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495호]
구름 걸린 미루나무
이외수
온 세상 푸르던 젊은 날에는
가난에 사랑도 박탈당하고
역마살로 한세상 떠돌았지요.
걸음마다 그리운 이름들
떠올라서
하늘을 쳐다보면 눈시울이 젖었지요.
생각하면 부질없이
나이만 먹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알 수 있지요.
그리운 이름들은 모두
구름 걸린 언덕에서
키 큰 미루나무로 살아갑니다.
바람이 불면 들리시나요.
그대 이름 나지막히 부르는 소리.
-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
춘천의 시인 묵객들이 술을 마시고 나면 부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나이만 먹었습니다"... 이외수 작가의 시, 「구름 걸린 미루나무」에 곡을 붙여 철가방 프로젝트 밴드가 부른 노래이지요... 2006년 고향, 춘천에 와서 처음 들었을 때 아련했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디서 들었던가, 까페 <예부룩>이었는지, 까페 <봉의산 가는 길>이었는지,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만... 철가방 프로젝트가 부르는 것을 들었던 것인지, 정현우 시인이 부르는 것을 들었던 것인지, 무엇이 먼저인지 이제는 기억이 흐릿합니다만... 아무튼 이외수 작가는 춘천을 떠났지만, 그의 시는 노래가 되어 여전히 공지천을 흐릅니다...
그리고 지난 주, 이외수 선생의 육성으로 직접 저 노래를 듣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월간 태백 재창간호 인터뷰 건으로 감성마을을 찾아갔더랬는데, 인터뷰를 끝내고 선생께서 노래를 불러주신 겁니다.^^ 위암 수술 후 건강 회복의 한 방편으로 매일 노래를 부르신다고 하는데, 제가 마침 시간을 잘 맞춰 호사를 누린 것이지요.^^
역마살로 한 세상 떠돈 사람이든 아니든, 생각하면 부질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것은 아닌지... 그런 서러운 때가 있기 마련이지요... 제가 요즘 부쩍 그런 때인 모양입니다... 구름 걸린 언덕, 키 큰 미루나무들 흔들리면 그리운 이름들이 따라서 흔들리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다들 잘 살고 있겠지요... 그리운 이름들에게 안부를 묻는 아침입니다.
2016. 4. 18.
월간 태백
편집장 박제영 올림
첫댓글 그 안부가 고마운 또 다른 아침입니다.
늘 평안하시길!
다래투 올림.
제이름도 구름나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