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수(十二支獸: 12마리의 동물)의 탄생
앞에서 보았듯이 갑골문자가 탄생되면서 십간과 십이지가 함께 탄생되었습니다. 이중 십이지는 쥐띠, 소띠, 호랑이띠 등 태어난 해를 12마리 동물들의 이름으로 이르는 '띠'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십이지의 글자들이 12마리의 동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십이지 중에서 유(酉)자는 '닭 유(酉)'라고 자전에는 나왔있지만, 유(酉)자는 닭의 모습과는 전혀 상관없이 술병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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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유신 장군 묘의 십이지수(十二支獸) 중 쥐(子), 소(丑), 범(寅), 토끼(卯), 용(辰), 뱀(巳)
쥐(子), 소(丑), 범(寅), 토끼(卯), 용(辰), 뱀(巳), 말(午), 양(未), 원숭이(申), 닭(酉), 개(戌), 돼지(亥) 등 12마리의 동물을 십이지(十二支)와 연관시켜 사용한 것은, 한자가 탄생되고 간지가 만들어진 후 1000년이 지난 전국 시대(戰國時代, BC 403~221년)입니다.
십이지와 연간된 12마리의 동물들을 십이지수(十二支獸)라 하는데, '십이지(十二支)의 짐승(獸)'이란 뜻입니다. 이와 같이 동물과 연관시킨 것은 당시 중국에서 동물을 숭배하는 토템(totem) 사상에서 생긴 듯합니다.
중국에서는 한자의 음은 있으나 훈은 없습니다. 훈은 우리나라에서 붙였는데, 십이지에 해당하는 글자의 훈을 보면 대부분 동물의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이러한 훈은 바로 12마리의 동물에서 유래합니다. 소 축(丑), 토끼 묘(卯), 뱀 사(巳), 닭 유(酉), 개 술(戌), 돼지 해(亥)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또 납 신(申)자의 '납'은 원숭이의 옛말입니다.
■ 간지(干支)의 진화
날짜를 기록하기 위해 사용한 간지(干支)는 1300년이 훨씬 지난 후한(後漢, 25~220년) 무렵부터 연도를 나타내는 데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역사 시간에 배우는 임진왜란, 갑신정변, 임오군란의 임진(壬辰), 갑신(甲辛), 임오(壬午) 등이 모두 연도를 나타내는 간지입니다.
또, 만 60세가 되는 해에 치르는 환갑 잔치나 회갑 잔치의 회갑(回甲) 또는 환갑(還甲)은, 60간지의 맨 처음인 '갑자'가 60년 후면 다시 돌아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즉 회갑(回甲)의 회(回)나 환갑(還甲)의 환(還)은 '돌아온다'는 뜻으로 '출생한 해의 간지와 똑같은 간지를 가진 해가 돌아왔다'는 뜻입니다. 또 나이가 같은 사람을 동갑(同甲)이라고 하는데, 이때 동갑(同甲)도 '태어난 해의 간지(甲)가 같은(同)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리고 년(年)을 표시하는 간지를 세차(歲次)라 하고, 월(月)을 표시하는 간지를 월건(月建)이라 하며, 일(日)을 표시하는 간지를 일진(日辰)이라 합니다. 흔히들 "일진이 나쁘다"고 하는 이야기는 "그날의 운수가 나쁘다"는 의미입니다.
■ 십이지(十二支)의 진화
이후, 십이지는 시간을 나타내는 데에도 사용되었습니다. 가장 깊은 밤인 밤 12시를 하루의 시작으로 삼아 밤 12시 전후를 자(子)시로 하고, 2시간 단위로 하루를 열둘로 나누었습니다. 밤 12시를 자정이라고 하는데, 자정(子正)은 '자(子)시의 정(正) 중앙'이란 뜻입니다. 또 낮 12시를 정오라고 하는데, 정오(正午)는 '오(午)시의 정(正) 중앙'이란 뜻입니다. 절구공이의 상형인 오(午)를 낮 오(午)라고 부르는 이유는 낮 12시가 오시(午時)이기 때문입니다.
십이지는 방향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각각의 방향은 각각의 시에 하늘에 떠 있는 해의 방향과 일치합니다. 예를 들어 낮 12시인 정오(正午)에는 해가 정남쪽에 있기 때문에 오(午)는 남쪽을 일컫습니다. 또 묘(卯)시인 아침 6시에는 해가 동쪽에 있기 때문에 묘(卯)는 동쪽을 일컫습니다.
은 천구(天球)의 정북쪽과 정남쪽을 연결하는 선인데, 자(子)와 오(午)가 각각 북쪽과 남쪽을 가리키기 때문에 생긴 용어입니다. 경주의 김유신 장군 묘 둘레에는 12방향으로 12마리 동물로 된 십이지상(十二支像)이 새겨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