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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넌 나를 지휘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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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길의 추구, 오솔길의 암시다.
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모호하게 어떤 사람은 보다 투명하게, 누구나 그 나름대로 힘껏 노력한다.
누구든 출생의 잔재, 시원(始原)의 점액과 알 껍질을 임종까지 지니고 간다.
더러는 결코 사람이 되지 못한 채, 개구리에 그치고 말며, 도마뱀에, 개미에 그치고 만다.
그리고 더러는 위는 사람이고 아래는 물고기인 채로 남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인간이 되라고 기원하며 자연이 던진 돌인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모두 유래가 같다. 어머니들이 같다.
우리 모두는 같은 협곡에서 나온다.
똑같이 심연으로부터 비롯된 시도이며 투척이지만 각자가 자기 나름의 목표를 향하여 노력한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건 누구나 자기 자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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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가, 행복하고 아름다운 나의 삶이 과거가 되며 나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을
나는 얼어붙는 가슴으로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내가 빨아들이는 새 뿌리가 되어 바깥에,
어둠과 낯선 것에 닻을 내리고 붙박혀 있는 것을 감지해야만 했다.
처음으로 나는 죽음을 맛보았다. 죽음은 쓴맛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탄생이니까,
두려운 새 삶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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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나는 끝없이 했다.
돌 하나가 우물 안에 던져졌고, 그 우물은 나의 젊은 영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긴, 몹시 긴 시간 동안 카인, 쳐죽임, 표적은 바로 인식, 회의, 비판에 이르려는
나의 시도들의 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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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오로지 한 번, 유년이 삭아가며 서서히 와해될 때,
우리의 사랑을 얻었던 모든 것이 우리를 떠나가려고 하고
우리가 갑자기 고독과 우주의 치명적인 추위에 에워싸여 있음을 느낄 때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영원히 이 절벽에 매달려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간 것에, 잃어버린 낙원의 꿈에,
모든 꿈 중에서 가장 나쁘고 가장 살인적인 그 꿈에 한평생 고통스럽게 들러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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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란,
우리가 그걸 따라 그대로 사는 생각만이 가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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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전혀 가치가 없어, 아무런 가치도 없어.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날 뿐이야.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나는 건 죄악이지.
자기 자신 안으로 완전히 기어들 수 있어야 해, 거북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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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느낌들과 기쁨들을 나에게서 각성이 일그러뜨리고 퇴색시켰다.
정원은 향기가 없었고, 숲은 마음을 끌지 못했다.
내 주위에서 세계는 낡은 물건들의 떨이판매처럼 서 있었다.
맥없고 매력 없이, 책들은 종이였고, 음악은 서걱임이었다.
그렇게 어느 가을 나무 주위로 낙엽이 떨어진다.
나무는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비, 태양 혹은 서리가 나무를 흘러내린다.
그리고 나무 속에서는 생명이 천천히 가장 좁은 곳, 가장 내면으로 되들어간다.
나무는 죽는 것은 아니다. 기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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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이 고통들을 겪는 것에는 상당한 쾌감이 있었다.
그토록 오래 내가 맹목적이고 둔감하게 웅크리고 있었기에,
그토록 오랜 내 마음은 침묵하고 가난해져 구석에 앉아 있었기에
그리하여 이러한 자기 고발, 이 전율, 이 모든 영혼의 불쾌한 감정도 환영받았던 것이다.
감정이 있었다! 불꽃이 솟았다.
그 속에서 심장이 경련하였다!
나는 비참의 한가운데서 해방이자 봄 같은 그 무엇을 혼란스럽게 느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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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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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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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든 것을 우리들 속에서 이미 완성된 상태로 가지고 있다면
왜 우리는 아직도 죽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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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 전적으로 놀라운 것이 나오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나 모두가, 가장 진부한 대화도,
나직하고 꾸준한 망치질로 내 마음속의 한 점을 계속 두드렸다.
모든 대화가, 나의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
모든 대화가 내 허물을 벗는 일에,
알 껍데기를 부수는 일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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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이 던진 돌이었다.
불확실함 속으로, 어쩌면 새로운 것에로, 어쩌면 무(無)에로 던져졌다.
그리고 측량할 길 없는 깊은 곳으로부터의 이 던져짐이 남김없이 이루어지게 하고,
그 뜻을 마음속에서 느끼고 그것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만이 나의 직분이었다. 오직 그것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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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쁜 놀라움으로 나의 뇌리를 꿰뚫었다.
말하는 사람이 아는 사람이었다. 데미안이었다.
바람 부는 어둠 속에서 나는 그와 그 일본 사람을 따라 어두운 골목들을 지났고,
그들의 대화에 귀 기울였으며 데미안의 목소리의 울림을 즐겼다.
그 목소리는 옛날의 음색을 지니고 있었다.
오래된, 아름다운 안정감과 평안을 지니고 있었고
나를 지배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이제 모든 게 다 잘됐다.
그를 찾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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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씽클레어, 잘 들어! 나는 떠나게 될 거야.
너는 나를 어쩌면 다시 한번 필요로 할 거야.
크로머에 맞서든 혹은 그 밖의 다른 일이든 뭐든.
그럴 때 네가 나를 부르면 이제 나는 그렇게 거칠게 말을 타고,
혹은 기차를 타고 달려오지 못해.
그럴 때 넌 네 자신 안으로 귀기울여야해.
그러면 알아차릴 거야.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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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민음사
나는 아직 알 속에 있어, 여시들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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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데미안 ㅜㅜ 정말 너무 좋았어ㅜㅜㅜ 읽으면서 내도록 데미안이 인도자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흔히 인도자=천사, 선한 것임에도 정작 데미안의 이름은 악마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아브락사스 그 자체인 것…. 인간도 그럴 테지만. 진짜 작가란 대단한 존재구나 하는 걸 데미안 읽으면서 느꼈어. 지금 읽는 책 다 보면 다시 봐야만 하게따…!
삭제된 댓글 입니다.
44 와타시에겐 아직 어렵다 ㅠㅠ 몇번 더 읽어보고싶어
데미안ㅠ진짜 읽을수록 좋아ㅠ
데미안 같은 책을 한번 더 만나고 싶어 ㅠㅠ 진짜 내 최애 2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어떡해 민음사 번역 진짜 좋다... 딴거 사서 봣는데 민음사 한권 사야겠오ㅠㅠㅠ
난 안읽어서 이번에 읽고 있는 중인데.. 넘나 어렵다ㅠㅠ 몇번이나 앞장을 넘겨서 다시 봤는지....
그래도 끝가지 정독을 해보겠어!!
데미안은 읽을수록 새로 더 알게되는것 같네좋다 음악도 좋구
다 읽었지만 이글을 다시 읽으면서 더 감동받게된다 고마워용여시
여시야 책추천 고마워요♡
꼭 읽어봐야겟다.. 글올려줘서 고마워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