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본 것은 평소 오가던 다리에서였다. 그는 키가 큰 중년으로, 싸구려 양복을 입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는다면 달리 대답할 방도가 없었으리라. 그냥 얼굴을 보고 알았던 거니까.
놀라게 할 생각이 없었기에 아주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황급히 고개를 돌린 그의 얼굴이 온통 땀 범벅이었다. "누구세요?" 긴장한 듯한 목소리.
"저는 맨디라고 해요," 그에게 미소로 화답했다. "거기서 나오시는 게 좋아요," 그가 서 있는 다리 가장자리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거기 위험해요."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여기서 뭐 하니?" 아무래도 숨이 찬 것 같았다.
"자주 오는 곳이라서요.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고 할 순 없지만 고요해서 나름 괜찮거든요." 그에게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가 다리를 움직이더니 아래로 펼쳐진 강을 바라보았다. "이런 위험한 곳에서 놀면 못써. 부모님이 걱정하시겠구나." 목소리는 한층 침착해졌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내 눈을 피했다.
"부모님도 제가 여기 있는 걸 아세요," 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아저씨 같은 사람을 돕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아시거든요."
그러자 그가 놀라움에 찬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라고?"
나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뛰어내리고 싶지만 두려운 거 알아요. 두려운 게 당연하죠."
이제 그의 얼굴에 초조함이 피어났다. 뭐라도 말하려는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말문이 막힌 모양이었다.
"전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고통이 찾아올 거예요. 투신 자체만으로도 그렇게 아픈데, 사후는 더 지독하답니다."
그가 눈을 크게 뜨더니 이렇게 외쳤다, "당장 여기서 꺼져! 지금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나 아는 거냐!"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분노보다 놀라움이 더 많이 묻어났다.
나는 숨을 헐떡이는 그를 계속 응시하며 그 사람 바로 뒤에 놓인 사진과 꽃다발 뭉치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네, 알아요."
그는 내 손끝을 따라 시선을 돌리고 잠시 발견한 것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나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이제 지독한 공포가 서려 있었다. "대체 어떻게..."
그 순간 당장은 그를 살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몸이 얼은 채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잠시 후 그는 자신이 가장 할 수 있을 법한 선택을 했다. 몸을 돌려서 도망가는 것. 그것도 아주 빠르게.
나는 어깨 긴장을 풀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난간에 걸터앉아서 사진을 바라보았다. '보고 싶어, 맨디.' 내 학교 앨범 사진 옆 문구가 적힌 카드에는 온갖 하트와 꽃장식이 달려 있었다. '너무 빨리 떠나버린 너'라는 글이 적힌 카드 주변으로 곰 인형, 옷가지,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참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내 이름은 맨디. 나는 19세에 사망했고, 이후 사람들을 살리려고 돕는 중이다.
첫댓글 따봉맨디야 고마워ㅠㅠ
유령이 아니라 천사잖아ㅠㅠㅠ
아구... 맨디야 ㅠ
착하다ㅠㅜ... 아가야 넌 천국갈거야
맨디야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