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타를 치면서 100타 치는 사람을 가르치려 드는 것이 골프다.
지독히도 공이 마음대로 안 되는 고통의 순간들을 지나고 나면 새로운 경지가 열리면서 “그래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을 왜 몰랐을꼬?”하면서 머리를 친다. 그리고 나면 자신이 이제야 깨달은 진리를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지는 것이 골프다.
사회에 나와서는 대학시절의 한 두 해 선배 정도는 더불어 사는 친구처럼 되지만, 대학을 다니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하늘처럼 존경스러웠던지?
골프도 그렇지 않은가?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앞서 시작한 사람의 조언이란,
술을 거하게 한잔 대접해도 좋을 만한 가치가 있는 무엇일 수 있다.
또 조언을 하는 입장에서도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고 헤매고 있는 중생을 위해서 못 이긴 척 젊잖게 한마디 해주는 재미가 골프를 하는 또 하나의 맛이고 멋이기도 하다.
깨달음의 환희를 나누고자 하는 사람을 말릴 수는 없지만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 서면 정말 말리고 싶어진다.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도 그 깨달음이 100번도 더 번복될 것이기에
다른 사람을 조언할 때 신중해야 한다.
연습을 열심히 하는 사람일수록
잘못들은 한 마디의 조언이 몇 달 고생거리가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골프를 잘 치는 사람 참 많다.
Pro, Semi Pro, Teaching Pro, US GTF 등등
직업적으로 골프를 하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공식적인 라이센스는 없더라도 내노라 하는 강호의 고수들이 얼마나 많은가?
동호회나 월례회 같은 모임도 많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그런 고수들을 주변에서 본다.
좌중을 압도하는 고수의 한 마디에 나머지 사람들은 지능지수도 낮게 보인다.
그런데 상대의 조언을 받아들이기 전에 현재의 그 사람의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얼마나 효율적인 골프를 하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
일 주일에 2~3번 라운드에 틈만 나면 연습장으로 달려가면서 프로보다도 더 프로처럼 생활하고 있는데 이제 겨우 싱글의 문턱을 턱걸이하고 있는 사람에게 골프를 배운다는 것은 정말 비효율적인 골프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생존에 필요한 것을 우선적으로 기억한다고 한다.
이것을 역으로 얘기하면, 생존에 불리한 것일수록 빨리 잊으려고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운동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몇 년이 지나도 웬만큼은 하는데 골프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몸이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운동을 하고 있어서 그렇다.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생존에 불리한 운동, 몸에 해로운 운동을 하고 있어서 그렇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몸의 운동원리에 합치하는 운동을 하면 몇 년이 지나도 몸이 운동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열심히는 하는데 효율이 오르지 않는 사람은 대부분 순리에 역행하는 골프스윙을 하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그런 사람에게는 절대 골프스윙을 배워서는 안 된다.
골프의 달인은 아니더라도 연습이나 라운드 횟수에 비해서 기대이상으로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그 사람이 내추럴 골프를 하는 우리의 진정한 스승일지도 모른다.
기록하지 않는 선생님은 선생이 아니다.
직업으로 누구를 가르치는 사람이거나, 취미로 하는 사람이거나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한다면
디지털카메라로 찍든, 글로 써서 기록하든 뭔가를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록은 분석의 시작이다.
연습방법이나 스윙에 대해서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라고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 설명하려 하지 않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하세요”라면서 짜증을 내는 선생은 좋은 선생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원인의 원인으로 가면 답이 있다.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린다.
“왜? 그런가?”라는 물음이 바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덜 깨달은 혹은 깨닫는 과정에 있는 선생님들은
원인과 결과를 혼돈하고 있다.
원인에 또 다른 원천적인 원인이 있다면, 그것은 원인이 아니고 결과다.
슬라이스가 나는 원인은 헤드업인 경우가 많지만 헤드업은 다른 원인을 갖는 하나의 결과, 즉 병이다.
그 병의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레슨의 시작이다.
그래서 기록하지 않는 것은 레슨을 시작하지도 않는 것이다.
또 도구를 활용하지 않고 그저 입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도 경계해야 하는 선생님이다.
말로 지적하면 학생은 생각하게 된다.
생각은 좌뇌로 하고 운동은 우뇌로 하는 것이다.
일단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좌뇌가 활동을 시작하게 되고 우뇌로의 전환이 점점 어려워진다.
결국 터무니없는 샷을 하고야 만다.
선생이라면 적어도 연습과정에서, 연습하는 사람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은 도구의 활용이다.
도구는 생각하지 않고 반복되는 연습을 통해서 습관화되도록
고안된 것이다. 사이트를 뒤져보면 엄청나게 많은 도구들이 개발되어 있다.
아마추어든 프로든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약간의 투자는 해야 한다.
스윙을 하나의 연결된 동작으로서가 아니라 부분부분을 쪼개고 나눠서 레슨을 하려고 하는 사람도 경계해야 할 선생님이기는 마찬가지다.
학창시설 미술시간에 데생을 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골프스윙의 학습원리를 알 수 있다.
전체에서 부분으로 눈 코 입의 위치를 먼저잡고 디테일로 그리지 않고 부분의 디테일에 매달리면 결국 괴물을 그리고 만다.
괴물 같은 스윙이 되고 만다.
콩을 나누고 쪼개서 설명하고 다시 모아 놓으면 콩인가?
콩 아니다. 콩가루다.
초보, 중급, 상급 아마추어 혹은 프로를 불문하고 자기의 스윙을 스스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또 스윙은 변하는 것이기에 레슨은 꼭 받아야 한다.
그런데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 김 헌 교장의 칼럼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