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각은 자금성 문을 열자 마자 명주를 슬쩍 처다보며 말을 한다
"자장면 보통?"
명주가 대답도 하기 전에 무각은 주방울 향해 큰소리로 주문한다.
"사장님 저희 짜장 보통하나 곱배기 하나요."
명주는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무각을 바라보다 무각이 안내하는
대로 구석진 자리에 마주보며 앉았다.
'짜장면..'
무각이 자장면을 처음 맛본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이다.
천안역 근처 태극당 맞은편 화교가 운영하는 작은 중국식당에서 였다.
이집에서 자장면을 기다리자면 탕탕 소음이 났었는데...
훗날 이게 밀가루 덩어리에서 면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란 것을 알았다.
잘 숙성시킨 밀가루 반죽을 탕탕 내리쳐서 뽑아낸 면발은
칼국수와 차원이 다른 신세계였다.
무각은 이때 부터 뭔가 기분 좋은일, 누구가와 함께하는 일이 있으면 자장면을 먹었다
무각에게 자장면은 기분좋은 뭔가를 기념하는 음식이었다.
잠시 자장면의 추억하는 사이 자장면이 식탁에 올라 왔다.
무각의 큼지막한 한젓가락에 자장면 절반이 사라진다.
무각의 양볼은 개구리 울음주머니 마냥 부풀어 올랐다.
이 모습이 우스웠는지
"너 뱃속에 거지 들어 앉아 있니?"
명주가 밝게 미소짓는 표정은 처음 보는듯 했다.
항상 무언가 그녀를 짓누르는 듯했고..
무각은 그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
주말에 성불사에서 대학입시기원 삼천배가 계획되어 있었다.
무각은 명주의 밝은 표정을 보며 말을 건넸다.
"주말에 성불사 가니?"
무각은 말을 뱉으며 '아차' 했다.
아니나 다를까. 명주의 표정이 일그러 살짝 짜증섞인 말로.
"난 대학 안가잖아..!"
명주는 대입 이야기에 민감했다.
민감한 줄 알면서 무심코 뱉은 말이다
무각은 이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엉뚱한 말로 얼버무린다.
"여기 자장면 곱배기 한그릇 더 주세요"
무각은 주방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명주는 어이없다는듯 무각을 바라본다.
"곱배기 먹고 곱배기 또 먹니? 삐적 마른애가 왜이렇게 많이 먹어"
"응! 좀 전 거는 내 뱃속 거지 몫이고
이제 내몫이야 중국집 왔으니 나도 자장면 맛은 좀 봐야지"
무각이 화재를 돌리자 명주가 다시 웃는다.
화제를 잠간 돌린 후 조금남은 자장면을 젓가락에 휘감으며
흘리듯 말을 건넨다.
"나도 가는데 뭘.. 삼천배하면 건강에 좋아.. 같이가자"
고등학교에 다니지도 않는 무각의 얘기에 명주가 놀라며 말한다.
"너도 삼천배 간다고?"
"응, 왜 난 가면 안돼냐?"
"그런건 아닌데..."
명주가 말끝을 흐린다.
"내가 부처님께 법우들 대학진학 잘 하게 해달라고 청탁 넣어 볼께. "
명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외란 듯이 말한다.
"석고상이라더니.. 석고상에 절하는 거 싫다며?"
무각이 장난스런 얼굴을 하며 말한다.
"일체유심조!"
"하하하. 네입에서 일체유심조를 말하니 웃낀다.
나 자장면 뿜을뻔 했다.. "
무각은 괜한말을 했다고 후회 했다.
졸지에 예정에 없던 삼천배를 하게 생겼다.
"애들은 중얼굴 한번 볼려고 삼천배도 했는데..
대학진학 같은 명분있는 일을 왜 안하겠니?"
"맞다. 넌 그때 삼천배할거면 성철스님 안만나고 했잖아"
명주는 몇몇법우들이 성철스님을 만나기로 했던 일을 떠올렸다.
"아니야, 난 성철스님이 삼천배하면 내가 시간내서 만나 준다고 했지..
성철스님은 득도해서 할 일 없는 사람이지만, 난 먹고 살기에도 매우 바쁜사람이거든"
무각은 삼천배를 생각하며 유명했던 성철을 떠올렸다
이른바 생불로 알려진 성철을 만날려면 삼천배를 해야 했다.
성철은 스스로 깨우쳤다고 셀프인가 했던 인물로 유명하다.
더 재미난 부분은 돈오돈수(한번 깨달았으면 더 이상 수행이 필요없다는 시건방진 생각)를 외쳤는데..
더이상의 수행이 불필요해서 그랬는지
광주 민주화 운동이나 1027법란에
<산은산 물은물이요> 라고 팔자좋은소리 하며
핍박받는 중생이나 승려들 외면한채
절간에 틀어 박혀 승려들 문안인사나 받으며 생불 놀이를 했다.
스님의 괴변에 따르면
중생이 부처님 생각하라고 삼천배를 시켰다는데..
어쩌면 성철은 삼천배를 전혀 안해 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삼천배하면 부처 생각은 커녕..
처음에는 아주 먼길 도보로 떠나는 결연한 마음으로 시작해서
500배쯤 넘어가면
어떤 요령으로 절해야 내몸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과
시간이 빨리가서 힘들고 지겨운 삼천배가 끝나기를 바라게 된다.
이 때 궁금한 것이 딱 하나 있는데
지금까지 몇배했고 몇배가 남았는지...
그리고 언제 이 지겨운 시간이 다갈지만 궁금할 뿐이다.
물론 그냥 무념무상으로 절만 해대는 이른바 무아의 경지를 느끼기도 한다
육신이 힘든데 부처따위 생각이나 하겠나?
삼천배하며 부처 생각한다는 것은 안해 본 자의 헛소리 이다.
무각은 삼천배하며 부처를 생각하게 하고 자신을 낮추게 한다는
성철의 말은 핑계일 뿐이고
스스로를 높이고자 중생을 생고생시키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절은 코어근육을 단련시키는 전신운동이다.
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무각은
전신운동에 절보다 더 좋은 방법을 알지 못했다.
"응, 운동삼아 할려고.. 여럿이 모여서 하면 더 재밌잖아.
게다가 의미도 좋고.. 같이가자."
명주가 결심한듯 말한다.
"알았어 나도 갈께.."
이때 추가 주문한 곱배기가 나왔다.
"여기 곱배기 추가 나왔습니다."
무각이 종업원를 보며 말한다.
"오늘은 서비스 군만두 없어요?"
자금성은 세명이상 식사하면 군만두를 서비스로 줬다.
무각은 세그릇째 임으로 군만두 이야기를 꺼냈다
"3명 이상 오시면 드리는 겁니다."
"지금 세그릇째 잖아요.. 그리고내 뱃속에 거지까지 세명입니다. "
종업원이 기가 찬다는듯 웃으며 무각의 요구를 받아들이다.
"군만두 준비하지요"
첫댓글 무각이 사람 마음을 읽을 줄 아네요
그래서 무각은 대승적인거 같고
성철은 자기본성만 읽을줄 아니
소승불교에 가까운듯 ㅎ
삼천배 해 봐야 그 마음을 알텐데
아직 나도 몬해봐서 ㅎㅎ
여유로운 9월 되시고요~~
점점, 흥미진진합니다
인간의 한계와
인간의 그 경계를 뛰어넘는...
그리고
국민학교 5학년때였는지
짜장면보다 라면이 유행했죠
생라면은 신세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