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대 해변
동에서
마악 휘장 걷고 나타나
늠름한 황태자의 기운을 받은
감 빛 바다의 듬직한 가슴 딛고
영원을 향하여 달음쳐 오는 하얀 파도
모래성을 쌓고 허무는
경포대의 조용한 해변
나는
걷는다
생각한다
사랑한다
그리고
하얀 도화지 한 장을 남긴다.
그 누군가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하여
달맞이 꽃
붉게 몸 태우는 숯 불빛 노을 뒤로
살며시 땅거미 등에 묻혀와
뒷동산에 홀로 피어난
하얀 달맞이꽃이여
혼자여서 외롭고
외로워서 피어나는 꽃
귀를 막아도
섬돌 밑 귀뜨라미
또르르 울고
눈을 감아도
은하의 별빛이
무수히 쏟아지는 밤
세상 오욕의 티끌마저
묻혀 버리는 까만 밤
그리도 좋아
너
노란 달맞이꽃
밤에만 몰래 피어
홀로 주님을 만나는가
사랑의 집배원
나는
육남매가 까만 오디 열매처럼
억척으로 매달려 욕심 차게 빨고 자랐던
지금은 밋밋하게 마른 어머니 젖가슴에는
옛날 뜨거웠던 사랑의 샘이
점점 말라가는 것으로 생각하며
무심히 살아 왔더이다
어머니는
내가 아이들을 둔 어른이 되고 난 지금에도
가을 된서리 맞아 하얘진 머리에
긴 세월이 그리도 무거워 꼬부라진 작은 등에
꼬깃꼬깃 숨겨둔 적은 용돈 모아 만든
구수한 햅 된장, 고추장, 들깻잎, 호박꼬지 꾸러미며
이곳저곳에서 흩어져 살아가는 육남매의
살가운 삶의 애환 소식 뭉치들을 이고 지고
눈비 쏟아지고 찬바람 거세게 몰아쳐도
충청도 경기도 전라도 서울로 곳곳을 누비며
팔순의 머나먼 집배원 길을
마다하지 않더이다
어머니는
다른 사람의 희생을 요구하지 아니하며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 준 예수님의 농축된
십자가 사랑의 빚진 자 되어
믿지 않는 자손과 이웃들에게 기쁜 소식(福音)도
힘써 전 하더이다
뜨거운 열정과 감사가 넘쳐나는
참으로 행복한 모습으로 말입니다.
정수영
ㆍ충북 옥천 출생
ㆍ명지대 영어영문학과 2년 수료
ㆍ옥천군청 지방사무관 퇴직
ㆍ둔산제일감리교회 장로
,상록수 문학회 이사(시인)
`아동문학세상등단 (시인)
` 한국문인협회 회원
주소 : 대전광역시 서구 문정로10번 길39
,106동 204호 (탄방동 ,개나리 a)
카페 게시글
정수영시인
정수영-경포대 해변
강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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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3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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