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월 8일 휴테크 인문숲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2023년 신항서원 문화재 활용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서원도 이정골도 꽃들을 활짝 피우고 아이들을 기다렸답니다.
토요일 아침 갑자기 꽃샘추위가 찾아와 아이들이 춥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해가 뜨고 나니 기온도 조금씩 올랐네요.
9시 40분쯤 되자 아이들이 한 두 명씩 부모님과 함께 서원에 도착했습니다. 작년에 인문숲에서 만났던 친구, 초정에서 만났던 친구, 새로운 친구... 모두 모두 반가운 얼굴이었습니다.
서원에 도착한 아이들은 분홍 이름표, 노랑 이름표, 초록 이름표를 모두 가슴에 붙이고 계개당 마루에 앉았습니다.
신항서원에 왔으니 '신항가'를 불러보았습니다. 오랫만에 와서 서먹서먹해서 그런지 노랫소리가 크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담임 선생님 인사를 하고 각 반별로 모였답니다.
각 반에 모인 친구들은 신항서원이 어떤 곳인지, 서원과 향교는 무엇이 다른지 간단히 설명을 듣고, 우리가 머무는 공간은 우리가 청소한다는 생각으로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공부는 '쇄소응대'로부터 시작한다고 소학에 써 있다죠. 물 뿌리고 청소하고, 남의 말에 응대함이 기본 예절이랍니다.
청소를 한다고 하니 "청소기 어디있어요?", "물티슈 어디있어요?", "한번도 청소 해 본 적 없어요." 등 다양한 말들이 나옵니다.
이 말을 들으며, 음~~~ 우리 때와는 다른 아이들이라는 것을 또다시 실감했습니다. 처음 잡아보는 빗자루질이 어설프고, 걸레가 친근하지 않지만 나름 열심히 청소를 했답니다.
고학년 형님들은 마당의 풀을 뽑았어요. 아마... 형님반도 풀을 처음 뽑아보는 친구도 많았을거에요. 다행히 키가 큰것은 모두 풀이어서 풀을 찾기가 어렵지는 않았을거에요. 걸래질을 하고 걸래를 빨던 아이들이 물이 차갑다며 팔짝팔짝 뛰는 친구도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요즘 아파트엔 틀면 언제든 따듯한 물이 나오니... 찬물 만질 일도 별로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사리 같이 여린 손으로 조물조물 걸래를 빨고, 나름^^ 꾹 짜서 걸래를 널었답니다.
청소를 했으니 이제 공부할 준비가 되었어요. 물론 청소도 공부지만.... 아직도 할 일이 남았어요. 유생복을 입고 무언가를 한다고 하네요. 우선 유생복 입는 것을 먼저 배워요. 선생님이 시범을 보입니다. 유생복을 걸치고 안에 있는 끈 먼저 묶고, 고름 묶고, 행전 묶고, 유건 묶고... 묶는 것이 참 많은데... "선생님, 저 묶을 줄 몰라요.", "도복 띠 처럼 묶으면 돼요?" 차근차근 같이 배워봅니다.
아이들도 모두 유생복 갖춰입고 묘정비 앞에 모였습니다. 무얼하려는 걸까요? 바로 고유제를 지내려는 겁니다. 고유제란 어떤 일에 대한 사유를 신령에게 고하는 제사인데, 인문숲 친구들이 일 년 동안 이곳 신항서원에서 공부를 한다고 신항서원 구현사에 계시는 선현들에게 인사를 하는 거랍니다. 7세 친구도, 6세 형님도 모두 의젓하게 절을 했어요.
구현사 어르신들께 인사도 드렸으니 서원 한 바퀴 돌아볼까요?? 각 반별로 담임 선생님과 함께 선원 한 바퀴. 길이 울퉁불퉁하고, 풀밭, 흙길이어도 아이들은 거뜬히 걸었답니다.
계개당으로 돌아와 오늘의 낭송 한 구절. 동의보감 속 한 구절을 낭송하는 '동의보감 반', 랩낭송 도원결의를 낭송하는 '도원결의 반', 낭송 심청전의 한 대목을 낭송하는 '뜨고 타령 반'. 유생복을 입고 앉아있으니 모두 의젓한 선비같아요.
낭송 한 구절 연습하고 모두 밖으로 나왔어요. 어디로 가는 거죠? 이정골 개울가를 따라 내려갑니다.
어디가나요???
