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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여성시대 달콤하니 마음에 두었지
안녕 여시들!
연휴는 즐겁게 잘 보냈으려나 모르겠어.
오늘은 동화 한편을 소개하려고 해.
다들 유명해서 알고있겠지만
안도현님의 '연어'라는 작품이야.
연어라는 발음에서 오는 느낌처럼
이 동화는 너무나 순수한 이야기야.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읽다 보면 머릿속에 졸졸 흐르는 초록 강가에서 은빛연어가 헤엄치는 모습이 말갛게 그려져.
은빛연어는 눈에 띄는 은빛비늘 때문에 무리에서 외톨이가 돼.
하지만 눈맑은 연어를 만나면서, 초록강과 이야기 하면서, 폭포를 만나면서
외톨이가 아닌 '그래, 나는 은빛 연어야'하고 말할 수 있는 연어가 돼.
누군가 그랬지 동심을 잃지 않으면 맑은 물처럼 살 수 있다고.
가끔씩 지칠 땐 잠깐 은빛연어가 꼬리를 참방대는 강가로 다녀와도 좋아.
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언젠가 은빛연어는 턱큰연어 몰래 바다 위로 얼굴을 내밀고 밤하늘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마치 물소리가 날 것 같던 은하수, 어둠 속에 점점이 박혀 각자 제 빛깔을 자랑하던 이름 모를 수 많은 별들.
그때 은빛연어는 별이 하늘의 눈망울이라고 생각했던가?
“내 이름은 눈맑은연어란다.”
그녀는, 은빛연어가 한가하게 몽상에 있을 때 멀리서 은빛연어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네가 은빛으로 덮인 비늘 때문에 외톨박이가 되었을 때부터 나는 너를 먼 곳에서 보고 있었거든.”
‘나는 나 아닌 연어를 위해 과연 목숨을 걸 수 있을까?’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던 은빛연어의 입에서,
“너 많이 아프겠구나.”
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온다.
겨우 이런 말로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렇다고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다.
“나는 아프지 않아.”
“등지느러미에서 지금도 피가 흐르고 있잖아.”
“괜찮아.”
눈맑은연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일부러 이리저리 헤엄을 쳐 보인다.
문득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가 아프지 않으면 나도 아프지 않은 거야.”
“아까 네가 내 앞으로 지나갈 때 말이야. 그때 내 눈에 번쩍, 하는 빛이 보였거든.”
“빛이?”
“틀림없이 봤어, 내 눈을 멀게 할 것처럼 강렬한 빛을.”
눈맑은연어의 입안에 있던 공기방울이 뽀그르르 물위로 흩어진다. 그녀가 웃음을 짓고 있다는 뜻이다.
“그건 마음의 눈으로 나를 보았기 때문일 거야. 마음의 눈으로 보면 온 세상이 아름답거든.”
“은빛연어야, 너는 너 혼자의 힘으로 강을 거슬러오른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
하고 말했다.
“그럼요?”
“혼자라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연어 무리는 특히 그렇지. 연어가 아름다운 것은 떼를 지어 거슬러오를 줄 알기 때문이야.”
“왜 우리는 거슬러오르는 거지요?”
“거슬러오른다는 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간다는 뜻이지. 꿈이랄까, 희망 같은 거 말이야. 힘겹지만 아름다운 일이란다.”
“네 아버지는, 연어들에겐 연어의 길이 있다고 늘 말했지. 옛날에는 이 강에 폭포가 아주 많았단다.”
“폭포라구요? 그게 뭐죠?”
“네 아버지 말대로 하면, 폭포란, 연어들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하는 곳, 이라는 뜻이지. ...”
“연어들이 편한 길로 가는 것을 좋아할수록 연어들은 해가 갈수록 차츰 도태되고 만다는 거야.
인간들에게 서서히, 조금씩 길들여지다 보면 먼 훗날 폭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연어는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된다는 게 네 아버지의 생각이었지.”
...
초록강으로부터 그의 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 은빛연어의 표정은 전보다 몰라보게 밝아졌다.
그는 자신의 은빛 비늘을 창피하게 여기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였다.
그의 동무들이,
“이 은빛 별종아!”
