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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기만의 방 -이음문고, 옮긴이 김현수
(여성시대 bin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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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역사를 다시 쓰라고 한다면 십자군전쟁이나 장미전쟁보다 중요하게 다루고 상세하게 설명할 변화가 18세기 말로 접어들면서 생긴 이 현상, 바로 중산층 여성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
<오만과 편견>이 중요하다면, <미들마치>와 <빌레트>와 <폭풍의 언덕>이 중요하다면 여성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 그것도 자신의 책과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인 채 자기 별장에 처박혀 글을 쓰는 외로운 귀부인이 아니라, 평범한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내 한 시간의 강의로는 입증하기 어려울 만큼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키츠, 플로베르 같은 천재들이 견디기 힘든 건 세상의 무관심이었지만, 여자가 견뎌야 하는 건 무관심이 아니라 적대감이었습니다. 세상은 남자 작가들에게 말한 것처럼 “원한다면 글을 써. 하지만 나랑은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세상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죠. “글을 쓴다고? 네가 글을 써서 뭐 할 건데?”
내 앞에 다녀간 손님이 석간신문의 오전판을 의자에 두고 갔기에 음식을 기다리며 한가롭게 기사 제목을 읽기 시작했어요. …… 어느 집 지하창고에서 발견된 고기 칼에 사람의 머리카락이 붙어있었다는 기사도 보였어요. 이혼 법정에 나온 판사님이 여성의 파렴치함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고요. 그 외에도 이런저런 자잘한 기사가 구석구석 실려 있었어요. 캘리포니아에서는 여배우를 산 정상에서 내려뜨려 공중에 매달았다고도 하고, 오늘 날씨는 안개가 낄 거라고도 했어요.
이 지구를 아주 잠깐 스쳐가는 방문객조차도 이 신문을 집어 들었다면, 이처럼 산발적인 증언만으로도 영국이 가부장 사회라는 사실을 놓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각이 있다면 그 교수(*가부장)의 지배력을 감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권력, 돈, 영향력이 모두 그의 것이었으니까요. 그가 바로 그 신문의 사주이고, 편집장이고, 편집사원이었어요. 그가 외무장관이고 판사였어요. 그는 크리켓 선수였고, 경주마와 요트를 소유했어요. 그는 주주들에게 투자금의 두 배를 돌려주는 회사의 중역이었어요. 그는 직접 운영하는 자선단체 와 학교에 수백 파운드를 기부했어요. 그는 여배우를 공중에 매달기도 했죠. 식칼에 묻은 털이 사람의 것인지 판단하는 사람도 그 남자이고, 살인자에게 무죄 혹은 유죄를 선고하는 사람도 그 남자이며, 살인자를 교수형에 처할지 무죄 방면할지 결정하는 사람도 그 남자입니다. 런던의 안개를 제외하곤 그가 모든 걸 통제합니다.
그러나 석간신문을 넘기며 이 모든 힘을 거머쥔 남자가 화난다는 사실이 너무나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니면 혹시 분노라는 게 권력을 따라다니는 수행 도깨비 같은 것일까요? 예를 들어 부자는 가난한 사람이 자신의 부를 빼앗아갈까봐 분개하곤 하잖아요. …… 어쩌면 그들은 전혀 ‘분노’하지 않았는지도 몰라요. 사실 사적인 인간관계에서는 여성을 찬미하고 헌신하는 모범적인 사람들이었어요. 그 교수가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단호하게 여성의 열등감을 주장하면서 여성의 열등함보다는 자신의 우월함을 더 걱정했을 수도 있어요. 그 우월함은 대단한 가치가 있는 보석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강조하며 방어하기에 급급했던 것이죠.
(*메리 칼마이클의 소설을 보았다며 그 내용을 설명하는 중) 여기엔 여자만 있는 게 확실한 거죠? 그렇다면 다음에 읽은 문장이 무엇인지 알려드릴게요. “클로이는 올리비아를 좋아했다.” 놀라지 마세요. 얼굴을 붉힐 것도 없어요. 우리 사회의 은밀한 곳에서는 이런 일들도 일어난다는 것을 인정합시다. 네,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기도 한답니다.
…… 클레오파트라가 옥타비아에게 느낀 감정은 단순히 질투뿐이었습니다. 그녀가 나보다 키가 클까? 머리는 어떻게 한 거지? 그 연극에서 그 이상은 더 필요하지도 않았죠. 두 여성의 관계가 조금만 더 복잡했다면 그 작품이 얼마나 더 흥미로워졌을까요?
