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는 오전 수업과 저녁 수업으로 나누어진다. 그리스의 여름에 살면 왜 시에스타가 필요한지 알 수 있다. 누군가는 게으름(시에스타) 때문에 그리스가 망했다고 하는데, 그런 누군가들을 그 시간에 밖에서 일하게 해보고 싶다. 그러면, 다시는 그런 얘기 못할 걸.
오전 8시 해변 걷기와 달리기 이후 코로니 시내에 있는 무용학원에서 펠덴클라이스와 몸 일깨우기를 한다.
저녁 7시에는 오전에 수업한 것을 바탕으로 그리스 정교회 교회 마당에서 달리기 교정 수업이 이루어진다.
젠틀 러닝 세미나는 <젠틀 러닝>에서 읽을 수 있는 그대로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책으로 배우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물론 책은 이미 10년 전에 출간됐고, 뷤 선생님은 책 출간 이전부터 꾸준히 유럽 각지에서 세미나를 하고 계시니 세미나 내용은 책보다 더 발전됐고 정제됐다고 할 수 있다.
수업에서는 천천히, 리듬감 있게, 부분이 아니라 몸 전체를 사용해서, 효율적으로 움직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힘의 원천은 골반이며, 발이 바닥에서 에너지를 박차고 힘이 골반에서 분출되며 척추를 타고 상체는 자연스럽게 리듬감 있게 움직이는 것이 젠틀러닝이다. 고립된 근육을 사용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고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다. 몸 전체의 움직임(Whole Body Movement)을 이용해야 한다. 근육 운동(muscle exercise)과 움직임(movement)은 다르다. 역학적인 구조(mechanics)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동역학(dynamics)이 일어난다. 발이 어떻게 바닥에 닿고 움직이는지 느껴야 한다. 몸의 구조를 사용하면 힘들이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 젠틀 러닝은 바로 지치지 않고 활력적으로 달리는 것이다.
아하(AHA)!!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지 않은가. 무브먼트, 무브먼트, 무브먼트란 단어가 들릴 때마다 즐겁다. 내가 스쿨오브무브먼트의 일원이라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건은 내가 이럴 때면 항상, “그 이름은 내가 지었다구! 아하하...”한다.
그래요. 잘 하셨습니다. 짝짝짝!!!
세미나는 토요일에 끝난다. 첫 날 수업을 듣자마자 나는 결심했다. 다음에 한 번 더 수업을 들어야지. 뷤 선생님의 세미나는 즐겁다. 달리기에 대한 부담도 없다. 세미나의 참가자는 나 포함 열두 명인데 남자 3명, 여자 9명이다. 그 중에 초등학생이 두 명, 중고등학생이 두 명, 노인이 한 명, 30대 여성, 40대 여성, 50대 여성들로 이루어져 있고, 두 가족이 참여했다.
하루가 지나면 달리기 폼이 달라져있고, 또 하루가 지나면 달리기가 더 수월해지고, 또 하루가 지나면 달리기가 저절로 빨라진다.
이쯤에서 예전에 건이 쓴 표현이 떠오른다. “폼이 생사를 가른다.”
오기를 잘 했다. 하긴 이제 뭔가 배우러 갈 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어졌다. 배우러 간다는 것은 내겐 가장 큰 기분 전환(돈을 버는 이유)이고, 꼭 배울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우러 가는 여정이 마치 7개의 드래곤 볼을 모으러 다니는 기분이다. 처음에는 요가, 그 다음에는 타이요가마사지, 그리고 케틀벨, FMS, KMG 크라브 마가, 이번 젠틀 러닝. 움직임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각각의 분야들이 서로에게 더 큰 힘을 주고, 혜안을 갖게 한다.
7개 다 모으면, 수퍼 파워가 생기는 건가? ㅎㅎ 수퍼 파워 따위는 관심 없으니 그저 배우고 알아가는 행복으로 족하다.
이 곳 코로니에서는 숙소에서 와이파이를 쓸 수 없고, 숙소에 딸린 레스토랑의 와이파이는 안테나는 빵빵하게 떴는데 실상은 먹통인 뻥카가 잦다. 그래서 오전 수업이 열리는 시내까지 나왔다. 이 글이 이번 여정에서 남기는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
어떤 독자께서는 ‘아! 젠틀 러닝 수업 내용은 안 나오는가?’하고 기대하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하지만 이미 책도 나와 있고, 핵심은 글로 배울 수 없는 부분이 많기에 <젠틀 러닝>에 대한 핵심은 후에, 나중에 칼럼의 형태로 내가 이전에 알고 있던 것과 이번에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쓰려고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답을 드리긴 했으나 공개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이 세미나에 참석한다는 것을 알게 된 몇몇 분들이 내게 ‘달리기 개인 레슨’을 받을 수 없겠냐고 문의하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할 수 없습니다.”이다.
이미 수십 년을 달려 온 달리기 선수들, 마라톤 동호회 분들에 비하자면 나는 햇병아리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만, (이전부터 해 온) 스쿨오브무브먼트팀으로 함께 달려 온 쏘머들에게 내가 이해한 것을 나누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 함께 (기록이 아니라) 즐겁게 달릴 분들도 환영한다.
인간이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럿이 협동해서 사냥감이 지칠 때까지 끈질기게 쫓아서는(달려 가서는) 결국 사냥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뛰어놀지(달리지) 않았던 아이가 있는가? 그 아이가 나이 먹으면서 “아.. 나는 왜 뛰는지 모르겠어. 뛰는 건 정말 싫어.”라고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부담 없이 달려보고 그래서 달리기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면 이 또한 행복하지 아니하겠는가.
달리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냥 걷는 것이 조금 빨라질 뿐이다.
나의 <젠틀 러닝> 나눔은 스쿨오브무브먼트 가을 슬로우 트레킹에서 시작할 것이다.
야사스!!
첫댓글 ㅎㅎㅎ 기대하고 있습니다. 몸 조심히 오세요^_^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행복한 기운이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