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증상심(四增上心)의 염법(念法) 수행
중아함의 《우바새경(優婆塞經)》은 그 경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재가불자를 위한 기본 가르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경은 많은 경전에 산재해 있는 재가자에 대한 기본적인 교설의 요점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경전인데, 재가자는 출가자와 마찬가지로 ‘성스러운 제자’로 언급되면서 오법(五法)과 사증상심(四增上心)을 실천할 것을 설한다. 오법은 오계를 지켜 실천하는 것을 말하고 사증상심이란 ‘네 가지 뛰어난 마음’을 성취해야 하는 것으로서 삼보의 염(念 : anussati)에 계(戒)의 염을 더한 것이다. 여기서 삼보의 염이란 다름 아닌 불․법․승의 성질과 가치, 그리고 덕성 등을 ‘깊이 되새겨 내면화하는 행법’을 말한다. 일종의 관상법(觀想法)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신 중심의 종교가 입으로 신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불러 기도하고 숭배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신앙의 차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사증상심에 있어 불보(佛寶)의 염이란 다음과 같이 부처님의 명호(名號)에 대한 의미와 가치 그리고 성질을 되새겨보는 것이다.
여래는 세존(世尊)이시며, 아라한(阿羅漢)이시며,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하신 분이시며〔正遍知〕, 지혜와 덕행을 잘 갖추신 분이시며〔明行足〕, 잘 가신 분이시며〔善逝〕, 세상을 잘 아시는 분이시며〔世間解〕, 위없는 분이시며〔無上士〕, 인간을 잘 이끄시는 분이시며〔調御丈夫〕, 신들과 인간들의 스승이시며〔天人師〕, 깨달으신 분〔佛世尊〕입니다.
둘째, 법보의 염이란 마찬가지로 불법의 특징과 가치 그리고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을 말한다.
세상에서 존경받는 분이 잘 설하신 가르침이며, 현생(現生)에서 바로 (결과를) 볼 수 있는 가르침이며, 시간을 초월해 있는 가르침이며, 와서 보고 검증해 보라고 할 수 있는 가르침이며, 목적하는 바대로 이끌어 줄 수 있는 가르침이며, 지혜로운 이라면 각자가 성취할 수 있는 가르침입니다.
셋째, 승보의 염이란 다음과 같은 승보의 특징과 가치 그리고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을 말한다.
세상에서 잘 수행하는 성스러운 제자들의 모임이며, 올바르게 수행하는 성스러운 제자들의 모임이며, 지혜롭게 수행하는 성스러운 제자들의 모임이며, 바른 방법으로 수행하는 성스러운 제자들의 모임이며, 네 쌍의 깨달음을 추구하거나 이룬, 여덟 부류의 성스러운 수행자들의 모임이며, 이것이 실로 성스러운 제자들의 모임으로 공양을 올릴 가치가 있고, 대접할 가치가 있으며, 보시를 드릴 가치가 있고, 예경을 올릴 가치가 있는, 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공덕의 복밭(福田)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인 계증상심은 오계 등의 불교의 윤리 도덕적인 실천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재가자의 신행은 오법과 사증상심이 보여주는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단순히 삼귀의나 형식적인 오계 수지의 수준이 아닌 뛰어난 마음〔增上心〕의 염(念)으로 삼보와 계의 가치를 깊이 되새겨 내면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로써 우바새, 우바이의 물러나지 않는 믿음〔信〕의 표현으로 사불괴정(四不壞淨)의 확립이 시설된다. 즉 사불괴정은 사증상심의 불·법·승 삼보와 계에 대한 염법 수행을 통해 청정한 믿음이 확립되어 더 이상 물러남이나 흔들림이 없는 경지를 얻게 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사증상심의 염은 궁극적으로 선(善)하지 않는 세계를 다하고 예류과(豫流果)를 얻어 끝내는 괴로움의 끝과 정각(正覺)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2. 팔재계(八齋戒)의 수행
재가자의 조건으로 이처럼 삼귀의에 이어 5계 수지를 확립하고 더 발전하는 신행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매달 포살(布薩 : uposatha)이 행할 것이 설해진다. 포살은 음역이고 의역으로 근주(近住) ․ 공주(共住) ․ 장정(長淨) ․ 정주(淨住)나 또는 수아(守餓)나 재(齋)라고도 하였다. 원래 포살일은 출가비구가 매월 2회인데 반해 재가자는 4회라는 특징이 있다. 날짜로는 8, 14, 15, 23, 29 그리고 30일로 되어 있어 육재일(六齋日)이라고 이름하기도 하며, 이 때 여덟 계에 따른 청정한 생활을 한다는 의미에서 8재계(八齋戒)라고도 한다. 먼저 ‘재가자의 특별 정진일’과 같은 팔재계의 내용을 살펴보면 8재계는 앞의 5계에 다음 세 가지 계목이 더해진 것이다.
