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누가 이게시판에 백보드만 한 10년 쳤다고 하던데 그 분 좀 한번 만나보고 싶다. 모르긴 몰라도 그양반은 거의 준 도사일거다. 테니스도 테니스지만 인생에 배울 것이 많은 분임이 틈림없을 거란 생각이다.
테니스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해보았는데 백보드가 다소간 문제도 있지만 좋은 점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다.
전부터 여기 분당에 그런 곳이 있다란 이야기를 들어 오던터에 우리 마누라가 장구 치는 연습을 하는 곳에 언젠가 좇아 갔는데 바로 그곳이라! 굴다리밑. 이 굴다리 밑이란 곳이 어릴적엔 좀 무서운 곳이기도 했다. 그 때는 걸인 들이 많아서 그런 곳이 으슥도 하고 동네와 좀 떨어졌기도 해서 그런 사람들의 거처가 있던 곳이었기에 그랬다. 나이 좀 들어서는 동네근처의 물가에서 피래미를 잡아서는 특히 비가 오기라도 하는 날은 고기도 많이 잡히고 마땅히 어죽을 끓일 곳이 없는데 다리밑은 정말 안성마춤. 그런 기억의 옹아리가 바로 다리 밑인데 이제 여기 이사와서 그 곳에 마눌이 일주일에 한 두어 번은 동네 아줌들이랑 어울려 장구 연습을.. 그런데 그 곳이 정말로 백보드론 천혜의 요지... 우선 해가 없고 생전 누가 시비걸 사람이 없고 기둥 간의 간격도 적당하고 넓어서 공 주우러 뛰어다니는 품도 적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기까지 가기만 하면 공치는 데는 정말이지 하느님이 준 최적의 장소다. 그런 곳이 탄천 다리밑 어디에고 같은 곳이 여러 곳 있어서 경쟁도 없다. 나는 분당이 뭐 특별히 맘에 들고 안들고 없이 근 7-8년을 살아 왔는데 이제 난 이 백보드를 발견하고 그냥 좋은 동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 교각의 절묘함이란. 우선 보통의 다리들 처럼 기둥으로 된 것이 아니고 길다랗게 병풍처럼 교각을 만들어서 영락없는 50여미터짜리 대형 백보드다. 당연하지만 튼튼하기로 말하면 백날 천날을 쳐도 개미 코끼리 머리털 건디리기도 아니다. 바닥은 보도블록으로 쌓여 있어서 편편하고 좋으면서도 가끔씩 이레굴러 바운드가 나와서 의외의 볼 연습에 안성맞춤이고 벽의 이쪽은 벽 앞이 널찍해서 스트록 연습하기가 좋고 저쪽으론 좀 짧아서 발리 연습에 그만이다. 또 정가 가운데는 오목해서 평상적인 공의 바운드를 훨씬 이탈하는지라 정말 고난도의 받아치기가 요구된다 약간 천장이 낮아서 스매시 연습에 좀 지장이 있을 법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약! 가운데 중앙선 부분은 콩크리트를 아낄려고 했는지 공학적으로 그랬는지 거기만 천장이 다른 부분보다 높아서 스매시 바운드 공을 그 곳으로 튀어 오르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뿐아니라 거기로 보낼려면 테크닉이 요구 되기에 스매시의 방향성을 높이는 훈련을 하기엔 또 그만이다. 주어진 악조건을 최선의 조건으로 활용하는 맛이란! 소리소리 지르며 공을 친들 듣는 이도 없고 오히려 찌렁찌렁 울리니 괜실히 공 치는 힘만 배가 되서 고수가 된것 같은 착각에 심리적 자심감의 배양에 은연중 도움이 되니 이 또한 커다란 장점 중의 하나다. 개천은 유유히 흐르며 가끔 고기 잡는 강태공과 새들이 있으니 그 또한 시각적 별미라... 운동 속에 자연의 한 흐름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으니 정신 건강엔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정신 건강을 말하면야 백보드 차체가 보약이다. 생전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으니 말이다. 못친다고 핀잔주는 파트너가 있나 하수하곤 안친다고 뻣뻣한 인간이 있나 격려와 박수대신 비웃기나 하는 어설픈 고수가 있나 테니스 수가지고 인생을 나누는 속좁은 이가 있나 자기코트 남코트 가리는 이가 있나 사설 코트이길하나 때맞추어 전화해서 만나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나 이 눈치 저 눈치에 괜실히 주눅드는 그런 어설픈 상황에 처할 필요도 없고... 그런 절묘한 곳이 하늘아래 또 존재할까? 아무래도 무슨 '분당 탄천 굴다리 백보드회'요런 것이라도 결성해서 회장이나 해먹고 겉폼이나 한번 잡아 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
이래서 결국 인생은 구석을 잘 봐야 하고 등잔 밑을 잘 봐야 하고 다리 밑도 잘 봐야 하고 그런가 보다....
첫댓글 참 오래된 글이지만 배울점이 많군요~~ 감사합니다.~ 저도 그 대열에 참여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