하여 대통령 권한을 축소시키는 국회법개정안을 기습 통과시키고 그 일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국민과 척을 진 후 내내 반정부로 돌아섰다.
따라서 김무성과 유승민 두 사람은 더 이상 새누리당에 머물 이유도 없고 머물러 봤자 할 일도 없다. 김무성의 경우 정두언 김성태 기묭태 이군현 등이 살아남았으나 이재오 정의화 등 주축이 사망한데다 능력부족과 부실한 인품이 드러난 김무성을 이들이 전과 같이 대우해 줄 리 만무, 오히려 이들이 대면을 회피하며 자신을 왕따시키는 처참한 지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고 유승민 또한 당에 남아 있어 봤자 천대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래서 말 한다. 내가 지금 김무성이나 유승민의 입장에 서 있다면 이쯤에서 자신으로 인해 공천탈락한 사람들에게 공연히 무소속 출마니 뭐니 해서 소란피우지 말라고 충고하는 동시에 피해를 당한 모든 사람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조용히 정치판을 떠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