6. 불비시식(不非時食) : 제 때(정오 이후)가 아닌 때 밤에 음식을 먹지 않는다. 7. 불착화환불도향유(不着花環不塗香油) : 꽃이나 향을 몸에 장식하거나 바르지 않는다. 8. 와지부상(臥地敷床) : 다리가 있는 침대에서 자지 않는다.
이처럼 재가자의 포살일은 출가자의 수행 생활로 향하는, 오계가 좀 더 확대된 특별 정진의 날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날 수로는 6일처럼 보이는 것은 14, 15일과 29, 30일 때문인데 실제로는 한 달에 4일 정도로 보면 된다. 왜냐하면, 인도의 역법 상 보름을 기준으로 할 때 14, 15일과 29, 30일 가운데 달에 따라 하루가 행해지기 때문이다.
포살일에 8재계를 지키는 것은 많은 이들을 이익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으로, 여러 경전에서 대단히 큰 공덕이 있는 복업사로 권장된다. 포살일에 8재계를 지켜면 천상의 세계에 태어나는 것은 물론 열반을 성취하는 과보를 받게 된다. 그리고 “8재계를 실천하는 사람은 마치 내(부처님이나 아라한)가 수행하는 것과 같다.”라 할 정도로 강조되었다. 그래서 이 날 만큼은 5계 이상의 계율을 수지하는 것으로 출가자와 같은 청정한 삶을 지내보도록 하자는 데에 뜻이 있기에 한역에서도 그 의미를 살려 장정(長淨), 정주(淨住) 또는 재(齋)라 옮겼다. 마찬가지로 출가 스님처럼 정오 이후에는 음식을 들지 않는 단식 때문에 수아(守餓)라 하며, 하루 낮과 하루 밤의 계이기에 이른 아침에 8재계를 받아 다음 날 아침까지 지켜야한다. 또한 근주(近住) ․ 공주(共住)라 함은 출가 스님 가까이 여러 대중이 함께 절에서 머물며 설법을 듣거나 좌선을 하며 지내기 때문이다.
현재 스리랑카나 미얀마에서 재가자들이 포살일이 되면 가까운 사찰에 가서 계를 받고 설법을 듣는 등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초기경전에 근거한다.
8재계는 재일의 이른 아침에 받는다. 계사 앞에서 오계를 수지할 때처럼 자신의 이름을 소리 내어 밝히고 여덟 계를 차례로 지킬 것을 서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특히 여기서 수계 작법의 실행자가 출가스님뿐만이 아니라 우바새와 우바이가 포함된 4부대중이라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다시 말해, 우바새와 우바이로서 다른 우바새와 우바이에게 8재계를 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재가자의 위치가 상당히 높여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증일아함 제16권(대정장 2권 p. 625 b-c)〕.
경전에서 재가자의 8재계를 대단히 권장하고 보급시키려 했던 것은 다음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즉 8재계를 지키는 날에 사천왕(四天王)이나 사천왕의 사자(使者)가 인간세계에 내려와 8재계를 부지런히 닦으며 출가수행자에 경순하고 부모에 효순하는지, 그리고 가난한 자를 구제하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이를 제석천(帝釋天)에게 보고한다는 것이다(장아함의 《세기경》의 <도리천품>, 잡아함 제40권 《월팔일경》, 증일아함 제16권 <고당품> 등). 이러한 점 때문에 8재계를 수지하는 것이 감찰하는 신적인 존재를 위해 타율적으로 지키는 것으로 오도(誤導)하는 경향도 있었던지 다른 경전에서 8재계는 그러한 존재를 위해 지키는 것이 아니라고 경계시키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잡아함 제50권 《수재경(受齋經)》).
이러한 점에서 8재계는 현재 5일제 근무와 관련해서
그 근본취지를 살리면 좋을 것이다.
재가자가 한 달에 네 번은 힘들다고 하더라도
한 번 이상은 한적한 도심 주변의 사찰이나 산중의 사찰에서
집단적으로 그리고 제도적으로 사부대중과 함께 하는
특별 수행일을 복원시켜 시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조준호(한국외대 인도연구소 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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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미타불
그런 삶이 되었으면..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