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조.
과연 '죽음의 조'가 될까다. 모든 팀이 다 16강에 들어갈만한 전력을 갖췄다. 그 첫 대결이 어젯밤에 펼쳐졌고, 포르투갈만이 유일하게 승점 3점을 챙겼다.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는 '월드 클래스' 손흥민의 존재감을 입증한 한판이었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쓴 채 풀타임을 소화한 국가대표 주장의 몸놀림과 현란한 개인기는 월드컵을 보는 재미를 선사해줬다. 후반전에야 딱 한례의 슈팅을 기록했지만 아쉽게도 골대를 벗어났다.
황의조의 전반전 역시 크게 아쉬운 장면이었다. 몇차례의 좋은 패스 후에 이어진 빠르게 낮은 크로스를 그대로 논스톱 슈팅으로 멋지게 연결했는데 그만 골문 위로 살짝 솟구쳤다. 황의조는 크게 웃었고 손흥민이 더 탄식을 했다. 후반전에 황의조를 대신해 들어온 조규성도 K-리그 득정왕답게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많은 팬들이 기대해온 이강인의 교체출전도 함께 있었다. 이름값을 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팀에게 승리를 안겨다줄만한 빛나는 장면들을 만들기엔 다소 부족했다. 김민재의 수비력은 감탄을 자아낼만한 수준이었고, 왜 그가 유럽무대를 호령했는가를 여실히 증명했다.
단연 김승규의 활약이 돋보였다. 몇차례의 큰 위기를 선방해낸 그가 골문을 지키고 있었기에 실점 없이 경기를 마칠 수가 있었다. 미드필드 역시 충분히 뛰어난 경쟁력을 드러냈다. 특히 전반전의 압도적 볼점유율은 지난 2002년 히딩크호의 트레이드 마크를 방불케 한 빛나는 선전이었고 황인범, 정우영, 이재성 같은 이름들이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켰다.
전체적으로는 과연 '역대 최고'였을까 하는 물음이 좀 앞선다.
더 잘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컸다면 아니란 얘기, 그렇지 않다면 수긍할만한 주장이겠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이들이 꼽는 2002년과 2010년에 견줄만한 수준이 아닐까로도 본다. 벤투 감독에 대한 재평가가 제일 인상적인 부분이겠다. 성적까지 받쳐준다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사상 최고의 감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승부의 세계에서도 막상 승패는 전혀 중요하지가 않을 수 있다. 경기를 끝내고 손흥민의 부상을 염려해주던 고딘의 모습, 손흥민한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환하게 웃던 카바니의 표정들은 그들이 왜 '월드 클래스'였나를 알 수 있게 만드는 대목들이다.
축구는 승패가 아닌 경기력을 뽐내는 경연장이 더 맞다.
월드컵 첫 승이 아쉬울 법한 대표팀이지만 골대를 두번이나 맞힌 불운에도 우루과이 역시 승점에 대한 갈증은 오히려 더 컸다.
경기력을 보였다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한판이었다.
포르투갈전 또 가나전에서도 승부를 떠나서 많은 선수들이 함께 웃는 장면들을 봤으면 좋겠다. 축구는 이제 전쟁이 아니다. 오히려 연말 가요 시상식처럼 항상 축제의 분위기에 들떠 기쁨을 서로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불과 서른다섯의 나이, 그라운드를 크게 호령하던 그도 이젠 폼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 마지막 월드컵 무대를 장식한 수아레스의 쓸쓸한 뒷모습도 반갑고 또 크게 간직하고픈 연유다. 가요계에도 왜 공로상이라는 제도가 있는가랑 같은 똑같은 차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