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고 계실까 외 4편
한 신섭
아침 마당을 쓸고 쓸으시던 백형이 계셨건만
아직도 나의 백형께선 울의 어느 산들내에서
아침을 열고 계실까
마당을 쓸고 닦아 그것이 맑은 유리가 될 리 없으련만
아직도 아침마다 끊임없이 쓸고 또 쓸며
아침을 열고 계실까
어디서 온 것인지도 모르게 쌓이는 먼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도 형님은 아침마다 쓸고 또 쓸어
아침을 열고 계실까
마음 속 어디에 아직 버리지 못한 탐진치를 아시는지
오늘도 끊임없이 아침마당을 쓸고 또 쓸며
아침을 열고 계실까
그 마당이 거울이 되어 마음을 경책한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내일도 끊임없이 아침마당을 쓸고 또 쓸며
아침을 열고 계실까
향나무
한줄기 연기로
파랗게 피어오르는
香내음은 삶의 無想인지
당신의 따스한 情이 와락
코 끝에 와 감돌고 있습니다.
세상사 접어두고
구름의 뜻도 접어두고
울의 산내 들에 칩거한지
어언 삼십여년이라는데 당신은
아직도 향나무를 태우고 있습니다.
이제는 가슴을 펴고
어둠을 젖히고 깨어나
닫혀진 마음의 창을 열고
나와서 저 높은 곳를 향하여
새로운 세상을 열 때가 왔습니다.
능소화
-양평 통방산에서
님들!
삐끔 삐끔이 보여주는
햇살을 기다리셨는지요
그래도 우리의 나리와
능소화의 자태는
나를 반겨준다네
둘다 나팔꽃과에 속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의 이님들은 나름대로의
자기를 뽐내면서 나를 반겨준다
이곳의 통방산과 나가터골에서 말입니다
초생달에서 상현달로 이어지는 이쯤에
이 능소화의 자태는 저으기 아름답다
이곳의 물보라와 능소화 가지에 걸린 달빛 아래에서
바다소리 끝을 잡은 듯 한 술잔으로
우정과 사랑을 나눈다면은 이 세상이 다
우리의 올곳은 산들내이리라
통방산 골짜기에서 능소화의 자태가
달빛을 가리네...
풍경소리
오늘은 섣달 보름 날
서둘러 운길산을 오른다
서종사에서 일출을 바라볼 양으로
숨을 몰아쉬며 중턱쯤 돌아서는데
어느 보살님의 기척이 들린다
뭐 그리 빠쁘시다냐,
그리 바삐가는 뒷 모습을 바라보니
괜시리 슬퍼진다
일출은 수종사 삼정헌 다실에서
보려고 나도 이리 서두르는가
이내 다실의 문을 두드리니
차 보살님께서 반가이 맞이한다
첫 객이란다 이내 복륜이 궁금해 진다
아~아직 꽃망울이...
참으로 귀하신 몸인가 보다
두물머리의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저어기 가물보이는 느티나무 뒤로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니
여기 절간 처마에 달린
풍경소리만 요란하다
아마도 태양이 용솟음치는가 보다
이 용트림에 파도가 이는가
저~어기 두물머리에서
물안개가 휘리릭 바람만
일으키네...
그리움
이해에 끝자락에서
그리운 님들께...
보고픈 편지를 보내세요
그리움이란
마음 한구석에 늘~ 있지 않을까요
비록 나이테는 조금 있지만...
어제 명동을 나가 봅니다
그리움의 되새김질을 해보며
명동 뒷골목을 뒤져봅니다
그리움이 새겨있는 그곳...
그곳이 가고 싶어서 말입니다
셀브르다방, 구디구디, 라면골목 등
젊음이 묻어있는 그곳을
다녀옵니다 동행을 하여준
님께 감사를 드리며...
빨간 우체통에는
그리움이 묻어있답니다
아직도 반이나 남은 소풍길을 위해서
그리운 님께 편지를 써보세요
약력 : 본명 한신섭(곡산 한씨 둔제공파(충파)23세손
필명 白霞, 길백, 길손, 길손백하
충북 음성 출생(1954년생)
향리에서 중학교까지 졸업(초등 때 사서삼경까지서당에서 학습)
서울중동고 졸업, 대학 중퇴. 야생화, 큐시관련 기관에서 교육수료.