제일 형님들은 이정골 마을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를 찾아갑니다.
제일 어린 친구들은 마을회관에 찾아가 어르신들께 인사도 드리고 떡 선물도 드리고 왔답니다.
에너지 짱짱 중학년 친구들은 서원 바로 아래에 있는 엄청 오래된 느티나무를 찾아갔어요. 느티나무에 막걸리도 두어 병 부어드리고, 떡도 놓고 인사를 했답니다.
"일 년 동안 신항서원 공부에 빠지지 않고, 다치지 않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게 해주세요~~~"를 빌었을까요?
형님들도 마을 속 느티나무를 찾아가 막걸리도 부어주고, 나무 한 바퀴 돌아보고, 인사를 드리고 왔어요.
어~ 이제 유생복을 벗었네요.
이제는 봄꽃 까나페 만드는 시간. 올 봄의 이상 고온과 며칠전 비바람으로 인해 진달래가 많이 떨어졌어요. 그래서 진달래 까나페와 함께 딸기 까나페도 만들어 먹었답니다. 먹을 때의 표정이 가장 예쁜데요.^^
까나페와 함께 간식시간을 가졌어요. 아침을 먹지 못해 배고프다는 친구들도 있었거든요. 고유제를 지낸 백설기와 엄마들이 만들어준 딸기청과 탄산수가 만나서 맛있는 딸기 음료가 되었습니다. 신항서원에선 아이들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동안 엄마들은 아이들 간식도 준비하고 엄마 공부를 하고 있답니다. 엄마들의 모습은 조금있다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헉헉... 지금까지도 활동이 많은데... 아직도 재미난 놀이가 안 끝났어요.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놀이이기에... 시간이 촉박한 걸 알면서도 선생님들이 이 놀이를 꼭꼭 넣고 싶었답니다. 바로 버들피리 불기~~~
아침 일찍 공수한 버드나무 가지. 아이들에게 나무 이름을 물어보니, 소나무, 감나무... 아이들이 아는 나무 이름이 다 나오네요. 하지만 버드나무는 나오지 않았어요. 요즘엔 공원이나 아파트단지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라 그런가봐요.
버드나무 가지 끝을 살짝 벗기고, 살살 돌려주고, 심지를 쏙~~ 빼면, "우와~~~ 신기하다" 아이들의 탄성이 터집니다.
가지가 쏙 빠지는 것도 신기한데, 겉 대공을 짧게 잘라 입으로 부니 "삐~~~ 삐~~~"소리가 나요.
"저도 주세요." "저도 주세요." "저 안 받았어요." 교실이 난리가 납니다.
도원결의 반을 볼까요? 가지를 자르고, 선생님이 피리 부는 법을 알려줍니다. 피리를 살짝 누르고, 후~~~ 부는거야.
소리가 바로 나는 친구는 신이 나고, 바로 소리가 나지 않으면 조금 김이 빠지지지만 몇번 연습해서 소리가 나면 정말 신이 납니다.
"뜨다 타령 반" 형님들은 벌써 버들피리를 끝내고 오늘의 수업 마무리를 하고 발표 연습도 하고 있네요. 오늘 형님들은 어떻게 수업을 했을까요?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았을까요?
이제 마무리 시간..... 부모님들도 모두 계개당 앞에 모였어요. 부모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아이들에게 들려줍니다. 우리 엄마가 발표하는 모습을 아이들도 집중해서 바라봅니다. 엄빠들의 노래를 들었으니 아이들도 오늘의 소감으로 화답을 합니다.
아이들은 버드나무 가지로 버들피리 분 것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나봅니다. 버들피리 이야기를 많이 하네요.
부모학교 사진 공개~~
아이들이 공부하는 동안 부모님과 어린이 교실에 아직 오지 못한 동생들은 서원에 꽃을 심었답니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 딸기청도 만들고 노래도 배우고, 같이 글도 읽고.... 아이들만큼 엄빠들도 바빴네요.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글이랍니다. 한 번씩 읽어봐주세요.~
오늘 수업으로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5월엔 선생님들이 모두 멀리 출장을 가야해서 못 만나고... 6월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안녕~~~~
첫댓글 아이들의 얼굴도 이쁜데 유생복이 받쳐주니 금상첨화예요~
6월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엄지 엄지 척~~!!!)
2023년 신항선비탄생이네요^^
하늘도 예쁘고 어린 선비님들도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