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 베르온 #3
슈아아아악.
고막을 찢을 듯한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날아간 칼집은 정확히 적을 향하여 날아갔고 베르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암살자는 그런 베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날아오는 칼집을 가볍에 튕겨내었고 공중에서 수십바퀴를 핑그르르 돌
던 칼집은 볼썽사납게 베르의 왼쪽 어깨를 맞추고는 바닥에 떨어졌다.
"크윽.."
"후후후 다행이죠, 황태자 전하? 아직은 당신이 죽으면 안된답니다- 왜냐면 당신은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처참하게 죽
은 채로 발견되야 하거든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자신에 대한 엄청난 모욕을 주는 암살자에 대하여 베르는 분노가 치솟았지만 자신은 아무말도 할 수 없는 패배자였다.
그리고 반드시 지켜야할 것 또한 있지 않은가.
"... 좋다.. 하지만 체르니, 내 뒤에 있는 소녀만은 살려다오."
"흐음.."
마치 고민하는 듯이 턱을 짚고는 눈을 감는 암살자.. 그 모습을 본 베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후.. 처음 본 여자가 살았다는 것에 곧 죽을 놈이 안심이라니.. 하하하 이거 아무래도 내가 첫눈에 반해버린건가..'
"크캬캬캬캬컄 세상에- 우리 황태자 전하 순진하기도 하셔라- 아니면 철이 없는건가? 푸하하하하하하 세상에 어떤 어쌔씬
이 목격자를 두눈 시퍼렇게 뜨고서 살려준답니까?
저는 잠시 그녀를 어떻게 처리하는게 가장 현명할까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음.. 일단 죽인담에 바위와 함께 칭칭 묶어서 호수에 수장시켜버릴까하는데, 어떠세요 황태자 전하아-?"
"이.. 이런 버러지 같은놈! 어찌 아무 상관도 없는.. 쿨럭"
어쌔씬의 말에 벌컥 소리를 지른 베르는 그 반작용으로 피를 토해냈지만 체르니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된 지금, 포기할 수 없었다.
왼손으로 검을 간신히 집어든 베르는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힘겹게 일어났다.
"그만하세요, 충분합니다."
그 때 체르니가 베르의 왼손에서 검을 뺏고는 검을 칼집에 꽂아 넣었다. 그리곤 베르의 앞을 막아섰다.
"체르니!! 어서 도망치지 않고 뭘 하는거야!!!"
"호오.. 용감한 아기씨네.- 지금 대신 싸우겠다는 거야? 어이쿠- 눈물나게 아름다운 사랑이구나아- 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
베르의 만류와 암살자의 농락에도 체르니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황태자의 무기는 뺏었습니다. 황태자는 이제 계획하신 곳으로 끌고 가시면 됩니다."
"크크킄.. 지금 자기 애인을 팔겠다는거?"
"항복하겠습니다."
체리니의 말에 황태자는 순간 말을 잃었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가며 구하려고 했던 소녀가 눈앞에서 배신을 한 것이다.
역시 그녀는 자신과는 다른 것인가. 그저 자신은 오늘 처음본 사람에 지나지 않았던 것인가..
베르는 속으로 치밀어오르는 분노와 슬픔을 느꼈지만 꾹 참았다.
'그래.. 어차피 모두 나 때문인걸... 그녀만이라도 살 수 있다면......'
"크크킄 이렇게 바로 배신할꺼면 아까 도망치지 그랬어 자기야-?"
체르니는 암살자의 눈을 똑바로 마주한채로 말했다.
"저는 바보가 아닙니다. 제가 도망치려 했었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목이 달아났을 테죠. 저는 황태자의 뒤에서 몸을 피하고 있었던 겁니다."
"크킄 그래서 지금 황태자는 초라하게 찌그러졌으니 나한테 붙겠다는거?"
"네."
"크크크.. 그래, 자기 내가 이ㅡ 뻐해줄테니까 이리로 와. 어서 그 검을 이리로 넘기렴-"
황태자는 한점 망설임 없이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어쌔신에게로 향하는 체르니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쳐다보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그녀 또한 다른 대다수의 귀족들과 다름 없는 치졸한 여자였을 뿐이라고..
이쯤에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게 된게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였다. 한편 검은 복면의 사내는 베르와는 다른 생각에 빠져있었다.
'멍천한 년!! 내가 그런다고 살려줄줄 알았나? 킥킥 저년은 아무래도 곱게 죽이기에는 아까운데... 어떻게 요리해 줄까나아-
사랑하는 오, 아니지 사랑하는 척! 했던 황태자 앞에서 고통스럽게 이리저리 쿡쿡- 생각만 해도 즐겁구나아 킥킥'
어쌔씬이 체르니를 죽인담에 바위에 꽁꽁 묶어 호숫가에 던저버리겠다는 계획을 급수정하고 있을 때였다.
쌔애애앵
촤아아악
'발도술*.' 어쌔씬은 갑작스런 체르니의 행동에 놀라 몸을 뒤로 날렸지만 이미 늦은 때였다.
(발도술* : 검집에서 검을 뽑아낼 때 가속하여 빠르게 적을 베어내는 기술)
어린 소녀라 얕잡아 보고 있던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체르니의 검이 할퀴고 지나간 후였다.
검에 선명하게 맺혀 있는 푸른빛의 오러...
그가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내빼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그의 몸은 반토막이 나있었을 것이다.
체르니는 적을 향한 한치의 자비도 찾아볼 수 없는 푸른빛의 검을 암살자에게 겨누며 말했다.
