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결없는 파편들의 사회/김현미/봄알람]을 끝으로 올해 책수리 모임도 한 해를 마감했다. 올해도 참 다양한 책을 중구난방으로 읽었고, 함께 이야기하며 무언가를 주고 받았고, 작은 깨달음과 감각의 확장이 있었다.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혼자 책을 읽는 행위와는 다른데, 그건 우선 감각의 집중과 열림을 바탕으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함께 읽기 위해서는 독서의 과정과 행위가 나누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어야 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 하나의 텍스트를 놓고 나와 다른 세계를 가진 사람이 이 텍스트를 어떻게 통과하였는지를 알아가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이기 때문이다. 마치 동일한 음식이 어떤 우주를 통과하는지에 따라 다른 몸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책이란 텍스트가 서로 다른 몸을 통과하면서 내는 울림은 참 다채로울 수 밖에 없다. 함께 읽기를 통해 나는 그 사람을 알고 그 사람을 읽고 그 사람의 삶에 작지만 의미있게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개입이란 한 사람의 삶을 어떤 의도대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의 무늬에 약간의 스크래치를 내고자하는 일일 것이다.
책수리 모임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내년이면 10년이 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참 꾸준히 이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10년을 지속하며 때로 회의도 들었다. 하지만 그 회의를 통과하고 나니 지금 이 자리에 와 있고, 어쩌면 퇴직할 때까지 이 모임을 지속하고 있을 것이다. 세상이 달라져, 책에 대한 우리의 가치, 의미, 믿음도 달라져 버렸지만, 여전히 지구 한 구석에서는 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통해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귀한 존재들, 귀한 사람들이 있음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귀한 모임을 힘들지만 또 계속 꾸려가자고 약속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