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꽃은 시들어도 꽃이다
'우에노 치즈코_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를 읽고 감명깊게 본 부분을
많은 엿이들이랑 같이 보고 싶어서 정리해 봤어
1.
'페미니스트는 여성 혐오자다'라는 설이다.
이에 관해서는 '그래, 맞아요'라고 긍정하면 된다.
부정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첫 번째 이유는 여성 혐오 사회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여성 혐오를 신체화하지 않은 여성은 없기 때문이며,
두 번째 이유는 페미니스트란 스스로의 여성 혐오를 자각하고 그것과 싸우려 하는 이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2.
여성 종합직에게 요구되었던 것은 '남자 직원만큼 실적을 올리면서 동시에 여자 직원이 맡고 있는 허드렛일도 수행할 것'
이라는 이중의 역할이었다.
3.
약자의 공격은 더욱 약하고 저항하지 않는 이, 즉 자신의 신체와 영혼, 섹슈얼리티로 향한다.
아들의 공격성이 단순히 타벌 또는 타자에 대한 상해 행위로 향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4.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이 되는 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이렇게 적었다.
그렇다면 여성은 어떤 식으로 여성이 되는 것일까?
그것은 여성이라는 '범주'를 받아들이는 것에 의해서이다.
'나는 여성이다'고 자인하는 것에 의해서이다.
5.
사람은 '여성'이 될 때 '여성'이라는 범주가 짊어진 역사적 여성 혐오의 모든 것을 일단 받아들인다.
그 범주가 부여하는 지정석에 안주하면 '여성'은 탄생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란 그 '지정석'에 위화감을 느끼는 자, 여성혐오에 적응하지 않은 자들을 가리킨다.
때문에 여성혐오로부터 출발하지 않는 페미니스트는 없다.
6.
외모 가치 역시 일견 자연 유래적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사실은 사회적인 것이다.
르네 지라르가 '욕망의 삼각형'을 통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사람은 타자가 욕망하는 것밖에 욕망하지 않는다.
빼어난 외모 역시 타자의 승인에 의해 그 가치가 발생한다.
7.
'여자는 관계를 추구하고 남자는 소유를 추구한다'
8.
'겉모습으로 선별당하고 여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일방적으로 완전히 거절'당하는 것은
미팅자리의 '추녀'에게 있어서는 친숙한 경험이리라. '자기 폄하와 멸시를 참아가며 아첨까지 하면서' 여자들이
'결혼 활동'해온 길고 긴역사를 생각해보면 어제 오늘 이 정도의 경험에 비틀거리는 남자들은 아직 약자가 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일 뿐이다.
9.
'여성'이라는 강제된 범주를 선택으로 바꾸는 것_그 안에 해방의 열쇠가 있을 지도 모른다.
10.
드래그 퀸이란 여성스러움을 과잉 연출함으로써 젠더 허구성을 코미디 재료로 삼는 게이들의 여장 전략을 가리킨다.
이와 같은 식으로 나카무라 우사기도 여성성의 가치 상승을 위한 노력을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희화화를 노린다.
퍼포먼스를 통해 '여성'이라는 젠더 허구성을 까발리고 더불어 그 허구에 멋대로 욕정을 표출하는
자동 기계 같은 남성의 욕망을 철저하게 웃음거리로 만들어 보인다.
'예쁘시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나카무라는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네. 성형이거든요."
이런 대답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깜짝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고 한다.
자기 얼굴을 마음껏 가지고 논 결과 그녀가 얻게 된 것은,
'내 얼굴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훌륭한 견식이다.
용모의 미추가 자신에게 속해있지 않다는 사실, 여성이라고 하는 젠더가 '여장'에 의해 성립된다는 것을
나카무라는 드래그 퀸처럼 퍼포먼스를 통해 내보인 것이다.
이것이 해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실 너희들에 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라는 숨겨진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그녀와
그들 가운데 정말로 '민망'한 것은 어느 쪽일까.
11.
자신의 용모에 '자신이 있다'고 대답하는 여성은 1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의 여성은 자신의 용모에 불만이나 불안을 가지고 있다.
무리도 아니다.
자신을 가치 매기는 기준이 남성의 손 안에 쥐어져 있으며 자신은 그저 그에 놀아날 뿐이기 때문이다.
12.
신체는 누구에게나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최초의 타자이다.
자기 신체의 타자성을 받아들인다면 신체를 매개로 하여 연결되는 타자의 존재를
지배나 통제의 대상 위협이나 공포의 원천으로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첫댓글 와 좋다.... 특히 8번이 나한테 와닿았어
이 책 정말좋아
읽기 전의 나랑 읽은 뒤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것만 같고요ㅍ
책 사놓고 절반도 다 못읽었는데 다시 읽어야겠다! 고마워 여시!
전부 다 완전 공감이야...나도 이거 읽어봐야겠다!
꼭 읽어봐야지! 고마워 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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