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군요.
지난여름 무더위는 사라질 것 같지 않더니만,
계절이 바뀌니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합니다.
추석 전에 아버님을 뵈러 가야 하는데,
지금 계신 곳은 어떠신지...
옆에 어머니가 계셔서 괜찮으시다고요? ㅎㅎ
평소 말이 없으신 아버지. 오늘은 제게 말씀 좀 해주세요.
둘째 아들, 당신 마음에 부족하신 게 있으면 야단도 치시고요.
야단 한번 안 하시던 아버지가 저는 불만이었는데,
그거 모르셨어요?
아버지,
아버지께 편지를 쓰려니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만 생각하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겠어요.
아버지께서 생전에 보지 못한 손자, 손녀는 이젠 성인이 됐지만.
아이들에게 아버지 얘기를 꺼낼 때는 제 표정 관리를 해야 한답니다.
눈시울이 먼저 붉어져서요.
저는 지금까지도 속으로 믿음이 있습니다.
3남 1녀 중에 어느 자식 사랑하지 않으셨을까마는
그중에서도 당신이 가장 마음에 둔 자식은
저였을 거라는 어리석은 생각 말입니다.
너만 특별하게 생각한 적 없으셨다고요? 정말로 그러셨어요?
그럼 왜 집안 일이나 외부 행사가 있으면 어린 저를 데리고 가셨어요?
형도 있고 동생도 있는데...
그리고 어려운 시골 살림 저도 다 아는데
제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어떻게든 구해주셨잖아요.
또 이야기할까요?
제가 군 생활하면서 제대 반년쯤 남겨두고
처음으로 돈을 보내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기억하세요?
그때 아버진 칠십 노구에 두루마기 차림으로 먼 길을 찾아오셨지요.
새벽 기차를 타시고... 안 그러셨어도 됐잖아요?
저를 만나고 안도의 표정을 지으시던 아버지.
겨우 30여 분 정도 아들을 보시고는 다시 집으로 가시기 위해
위병소 앞길을 내려가시던 아버지 뒷모습을 보며
제가 얼마나 마음 아팠는지 알기나 하세요?
그러고는 두 달 후... 제가 마지막 휴가를 갔을 때
아버진 저를 보고도 말씀이 없으셨어요.
곧바로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는 것을 알았지요.
제가 걱정할까 봐 저에겐 알리지 말라 하셨다면서요?
당신은 자식 걱정되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오셔놓고는.
아버진 평소 말은 아니 하셨지만 속으로 끔찍하게 자식을 사랑하셨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왜 고민과 걱정이 없었을까요?
그러나 당신은 자식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니 제가 너무 어려서 그런 생각을 못 했을지 모르겠군요.
저도 힘들 때가 있어요, 아버지.
하지만 이제 제가 아버지가 되어 당신의 손자, 손녀를 보면서
그때 아버지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됩니다.
시린 가로등 불이 달빛처럼 스며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니 또 생각나는 게 있네요.
초등학교 1학년 때였는지? 큰 집에서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아버지께서는 말씀하셨지요.
“ 다리 아프냐? 내 등에 업혀라”
아버지 등에 업혀 하늘을 보았을 때,
컴컴한 나뭇가지 사이로 휘영청 밝은 달이 저를 따라오고 있었어요.
오늘 따라 ...
당신의 넓은 등이 그리워집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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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래전에 썼던 글입니다.
아침에 늘 평화 님의 글을 읽고서
그 시절 아버님이 생각나 올려봅니다~ㅎ
첫댓글 저하고 두가지 기억이 일치하십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전 아버지가 셋째아들인 저를 데리고 회사에 가셔서
펌프로 발을 씻겨주시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들이라고 직원들에게 말씀하셨고
제대를 앞두고 후문집 외상값을 값아야 해서 전화드렸더니 그먼곳까지 오셔서
바쁘시다며 돈만 전해주시고 가셨었죠. 그때 왜 그렇게 아버지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셨던지~
23년전 5월 통일되면 할아버지 산소에 내대신 술한잔 올리라는 유언을 남기고 떠나셨습니다
내일은 오랜만에 한탄강언덕에 있는 부모님묘소에 갑니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고 하잖아요?
제 아버지께서도 어찌 저만 사랑하셨을까요~ 제 착각이겠지요 ㅎㅎ
제 아버지는 43년 전인 1980년 5월 8일, 그러니까 어버이날 작고 하셨습니다.
젊은 나이에 집을 떠나 있던 저는 임종도 못한 불효 자식이었네요~ㅠ
안녕 하세요.
주현님의 글을 읽고서
9년전에 곁을 떠나신
아버님 생각에~
저는 5일전에
대전 현충원에 계신
아버님 뵙고 왔습니다
혼자서 30여분 앉아서
투병하고 계신 엄마
우리 곁에 좀 더 계시게
해 달라고 빌고빌고 왔습니다.
아버님을 현충원에 모셨군요.
아버님께서 오인숙 님의 소원을 꼭 들어주실 겁니다.^^
나도 아버님이 보고싶다 ㆍ
주현님이 애써 잊고 살았던 아버님을 되살려 놓았습니다 ㆍ
가슴 밑바닥에서 저려옵니다 ㆍ
잊으려고 해도 잊힐 리가 없겠지요.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같을 거라서...
너무 감동적인 글이네요
갑자기...
하늘나라에 계신 두분이
많이 많이..
보고 싶어집니다
감동의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글을 읽어주시고 마음도 같이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아버지 사랑은
깊고 깊은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술 노름판 아버지들도 많았는데
묵묵히 가장의 짐 짊어진 아버지ㅠ.ㅠ
요즘 젊은 남자들은 자식 사랑 표현이 솔직하고 자연스럽지만,
그 시절 아버지들은 좀처럼 마음을 표현하는 게 적었던 거 같아요.^^*
아버지의 사랑이 각별했군요.
아버지께서 사랑 표현은 안 하셨지만 제 느낌도 그렇네요~ㅎ
한국의 아버지...
글 읽고 시작하는 아침에
그리움 한가득입니다.
가슴 적셔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에 사시는군요~^^
대부분의 한국 아버지들 께서는 속깊은 사랑을 겉으로 좀체로 내색 않으시는 그런 정을 지니고 계셨던 듯 보입니다. ^^~
유교의 영향을 받고 자라 온 세대라서 그런 것 아닐까요?
자식들에게 감정 표현을 안 하는 게 어른스럽다고 생각한~~^^
어쩜 .. 그 마음 아시는 아드님을 아버님은 기특하다 여기실 듯 합니다 보모 사랑을 알게 되면 부모는 안계시지요 안타깝습니다 주현님 잘 읽었습니다.
그렇죠? 부모가 안 계시니 부모님 생각을 더 하게 되는가 봅니다.
효도하고 싶어도 옆에 계시지는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