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성격 심리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내향인에게 행복은 빅이슈가 아닙니다.
BIG 5 성격유형에서는, 외향-내향 차원을 긍정적인 감정에 대한 반응성이 얼마나 높은지 여부로 해석하는데,
즐거움에 민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까르르거릴 일이 많은 외향인들에게는 행복이 가장 중요한 이슈이겠지만,
즐거움에 둔감해서 그러거나 말거나 심드렁하게 있을 일이 많은 내향인들에게는
재미, 흥분, 쾌감이란 약간 남의 세상 일 같이 느껴질 수 있거든요.
물론, 내향형들에게도 만족감이란 요소는 매우 중요합니다.
단지, 그게
"하이텐션을 동반하는 HAPPY!!!!!"
의 느낌이 아니라는 것일 뿐.
내향인들의 세계
심리학에서 행복이란 개념은 다소 입체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면에는 "행복"과 그 반대인 "행복하지 않음"이 있고,
다른 면에는 "불행"과 그 반대인 "불행하지 않음"이 있죠.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
행복과 불행이 서로 대립되는 관계가 아니라, 각각 독립적인 개념이라는 겁니다.
(※ 예를 들어,
연애를 한다고 항상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잖아요? 틈틈이 싸우거나 감정이 상하는 등 불행한 일도 생기죠.
반면 싱글일 때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서 딱히 행복하지도 않지만,
싸울 사람도 없어서 딱히 불행하지도 않아요.)
이처럼, 성격에도 행복과 관련된 성격과 불행과 관련된 성격이 따로 있어요.
전자가 외향성이고 후자가 신경성인데,
고 외향일수록 행복에 민감하고, 저 외향(내향)일수록 행복에 둔감하며,
고 신경일수록 불행에 민감하고, 저 신경일수록 불행에 둔감하다고 볼 수 있죠.
말씀드렸듯이, 심리학에서는 행복과 불행을 별개의 변수로 취급하므로,
삶에 대한 개인의 만족감을 평가할 땐,
토탈패키지로 "주관적 안녕감(행복-불행)"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즉, 행복만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거죠.
행복이 "10"이여도 불행도 "10"이면 주관적 안녕감은 "0"이 되니까요.
결국, 행복에 둔감한 내향인들이
주관적 안녕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또다른 변수인 불행을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 됩니다.
어차피 뭔 짓을 해도 평균적인 행복감은 낮을테니,
불행의 요소를 최소한으로 줄여서 주관적 안녕감을 최대한 방어하는 전략인 것이죠.
따라서, 내향인들에게 있어서 최고로 만족스러운 순간은,
"별 일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하루의 느즈막한 저녁" 정도가 되는 것입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서 씻고 맥주 한 캔 따고 창 밖을 보는데
때마침 비가 내리네? 빗소리 들으면서 운치 있게 나만의 혼술 타임
'어휴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평화롭고 참 좋다.'
'아휴 지루해, 뭐 좀 없나???'
별 일이 없다는 것은 행복한 일도 불행한 일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짜릿하고 즐거운 게 최고 관심사인 외향인들에게는 그만큼 지루한 일이겠지만,
애당초 행복에 둔감한 내향인들에게는 불행한 일이 없다는 거 자체가 꽤나 만족스러운 일인 겁니다.
여기에 자연, 책이나 인터넷, 술과 군것질거리, 반려동물(고양이)까지 함께 한다면 더할나위 없는 상태가 되죠.
'아 평화롭고 참 좋다.'
꼭 하이텐션의 무지막지한 행복감이 아니더라도,
나쁜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평화로움과 안도감 + 소소한 로우텐션의, 한 줌의 행복감만으로도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이라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성격이 바로 내향형입니다.
좋고 나쁜 삶이란 사람마다 각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행복에 민감한 외향인들에겐 행복하지 않은 것도 불행처럼 비춰질 수 있고,
행복에 둔감한 내향인들에겐 불행하지 않다는 게 곧 행복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내향인들의 세계에서는 결국,
내가 "마음의 평화"를 이뤄내느냐 마느냐가 웰빙의 키포인트가 됩니다.
내 마음을 평안하게 다스릴 수 있는 활동들을 통해 안정적인 바이오리듬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요.
자연, 명상, 운동, 일기, 창작 활동, 문화 생활, 좁고 깊은 관계 등등
내향인 동도들의 별 일 없고 무탈한 인생을 기원합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