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zy In Love (사랑에미치다)
♡49
녀석을 보내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몇 분 잠깐 봤다고 머릿속에서 녀석의 얼굴이 잊혀 지지 않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는데 난 미친 게 분명하다.
가끔 힘들 땐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새벽 2시.
옷을 쫙 빼입고 나이트로 향했다.
요새 매일 술만 마시고 다니는 것 같다.
아무래도 개방적인 곳에서 몇 년 살다온 후유증 정도 되는가 보다.
주위의 가장 가까운 곳에 들어갔다.
술을 꽤나 마셨는데도 불구하고 오늘은 맘처럼 쉽게 취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취하는 건 포기하고 스테이지로 올라갔다.
마침 내가 좋아하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리듬을 타며 몸을 관능적으로 흔들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길 바라며..
한참을 흔들었을까.
이내 블루스 음악으로 바뀌어 버렸다.
흥을 잃은 난 스테이지에서 내려오려고 하는데 낯선 남자가 내 손목을 잡아서
내 봄을 돌리더니 블루스를 추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저기요. 저 내려갈 거거든요? "
"아이 참, 뭘 빼고 그래. 오빠랑 좀 놀자는데. “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내뱉고 있는데 변태의 손이 점점 내려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곧 엉덩이에서 이상 한 손길이 느껴졌다.
깜짝 놀라 소리를 빽 지르며 그 손을 쳐내버렸다.
“꺄악! 정말 왜이래요? 저 아세요?”
“아, 진짜 다 알면서 내숭을 떨고 그래. 가만히 좀 있어.”
“하, 어이가 없네. 미친 거 아니에요? 좀 놔주시죠. 엄청 불쾌하거든요.”
“아니, 이년이!”
짝 소리가 나며 내 얼굴이 돌아가고 맞은 왼쪽 뺨은 화끈거리며 부풀어 올랐다.
맞은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변태와 나에게 향했다.
그리고 낯익은 얼굴도 보인다.
“윤샛별? 저 새끼가 지금 누굴 때려!!!”
녀석의 목소리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것이 느껴지지도 않는 것인지
변태는 점점 노골적으로 내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저항을 해보려고도 했지만 역시 남자라 그런지 밀어내기엔 역부족이다.
그리고 갑자기 둔탁한 소리가 나며 변태가 저리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엔 잔뜩 화가 나 보이는 김도진이 서있었다.
“괜찮아?”
“아..응. 고마워.”
“고마우면 나 좀 살려주지? 지금까지도 충분히 힘들었는데.”
날 대하기가 불편한 게 뻔한데도 혹여나 내가 불편해할까 넉살좋게 웃으며
장난끼 섞인 음성을 내뱉는다.
그리고 난 아무 말도 못한 채 멍하니 서있을 뿐이다.
내 반응이 무안한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내 손목을 살짝 잡는다.
“하하하하. 데려다줄까?”
“아니, 괜찮아. 택시타고 갈게.”
“그렇게 딱 잘라서 말할 것까지야. 택시 잡아줄게.”
결국 도진이의 손에 이끌려 나이트 밖으로 나왔다.
녀석은 택시를 잡고 나는 버스정류장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는데 택시가 잘 안 잡히나보다.
택시하나 잡겠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노력중이다.
그런 녀석을 보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이러고 있으니까 마치 옛날로 돌아온 것만 같다.
옛날에도 이런 적 있었는데..
과거를 회상하는 나 스스로에게 차가운 조소를 날려주고 있는데 도진이가 날 부른다.
드디어 잡은 건가.
“빨리 와.”
“응.”
짤막한 인사를 나누고 녀석은 친절하게 문까지 닫아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슬쩍 몸을 틀어 녀석을 바라보니 핸드폰 카메라로 차량 번호를 찍고있었다.
짜식, 그동안 매너라는 건 배워놨구나.
“남자친구 맞죠?”
혼자서 피식피식 웃으며 녀석의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택시기사아저씨의 음성이 들렸다.
괜히 당황해서 손사래를 치며 대답해버렸다.
“네? 아.. 아니에요. 그냥 친구에요 친구!”
내가 말하고도 괜스레 서글퍼졌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돼버렸는지.
저 녀석이 한 번만 더 유혹한다면 넘어가버릴 것만 같다.
바보처럼..
#
그 날 이후 많이 흔들린 날 알아챈 건지 녀석은 매일매일 찾아와 감동을 주고 있다.
매일 장미꽃, 과일, 선물 등 어제는 저녁까지 해주고 갔다.
“언니! 다 됐다. 하나언니 기다리겠어, 얼른 나가 보세요~”
“오케이!”
오랜만에 찾은 스튜디오.
옷을 갈아입고 나리에게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은 채 카메라 앞에 섰다.
오랜만에 본 내가 얄미운지 하나 언니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실은 아까도 이랬는데 메이크업 받아야 된다는 핑계로 도망갔었다.
“언니야~”
“윤샛별!! 어떻게 진짜 내가 연락하기 전까지 연락 한 번 안하냐?”
“사정이 있었어. 요즘 머리가 많이 복잡했거든, 히히. 자~ 일합시다.”
“어휴, 빨리 서.”
촬영에 한창 몰입하고 있을 때 갑작스레 문이 열렸다.
이상하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언니, 뭐 시켰어?”
“아니, 나리야~ 뭐 시켰어?”
“아니. 내가 돈이 어딨다고.”
문이 완전히 열리고 나타난 사람은 양 손 가득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는
봉투를 들고 있는 도진이였다.
이쪽저쪽 둘러보다가 날 발견했는지 뒤뚱뒤뚱 달려온다.
그리고선 무작정 내 앞에 앉은 뒤 봉투 속에 있던 것들을 하나둘씩 꺼내놓는다.
떡볶이, 순대, 김밥 등 별 게 다 들어있다.
“와아~ 저 근데 누구세요?”
“윤샛별 애인이요.”
“진짜요? 와아, 언니 진짜 그러기야? 애인 없다면서~”
“어우, 야 아니야, 아니야. 김도진 너 진짜 왜 그래!”
“샛별아. 나 좀 살려달라니까? 나 너 없음 죽어.”
이젠 그냥 녀석의 말을 무시하고 젓가락을 들고 이것저것 집어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나언니와 나리 그리고 녀석까지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한다.
열심히 먹고 있는 내 옆구리를 옆에 있던 하나언니가 쿡 찔러버렸다.
“어떻게 된 거야?”
“그냥, 그러네..”
“잘생겼네. 너랑 같이 모델이나 시켜볼까?”
“됐거든, 언니? 풉.”
“짜식, 난 우리 잡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구~!!큭큭”
녀석이 사 온 음식들을 모두 헤치우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뻗어있는데
갑자기 도진이가 내 손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샛별아.”
“응.”
“나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응.”
“우리 다시 한 번 사귀어 보자. 나 그만 용서해주라~. 나 진짜 너 없음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