"말했었죠? 저는 바보가 아니라고."
"이... 이년이!!"
"또한 저는 아라엘 여신을 섬기는 종이며 프로비던스 황제 폐하를 모시는 신하. 당신이 생각한 그런 추잡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체르니는 암살자의 목을 향해 검을 그었고 암살자는 뒤로 쓰러지다시피 하며 검을 휘둘러 막았다.
하지만 시간차를 두고 반대편에서 체르니가 휘두른 칼집은 정확히 머리를 강타했고 암살자는 비틀거리더니 결국엔 쓰러지고 말았다.
...
어쌔씬이 기절한 것을 확인한 체르니는 신성 마법으로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꽁꽁 묶은 뒤, 아직도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채
로 멍때리고 있는 베르에게 다가갔다.
그런 베르의 상태를 살피던 체르니는 상처가 난 그의 가슴을 꾹 눌렀다.
"으아아아악!! 아프잖아!!!"
"풉, 엄살은.."
"엄살이라니이-!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오러가 서린 검에 베인 상처는... 응?"
체르니의 말에 아니라는 듯 베르는 펄쩍 뛰어올라 자신이 얼마나 아픈 상태인지 체르니에게 설명하려고 했으나, 다음 순간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할말을 잃었다.
"뭐.. 이건 신전 예복이라 잘 모르시겠지만 전 성기사예요. 그리고 성기사도 일단 신관이라고 할 수 있으니.."
"그.. 그럼 네가 치료해준거야?"
"후후.. 어쌔씬에게 들키지 않도록 치유하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치유의 빛을 없애는건 그렇다치더라도 주문을 속으
로 외우면서 신성 마법을 쓰는건 정말로 힘들더라구요."
'멍...'
찰싹!
다시 멍때리기 시작한 황태자의 가슴을 짝소리가 나게 때린 체르니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제가 정말로 등뒤에 가만히 숨어있었다고 생각하신거예요 베르님? 아니, 황태자 전하?"
체르니가 자신의 가슴을 때릴 때 다시 반사적으로 움찔한 황태자 베르온 그란디아 프로비던스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긁적였다.
체르니는 황태자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속으로 웃음을 참으며 어쌔씬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그의 상처도 치유해준 뒤, 그의..
한쪽 다리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질질질-
"자.. 잠깐! 체르니, 그 녀석을 그 상태로 끌고 가려고?"
"네! 일단 성기사들이 있는 연무장까진요."
한쪽 손으로 이마를 짚은 베르는 과연 이 소녀가 방금 전 나이게 걸맞지 않는 냉정판 판단으로 적 뿐만이 아닌 자신까지 속
이며 무시무시한 푸른 빛의 검을 휘두르던 소녀가 맞는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곤 낑낑대며 어쌔씬을 끌고가는 체르니에게 다가갔다.
"그 녀석을 이리 넘겨, 차라리 내가 들고가는게 낫겠다."
"음.. 그치만 깨어난 다음에 황태자 전하를 암살하려 하면 어쩌시려구요?"
'움찔'
베르가 그 생각은 못했다는 듯이 머뭇거리자 체르니는 한번 씩 웃어주고는 끌고가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질질질질 덜ㅋㅓㅇ! 찌지직, 쭈우우우우우욱- 덜컹!
"얼레, 피가나네..'
체르니는 심상치 않은 소리와 함께 끌고온 길에 피자국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고는 검지손가락을 입에 대더니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곧 해답을 찾은 듯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에.. 뭐, 이따가 치료하면 되겠지~"
따뜻한 햇볕을 쐬며 온몸에 오한이 드는 것을 느끼는 베르였다.
질질질질 ㅈ..ㅣ-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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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드디어 길고 길던 황태자 베르온 편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황태자 베르온 #3는 아까전에 완성해놨었는데요..
하루에 4편씩이나 올리면 다른 작가분들께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이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ㅋㅋ
(규칙상으론 5편까지 된다지만 왠지 죄송하더군요)
사실 이번 편이 끝나면
번외편으로 황태자와 체르니의 이야기를 한번 더 써보려고 했는데..
그러면 스토리 진행을 너무 끌게 될 것 같더군요.. ㅎㅎ
다음 편에는 새로운 이야기(더 재밌...)로 찾아뵙겠습니다
잘부탁 드려요~
첫댓글 업뎃쪽 원하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근데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으실까봐 두려워요 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아.. ㅠㅠ 그래서 게시판에 보이지 않았던 거군요..
님 소설 다음편 너무 궁금해요 ㅠㅠ 딱! 달 두개(맞나?)인거 확인한 다음에 끝나버려서..
그리고 업쪽 드릴게요- ㅎㅎ
젬있게 보고가요~
오.. 매편 마다 이렇게 댓글을.. '감사합니다 * 100'이예요 ㅎㅎ^^
저도 업뎃쪽지 부탁드려요^^역시 여주가 대단하네요
네~ 업뎃쪽 드릴게요- ㅎㅎ
으헝.살벌~~
ㅎㅎ 조.. 조금 그렇죠? ㅋㅋ
ㅋㅋㅋ쩐다 ㅋㅋㅋ
ㅋㅋㅋ 감사합니다~ ^^~~
요약해보시면 더 살벌할걸요... 스컹! 악 도망쳐! 기브업입니돠 헉 배신 제길! 멍청하군 수컥 아악 질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벌하기 보다는 웃겨요ㅋㅋ 한참 웃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