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지내요
황 인 숙
누군가 물을 때면
어떻게 사느냐고 물을 때면
왜 울컥 짜증이 날까?
왜 시를 쓰느냐고 물을 때처럼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한 선생님께서
대답을 가르쳐주셨는데 번번이 잊어버린다
어떤 행사장에서 마주친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그래, 어떻게 지내나?"
'내가 어떻게 지내지?' 열심히 생각하느라 쩔쩔매는데
"그냥 잘 지낸다고 하면 돼!"
급기야 그분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시면서
답을 알려주셨다
나는 달아오르는 얼굴로 "아, 네 ……"
몇 년 뒤 다른 행사장에서 그분을 마주쳤을 때
"예, 잘 지내요."
웃으면서 얼른 대답드리자 그분도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잘 지내요
틈틈히 삽니다만 ……
_《내 삶의 예쁜 종아리》(문지, 2022)
첫댓글 삶이 바쁜데,, ‘잘 지낸다’ 하는것 같아 좋네요. 건강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