라고 놀리면서 지나가도,
“그래, 나는 은빛연어야.”
라고 웃으면서 대꾸하는 연어가 되었다.
“그럼 아저씨의 삶의 이유는 뭔가요?”
“그건 내가,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그 자체야.”
“존재한다는 게 삶의 이유라구요?”
“그래.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
“배경이란 뭐죠?”
“내가 지금 여기서 너를 감싸고 있는 것, 나는 여기 있음으로 해서 너의 배경이 되는 거야.”
“별이 빛나는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죠?”
“그렇지.”
“그리고 꽃이 아름다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인가요?”
“그래, 그렇고 말고.”
“그럼 나도 누구의 배경이 될 수 있겠네요?”
“네가?”
“왜요? 내가 너무 작아서 안 되나요?”
“아니야.”
“그러면요?”
“네가 기특해서 그런 거란다. 몸집이 커야 배경이 되는게 아니거든. 우리는 누구나 우리 아닌 것의 배경이 될 수 있어.”
눈맑은연어의 등지느러미에는 불곰의 공격 때문에 입은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다.
그 상처는 찢어진 헝겊 조각처럼 너덜거린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연어들은 보기 흉하다며 고개를 돌리기 일쑤다.
그들은 상처, 라는 말을 보기 싫은 흉터로 이해한다.
하지만 은빛연어는 그 상처를 자신의 상처로 마음 속에 깊이 새겨 두고 있는 것이다.
다만, 네가 아플 것 같아서 나는 아프지 않을 거야, 라는 말을 하지 못했을 뿐.
“아름다운 것은 멀리 있지 않아. 아주 크기가 큰 것도 아니야. 그리고 그것은 금방 사라지지도 않지.”
“등굽은 연어를 욕되게 하자는 뜻이 아니었어요. 단지 교훈으로 삼자는 겁니다.”
‘선생님은 교훈을 받아들이는 일만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단풍잎들이 강을 수놓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교훈을 생각할지 모른다. 그가 만약에 이름 없는 꽃을 하나 발견했다면 그는 아마 식물도감부터 뒤적일 것이다. 그 꽃이 몸에 해로운지 이로운지를 먼저 알려고 할 테니까. 그는 별을 바라보면서도 거기서 교훈 될 만한 일을 찾을지 모른다. 꽃은 꽃대로 아름답고 별은 별대로 아름답다는 것을 그는 모르는 것이다. 등굽은연어는 비틀어진 등으로 어떻게든 헤엄을 치려고 한다. 그 고통이 왜 아름다운 것인지, 그 상처가 왜 아름다운 것인지 선생님은 모른다. 선생님은 선생님이니까.’
“쉬운 길을 가지 않는 연어가 아름다운 연어라고 생각해.”
“은빛연어의 말이 옳아.
몸이 허약한 연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폭포를 뛰어오르면 좋겠어.
등굽은연어와 알을 많이 품어 몸이 무거운 연어 몇 마리만 쉬운 터널 길로 올라가도록.”
은빛연어는 눈맑은연어가 염려스럽다.
그녀도 알을 많이 품은 연어 중의 하나다.
눈맑은연어는 기어이 폭포를 뛰어오르겠다고 버틴다.
“너는 알을 낳아야 하잖아?”
“나는 네가 한 말을 잊을 수가 없어. 쉬운 길은 길이 아니라고, 너는 말했지.
거슬러오르는 기쁨을 알려면 주둥이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어봐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그것을 뱃속에 있는 알들에게 가르치고 싶어.”
그녀의 고집은 꺾을 수가 없었다.
“...언젠가 강이 말해주었어. 인간은 낚싯대를 든 인간과 카메라를 든 인간이 있다고 말이야.”
“카메라가 뭐지?”
“시간을 찍는 기계라고 했어.”
강가의 인간들은 카메라를 눈에 갖다 대고 폭포를 뛰어오르는 연어들을 찍는 일에 열중해 있었다.
“와, 저기 좀 보라구!”
“정말 장관이야.”
“저놈은 비늘이 온통 은빛인걸.”
그들의 들뜬 목소리가 은빛연어가 있는 곳까지 들린다.