전기제조및 건설업에서 20년간 근무.(한전345Kv, 154Kv변전소 건설 참여)
現: C&K미래연구소 소장(수목원 및 관광인프라설계 및 컨설팅
사회활동 :생명의 숲,생명의강.인드라망.우이령보존회.환경정의.
한국물고기협회.한국조류보호협회 회원 및 자유기고가로 활동중
등반경력 : 백두산줄기 탐방 3번째 종주중, 애팔래치아, 실버에베레스트 원정대
동행하기 위해 훈련중
자유기고 하는곳 : 생명의숲. 고도원의 아침편지.인드라망.생명의강.우이령보존회
블러그 : 네이버 문향의 쉼터
참여카페 : 시산문.불이방.야생화관련 카페 다수
시와 시인 6월호 신인상 한신섭 심사평
한신섭님은 <백두대간> 3차 종주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작은 들꽃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귀향 준비
중이고 에베레스트山 에팔래치아 산맥 종주를 하기
위해서 지금 빈틈없는 준비 중이다.
한신섭님의 응모 시 여러편을 잘 읽었다. 선자와
한신섭 님의 대화록은 모든 세속을 초탈한 분이었고,
불자라는 것도 알았다. 그렇게 세속을 초탈한 분이라면
생활을 어떻게 꾸려가나 하는 의문이 소롯이 피어난다.
산악인 한신섭 님의 문향의 쉼터 중에서 띄어쓰기를
완전히 무시한 시편들은 추천작품에서 이번은 빼버리고
(다음 기회로) 비교적 서정시편들을 선자는 취했던 것이다.
앞으로 더 두고 볼 일이지만, 형님 그리움에 아침을 열고
계실까봐 향나무, 능소화, 풍경소리, 그리움 등 5편을
선택했다.
//님들/삐끔 삐끔이 보여주는//햇살을 기다리셨는지요//
그래도 우리의 나리와//능소화의 자태는//나를 반겨준다네//
나팔꽃과에 속한다는 능소화를 노래한 통방산과 나가터골
에서 초생달이 상현달이 이쯤에서 능소화 꽃 모양이 아름답다.
심사위원 : 이종석 서청학
등단에 대한 저의 짦은 소회
저는 길거리 글쟁이로 또한 자유인으로 남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저를 文人家의 구속인으로 만드십니까?
님들의 심사평에서도 언급하셨듯이 저는 안거를 수없이 하며
이렇게 50평생을 살아왔습니다. 20대부터 울산들내 가을바람에
흣날리는 가랑잎의 바램처럼 떠도니는 홀씨가 되어처박히곤 했었지요
그러다가 둘, 하나의 지애비가 되어 27년을 살아 오면서 면면 곡절도 있었지요.
여기까지 님들과 만남의 緣을 이어지게 해준 내 가족 특히
사랑하는 옆지기에게 등단의 기쁨을 모두 돌려주고 싶습니다.
나의 2세인 두 아들에게 아버지가 이젠 한 點과 線을 찍었으니
글로 이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전합니다. 이제 내 곁을 떠날 날도 얼마 안남았지만!
자유인으로써의 울산하 두리번 거림은 이제 동북아와 미주로 갑니다
예정대로라면 올 하반기에 미주 애팔래치아 트랙킹을 약 3~4개월 정도하고 내년도에는 실버에베레스트 원정대에 동행하여 그곳의 산들내를 두리번 거리고는 그곳에서 중국을 거쳐 몽고로 해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저의 육신을 맡길까 합니다.
글하여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곰삭힌 글들을 가슴에 담다 보면
인생의 황금기인 60을 넘어서서 저의 향리에서 흙을 만지며 사는 농부의 자리로 돌아가 내 할아버지가, 내 아부지, 형님들이 일구어 놓으신 그곳에서 남은 삶을...
저를 문인가의 구속인으로 만들어 주신 이종석님과 서청학님께
감사드리며...저의 등단 소회를 올립니다.
무자년 누리달 우거에서
길백/한신섭 올림.
첫댓글 축하 축하드립니다..^^*
반갑습니다. 님 좋은글 많이많이 올려주소서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