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끝 산책
막내가 추석 연휴에 내려왔다. 주말 고속버스 안에서 지쳤다. 예상보다 늦었다. 달달한 커피 한 잔을 내밀며 서재에서 포옹했다. 헬스로 만든 몸의 근육이 느껴졌다. 워낙 먹성이 좋아 배는 그대로였다. 열흘 전 가족 모임에서 만났어도 새로웠다. 넉살 좋고 붙임성이 강해 굶지 않고 살 스타일이다. 공익 근무 중에도 대학생선교회 회원 관리하여 세워 나감이 기특하였다. 주일 예배 함께 드리며 은혜 나눔도 값지고 귀한 일이었다. 예배 후 어머니 집으로 갔다. 따순 점심을 감사 기도로 거저먹었다. 카레에 콩밥을 넣어 먹는 새 김치는 꿀맛이었다. 고들빼기김치는 입맛을 돋우었다. 식후에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을 들렀다. 초보인 내 어둔한 자세를 하나씩 잡아 주며 설명을 곁들었다. 비싼 레슨비 때문에 책에서 스스로 터득한 법을 쉽게 알려 줬다. 운동 기구가 많아 쓰지 않았던 것도 시범을 보였다. 운동 효과 극대화시킬 방법을 터득하였다. 꾸준하게 1년 하면 근육이 생기고 강한 무게를 감당하리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헬스 공간이 넓고 시설 좋음을 인정하고 인증 샷을 남겼다. 나오는 길에 예배 참석하고 간 미선 자매의 전화를 받았다. 내 머리 염색하지 않음이 마음에 걸렸나 보다. 그동안 자주 연락하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하며 힘을 보탰다. 통닭 가게라도 할 돈 벌면 광주에서 사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친정 교회 사랑에서 묻어 난 말 같아 고마웠다.
저녁에 막내가 손자들과 놀아주고 맛있는 음식 먹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이들이 외삼촌을 귀찮게 굴어도 다 받아 주며 끝까지 함께 했는데 진짜 추석날은 사라졌다. 여친이 부모보다 힘이 강해 그곳 향해 갔다. 밉지 않아 버스 터미널까지 태워 줬다. 공익 근무 월급이 상당하기에 내 지갑을 닫았다. 엄마에게 용돈 받고 또 작은 엄마가 카톡으로 보낸 돈 받았노라고 이실직고하였다. 난 더 필요하면 요구하라는 말로 때웠다. 막내에게 들은 말이 많았고 내 잔소리도 되풀이되어 나갔다. 추석 전날 저녁 어머니 집에서 모였다. 신문사 원고 마감 날이라 조금 늦었다. 복도에 고기 굽는 냄새가 났다. 두 동생 가정에서 모인 식구들로 틈이 없었다. 풍성한 식탁에 앉아 감사하며 먹었다. 만남은 새로웠다. 애인 생겼다는 조카의 말에 서둘러 결혼하라 권하였다. 최종 면접 봤다는 조카에게 합격 소식이 전해지길 원했다. 뭐가 그리 좋은지 희희낙락하는 모습은 가문의 자랑이었다. 작은 용돈을 전함도 기쁨이었다. 과일을 깎아 나눔도 행복이었다. 야간에 투썸 플레이스를 찾아 나섬도 그들의 문화였다. 밤새워 핸드폰 게임하며 즐기는 일도 삶의 부분이었다.
추석 전후 가족 모임에 과식하였다. 상당한 운동량에도 속이 거북스러웠다. 평소 먹지 않은 기름진 음식 탓이었다. 동네 산책 나가는데 현관 천사의 나팔꽃이 환하게 웃었다. 방치된 회분 가장자리에서 나온 연한 순을 옮겨 놓은 보답이었다. 이웃 정비소가 푸드 점으로 간판을 달았다. 골목길 담장에 영글어가는 대추 보며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 스쳤다. 아델리움 아파트 위에 걸린 구름은 한 폭의 수채화였다. 삼각산 입구로 들어서자 유모차 밀고 온 할머니 두 분이 밭두렁에 구멍 뚫린 검정 비닐에 뭔가 심었다. ‘땡볕에 뭘 그렇게 심으세요?’ ‘마늘이요’ 한마디였다. 주변에 토란잎이 나보다 크게 자랐다. 길가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반겼다. 강아지풀도 고개를 숙였다. 들깨 밭 향기를 바람이 실어 날랐다. 생강이 무성하고 무와 배추가 자랐다. 도라지꽃은 나비를 불러 들었다. 통 실한 대파는 바람에 겪인 게 보였다. 노씨 재각 모퉁이 배롱나무는 외로웠다. 산책로 주의 사항 푯말과 멧돼지 출몰 시 대처 방법 안내판이 보였다. 소나무 숲 쉼터에 현수막을 건 정치인은 개념 없었다. 돌아오는 길가에 빨간 고추를 말렸다. 지난해 어머니 이웃들과 뜯어간 고구마 순이 넘실거렸다. 블루베리 나무를 땅에 심지 않고 고무 통에 심어 놓은 이유를 모르겠다. 조경 작업하는 인부들이 구술 땀을 흘렸다. 대형 클레인 소음에 개는 짖고 새들은 숨었다. 자연고 정문에 ‘빛고을 국민안전체험관’ 신축 건물이 들어섰다. 두 소방관 조형물이 분수대 물을 죽이는 상징물이 인상적이었다. 입구에‘안전은 채우고 즐거움은 나눕니다.’ 표어가 익숙하지 않았다. 그랑팔레 빵집 광고문이 눈길을 끌었다. ‘모든 빵은 유기농 호밀을 2시간 발효시킨 천연 호모 종을 첨가하여 만들고 있습니다. 신선한 재료를 기본 바탕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정직한 빵, 행복한 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빵 제품은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남은 빵은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 ‘먹으면 너무 맛있어 기절한다’는 빵을 산 곳이다. 은행에 들리고 맥문동 숲길, 꽃무릇 꽃길을 걸었다. 온통 빨갛게 물들이며 피어있는 꽃무릇 길은 아름다운 힐링의 명소였다. 걸으면 저절로 꽃 마음 되는 감동의 산책로였다. 김인숙 시인의 ‘시간이 가면’ 시를 보고 마음의 여유로움과 함께 시심에 젖었다. “시간이 가면/ 갈 사람 가고/ 남을 사람 남는다/ 잡는다고 남겠는가/ 보낸다고 가겠는가// 시간이 가면/ 몸살 나던 걱정도/ 부질없는 약속도/ 억새꽃 바람에 흩어지고/ 터덕터덕 가파른 길 힘겹던 마음도/ 내리막길 된다// 시간이 가면/ 목매는 것 사라지고/ 조바심도 벗어나고/ 남을 것만 남는다/ 떠날 것은 떠난다/”동네 산책이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속 편한 시간이었다.
2021. 9. 25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8579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