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버지니아풍년화
나는 이 도시가 싫다.
여전히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싫다고까지 얘기하고 싶진 않아 애써 외면해왔던 감정이다.
이곳에서 내가 가진 많은 것들을 잃었다.
몇몇은 다시 되찾긴 했지만,
한 번 잃은 건 되찾은 후에도 한 번 잃었던 것이다.
상실은 회복되지 않는다.
내가 가진 게 많은 사람이었다는 것도, 그것들을 잃은 후에야 알았다.
도망치듯 본가를 나와 독립을 한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났지만...
이곳에 특별한 애착은 생기지 않는다.
도망치듯이 내가 사랑하던 도시를 떠나서 그런 것일까. 사실은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이 여전히 그곳에 있다.
바꿔 말하면, 이곳엔 내가 사랑했고 사랑하는 것들이 하나도 없다.
모든 걸 두고 왔다. 영혼이 없는 빈 껍데기로 이곳에 왔다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이는 걸까? 이곳 사람들도 빈 껍데기에게 굳이 친절하게 굴 필요는 없었을 테고...
나는 이곳에 와서야 진정한 고립을 알게 되었다. 외국에서 1인 기숙사에 살며 낯선 언어들을 해석하려 용을 쓰던 그 시절보다 지금이 더 이방인이 된듯한 기분이라는 것을, 이곳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늘 갇혀지낸다.
이곳에서 나는 괴로웠던 기억들밖에 없다.
그렇지만 사실은... 이곳이 싫은 만큼 나 자신도 싫다. 이곳을 싫어하면서도, 여기에 어울리지 못하고 자꾸 튕겨져나가고야 마는 스스로가, 나는 더,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이런 삶이 싫다. 내가 속한 곳을 사랑할 수 없는, 내가 싫다.
첫댓글 나도 사랑했던 고향과 사람들을 떠나고 상경했는데 많이 공감 가. 지금은 사랑할 수 없지만 여시가 그 도시로 간 목적이 있겠지? 사랑했던 경험이 있다는건 사랑하는 능력이 있다는 거니까 언젠가 어디에선가 다시 사랑하고 있을거라 생각해. 조금 더 자신을 돌봐주고 사랑해주자!
공감가는 글이다 올려줘서 고마워!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11.14 1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