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의 로드킬 [안은숙]
시속으로 달리는 한여름 길
이글이글 잔털이 타오르고 있다
난폭하게 달려든 속도에 치인
질주의 잔해
마지막 굉음을 타고 공기는 터진다
평생 공기만 출렁이던
온순한 몸통
핏자국도 없다
널브러진 잔해 위로
공기의 등을 타고 오르는
노을이 보인다
공복은 얼마나 위태로운 폭발인가
공복이 뜯어먹은
바퀴의 무늬
제 바퀴에 치인 바퀴가
스키드마크 속으로 사라진다
쌩쌩 차들이 지나칠 때마다
검은 꼬리 같은 자국이 흔들린다
급하게 주저한 주저흔을 비껴가는
차의 곡선
바닥을 회전해야 사는 운명
혹은 운행이
내장도 없이 바닥에 흩어졌다
비틀거리다 쓸리며
자신의 중량을 속수무책 내려놓고
이동의 하중을 버틴다
비천하게 구를수록
못은 박히고
움푹 파인 구덩이와 방지턱
비포장 흙길을 먹어 치우지만
터질 듯 배부른 바퀴,
막상 터지고 보니
흔적 없는
공복이다
다만 한 마리의 굉음과
사나운 냄새만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 계간 상징학연구소, 2023 여름호
* 얼마나 바쁘게 살았으면 바퀴의 마지노선을 무시하고 달렸을까.
가끔은 타이어의 마지노선을 확인하고 닳았다 싶으면 바퀴야, 참 고생했구나!
교체를 했어야 했는데 그냥 내버려 두고 쌩쌩 달렸구나.
미안하구나, 바퀴야!
궁금한 건 바쁘게 달리다 마지노선을 넘겨버린 차주는 다치진 않았을까?
차는 망가지지 않았을까?
자주 자주 로드킬 당한 바퀴의 잔해를 보며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바퀴야, 니 마지노선을 지켜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