문학에서 남성이 오직 여성의 연인으로만 표현된다고 생각해보세요. 남자가 남자의 친구로도, 군인으로도, 사색가로도, 몽상가로도 표현되지 않는다면 셰익스피어의 연극에서 남자들이 맡을 역할은 얼마나 적어질까요? 문학이 입을 피해는 또 어떻고요! … 시저도, 브루투스도, 햄릿도, 리어 왕도, 자크도 존재하지 않을 테니 문학은 깜짝 놀랄 정도로 빈곤해지겠죠. 여성에게 닫혀 있던 문들 때문에 문학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빈곤해진 것과 비슷하겠죠.
여성이 남성처럼 글을 쓰고, 남성처럼 살고, 남성처럼 보인다면 그 또한 대단히 유감일 거예요. 이 세상이 거대하고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개의 성(性)도 부족한데 어떻게 하나의 성 만으로 세상이 굴러가겠어요? 교육을 통해 두 성별의 유사성보다는 차이를 끌어내고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 유사성은 너무 많으니까요. 어느 탐험가가 다른 나뭇가지를 통해 다른 하늘을 보는 또 다른 성을 발견해 온다면 인류에게 그보다 더 위대한 공헌은 없을 것입니다.
첫댓글 여자 작가 책은 출판도 안해줘서 가명쓰고 익명으로 출판하고 그랬었는데.. 탄압 안했다면 훨씬 더 다양한 글들이 나왔을 것 같아서 아쉬워
정말로 더 많은 여성캐릭터가 그리고 실재하는 여성이 누군가의 연인만이 아니라 친구로 한명의 사회인으로 또는 예술가로 그게 아니라면 성장중인 미완성의 누군가로 기록되고 그것에 더 큰 가치를 두길바래 울고싶어지네
대단해
굿이다 굿 ㅠ
이 책은 너무 읽고 싶지만 뭔가 문장이 안읽혀서 항상 읽다 포기한다... 이 글도 그렇고.. 책을 자주 안읽어서 너무 멍청이가 된걸까... 다시 저 책 도전해야지..ㅜ ㅜ
영문관데 우리과 교수님이 페미니스트시라 페미니스트적인 작품 많이 배웠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작품이었어 그 수업 마지막 문제가 배웠던 주제 중 기억 남는 거 서술하는 문제였었는데 자기만의 방으로 썼었는데...굉장히 좋았어 이 작품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라는 책 있는데 다른 여성작가들의 작품 무엇있는지랑 그들의 생애 대한 내용들로 엮어져 있어! 이 책도 추천할게!!
나 자기만의 방 읽다가 너무 안읽혀서 포기했는데 다 읽은 여시들은 비법이 뭐야??
@Binnie 천천히 꾸준하게 보는게 답이구나!
그안읽히는부분적당히내용만파악하고넘어가면 그뒤부터잘읽힘 초반이젤고비ㅠ
비유도 좋고 섬세하고 작가의 가치관이나 이런게 너무 좋은데 잘 안읽혀 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읽다가 포기했다가 읽다가 계속 그럼 ㅠㅠㅠㅠㅠ
나 독해력이 너무 떨어졌나 나도 안읽혀..흑
그러고보니 여성작가 진짜 드물구마
삭제된 댓글 입니다.
@Netflix Korea 띵문 파티.. 책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하게됨... ㅠㅠ
@Netflix Korea 아 전문 다한다는거 ㅇㄱㄹㅇㅋㅋㅋㅋㅋㅋㅋ 진심 책갈피 끝이없엌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책 후반부가면 그냥 다 밑줄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
글 좋다..읽어봐야지
안읽히긴하는데 계속 읽어보게!!
커버도 예쁘다 확실히 복각이 트렌드이긴 하네 읽어봐야지
시대적 한계때문에 이퀄리즘 같은면이 있지만 당시에 저정도의 사상도 엄청 앞서간것같다
천재들이 견디기 힘든 건 세상의 무관심이었지만, 여자가 견뎌야 하는 것 무관심이 아니라 적대감이었습니다.
이 구절 진짜 너무 먹먹해져
이거 처음엔 진짜 안 읽히는데 반복해서 읽다 보면 나중엔 술술 읽히더라고..!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선 여성 작가 문학 비평하는데 되게 멋지게 느껴졌음
내 의식에 불을 밝혀준 책.. 이 책 읽고 버지니아 울프 타투함... 한줄한줄 밑줄 그을게 너무 많아서 읽는데 하루 종일 걸릴 정도.. 90년전에 대체 저런 내용을 어떻게 쓴거지.. 저런 의식을 가지고 그 옛날에 혼자 깨어서 살았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거초반부는힘든데그부분넘기니잘읽혀짐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