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를 갈무리 하는 십이월.
엄마, 아내, 딸, 도반, 직장인으로 또 하루가 훌쩍 지나갑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모든 일들이 속 끓이는 일이었을 텐데 지금은 아무리 많은 일들이 내 앞에 놓여있어도 속상해 하거나 화를 내지 않습니다. 그저 건강한 것에 감사하고 주어진 일을 할 수 있음에 또 감사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참 많이 철이 들었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사람 구실하기는 멀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사람이 되어간다고 스스로 위안할 수 있는 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3000배 도반 불매심의 큰 공덕 덕분입니다.
나에게 불매심은 어떤 부처님인가?
매달 셋째 주 토요일이 다가올 즈음 불매심으로 부터 문자가 옵니다.
백련암에 안전하게 모셔드릴 테니 요요(여기 여기의 경상도 사투리) 붙으라고. 그러면 저는 그 문자를 받고 무조건 ‘저요’하고 예약을 해 놓습니다.-앞뒤 재지 않고 덤비는 이것이 매사에 나를 힘들게 하지만 어쩌랴 천성인 것을-그래놓고 막상 토요일이 되면 이 어리석은 중생은 안 가는 것이 아니라 못 가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50퍼센트를 놓고 갈까 말까에서 잠시 갈등하곤 합니다. 불매심이 갑자기 사정이 생겨 못 간다면 ‘아싸!’하고 쾌재를 부른 준비를 하면서 - 나의 게으름이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타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까- 그런데 불매심은 감기가 걸려 몸살이 나도 그 다음날 중요한 시험이 있어도 원찰에 중요한 소임이 있어도 빠지면 안 되는 집안 행사가 있어도 어김없이 너무나 친절하게도 제가 사는 아파트 경비실 앞에까지 와서 전화를 합니다. 도착했다고.
이 상황에서 저는 그 어떤 핑계를 댈 수 없습니다. 그저 자동적으로 가방하나 메고 훌쩍 불매심의 차에 올라타지요. 그런 후 저는 중학교때 짝사랑한 국어 선생님 시간 말고는 앉으면 자는 희한한 습관 때문에 불매심의 차를 타고 가면서 그저 세상 모르고 잡니다. 그렇게 자다가 희한하게도 해인사 입구만 되면 눈이 떠지는 것 보면 무슨 인연인지.
저와 정말 대비되는 불매심은 이런 사람입니다.
백련암 가는 길 옆 오래된 부도탑 앞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차를 세우고 반드시 내려서 합장 삼배를 합니다. 편안히 자면서 온 나는 내리지도 않고 차에 앉아서 반배만 하고.
저녁 공양 시간에는 밥심을 강조하며 열심히 챙겨먹고 그리고 30분 쉬는 시간에는 빠짐없이 간식 챙겨 먹으면서 겨우 절하는 나. 공양시간에 어디서 무얼 하는지 공양 간에 얼씬도 하지 않는 불매심
쉬는 시간마다 청수 챙기면서 간식도 안 먹는 불매심. 그러면서 주변 도반의 근황을 일일 챙기는 불매심. 오로지 자기 절하기에만 급급한 나.
처음 백련암 3000배에 도전하는 도반을 데려가도 알아서 잘하시겠지 하면서 무심한 나. 청수 공양 챙긴 후 틈을 내어 초발심자에게 격려를 잊지 않는 불매심.
아무리 힘들어도 3000배를 거뜬히 해내는 불매심. 절 수가 뭐 중요한가 마음이 중요하지 하면서 어떻게 하면 절을 안 할 수 있을까 하는 번뇌에 휩싸인 나.
3000배를 마치고 한 숨도 자지 않고 새벽에 차를 몰고 내려오면서 부도탑 앞에서 어김없이 차를 세우고 합장 삼배하는 불매심. 검문소 아저씨께 꼭 공양물을 챙겨주는 불매심.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차에 타자마자 열심히 자는 나. 한 숨도 자지 않고 한 시간 반을 운전해서 집집마다 안전하게 모셔다 주는 불매심.
많이 가져서 부자가 아니라 많이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부자임을 알게 해주는 사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먼저 도전하여 길을 만들 줄 아는 사람
어떤 인연과 무엇을 하든 지혜롭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
철저하게 이웃을 위하여 나눔과 배려가 몸에 배인 사람
참으로 당신은 나의 생불입니다.
제가 백련암을 가는 99%는 불매심의 공덕입니다.
감히 나의 도반이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불매심을 도반으로 꼭 붙들어 매고 싶습니다.
기도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중요한 사람이니까요.
제가 부처님 곁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힘은
여여하신 불매심 도반의 신심 덕분입니다.
이런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있어서 부처님 감사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 ()()()
십이월 삼천배를 회향하면서. 고원향 드림.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968
첫댓글 행복합니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_()_
고원향님도 고운마음 함께 하심입니다.
성불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