은빛연어는 그 인간들 가까이로 헤엄쳐 가서 은빛 몸뚱어리를 실컷 보여주고 싶었다.
카메라가 시간을 찍는 기계라면, 자기 자신이 카메라 속으로 들어가서 정지된 시간이 되고 싶었다.
“은빛연어야.”
그녀의 그 맑던 눈에도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 역력하다. 그것은 세월이라는 긴 터널을 통과한 연어의 초상이었다.
“너는 삶의 이유를 찾아냈니?”
은빛연어는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그는 알을 낳는 일보다 더 소중한 삶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왔다.
그런데 그거 찾으려고 헤맸던 삶의 의미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다른 연어들처럼 강을 거슬러 오르면서 강하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폭포를 뛰어넘었고, 이제 상류의 끝에 다다랐을 뿐이다.
“삶의 특별한 의미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야.”
“너는 어디엔가 희망이 있을 거라고 했잖아?”
“희망이란 것도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럼, 결국 희망을 찾지 못했다는 말이니?”
은빛연어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나는 희망을 찾지 못했어.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을 거야.
한 오라기의 희망도 마음 속에 품지 않고 사는 연어들에 비하면 나는 행복한 연어였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지금도 이 세상 어딘가에 희망이 있을 거라고 믿어.
우리가 그것들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연어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눈맑은연어야, 우리가 사라진 후에도 강물은 흐르겠지?”
“아마 그럴 거야…… 계속 흐를 거야.”
“강물이 우리를 기억할까?”
“나는 강물을 믿어.”
“그게 무슨 말이니?”
“강물을 믿지 못하는 연어는 강으로 돌아올 수도 없거든. 아마 우리의 알들도 강물을 믿을거야.”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면 우리를 까맣게 잊어버리겠지?”
“하지만 잊어야만 훨씬 더 행복한 기억을 갖게 될지도 몰라. 그게 연어의 삶이거든.”
그리고.
초록강에는 겨울이 올 것이다.
겨울이 오면 강은 강물이 얼지 않도록 얼음장으로 만든 이불을 덮을 것이다.
강은 그 이불을 겨우내 걷지 않고 연어알을 제 가슴 속에다 키울 것이다.
가끔 초록강의 푸른 얼음장을 보고 누군가 지나가다가 돌을 던지기도 할 것이고, 그 때마다 강은 쩡쩡 소리내어 울 것이다.
봄이 올 때 까지는 조심하라고, 가슴 깊은 곳에서 어린 연어가 자라고 있다고.
첫댓글 이거 이번ㅇㅔ 과제였는데 좋았음!! 이거때문에 오랜만에 보수동책방골목도 가고.. 웬지 이책은 헌책으로 사야될 거 같앗음
나이거 초딩땐가읽고너무좋아서아직도책가지고있는데 나이들면서읽을때마다느낌이달라!!!! 내일또읽어봐야지ㅎㅎ고마워여시
이미지 넘 이쁘다!
글 너무 좋은데 연어샐러드 먹고싶다 헤헤
좋다..읽어봐야지ㅎㅎ 연어! 여시야좋은글고마워용♥
이미지도.이쁘고ㅠㅠㅠ잘.봤어 여시야!
책사서읽어바야겟어 ...언니 고마워
강물냄새가 난다는 구절이 너무 찬란해
첫댓글 이거 이번ㅇㅔ 과제였는데 좋았음!! 이거때문에 오랜만에 보수동책방골목도 가고.. 웬지 이책은 헌책으로 사야될 거 같앗음
나이거 초딩땐가읽고너무좋아서아직도책가지고있는데 나이들면서읽을때마다느낌이달라!!!! 내일또읽어봐야지ㅎㅎ고마워여시
이미지 넘 이쁘다!
글 너무 좋은데 연어샐러드 먹고싶다 헤헤
좋다..읽어봐야지ㅎㅎ 연어! 여시야좋은글고마워용♥
이미지도.이쁘고ㅠㅠㅠ잘.봤어 여시야!
책사서읽어바야겟어 ...언니 고마워
강물냄새가 난다는 구절이 너무 찬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