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물향기수목원>
위치 : 경기도 오산시 청학로 211
향유일 : 2018.9.26.외 수시
이만한 수목원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이 축복이다. 아름답고 인간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있는 곳이다. 이곳은 아름답지 않은 때가 없다.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아름답다. 봄에도 여름, 가을, 겨울에도 아름답다.
이름도 아름답다. '물향기', 마을 이름 '수청동'에서 따왔다는데 물이 맑은 동네, 수청동의 물향기수목원은 물에서도 나무에서도 향내가 난다.
물향기는 안 갖춘 것이 없다. 우선 넓다. 한참을 돌아봐도, 또 다시 와도 새로운 곳을 만난다. 그도 그럴 것이 넓이가 34만 평방미터다. 그 넓은 곳에 수종은 1800여종이나 되며 테마별로 전시되어 어지럽지 않게 눈높이만큼 볼 수 있다. 많이 아는 사람은 많이, 조금 보고 싶은 사람은 대충.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준비하고 2006년에 문을 열었으니 그 동안 많은 준비가 있었던 듯하다.
물향기는 하루 어느 때도 좋다. 아침에는 이슬을 말리는 햇빛이 좋고, 낮에는 넓은 잎위로 내리쬐는 힘 있는 햇빛이 좋다. 저녁에는 잎 사이로 비껴 비치는 햇빛의 겸손이 좋다. 햇빛에 따라 달라지는 세상의 갖가지 아름다움이 좋다.
계절에 따라 대표 식물도 다르다. 봄에는 개나리, 산수유, 진달래 등, 여름에는 이팝나무 쪽동백, 때죽나무, 가을에는 구절초, 국화, 쑥부쟁이 등등. 오늘은 빛 좋은 가을날, 보라색 쑥부쟁이가 곳곳에서 손을 맞아주었다.
손을 맞아주는 것은 수목만이 아니다.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의자들. 아, 피곤해. 마음 속의 소리를 언제 들었는지 벌써 쉴곳이 마련되어 있다. 아, 너무 좋아. 그냥 지나갈 수 없어. 감탄사가 언제 새 나갔는지, 걸음 멈추고 앉아 누리라고 벌써 마련해두었다. 몸 멀미도 감정 멀미도 언제나 쉴 곳이 있다.
인간은 자연으로 풍성해지고, 자연은 인간으로 온전해진다. 나폴리가 아름다운 건 아름다운 바다가 아니라, 해변가 아름다운 집들 덕분이란다. 프랑스 생말로가 아름다운 건 괜찮은 해변이 아니라, 생말로 성 덕분이다. 베니스와 소주가 아름다운 건 수로가 아니라, 수로변 아름다운 건축물 덕분이다.
물향기는 아름다운 수목에 더해 아름다운 인간 배려가 배여 있다. 곳곳의 의자만이 아니라 적절한 사잇길과 길 위의 멍석, 길 위의 톱밥, 길 위의 흙, 뻘위의 나무다리, 시내의 돌다리 등이 잘 마련되어 있다. 어디서나 편안하게 여유롭게 볼 수가 있다.이런 수목원이 도심 복판에 있다. 수목원이 인간으로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인간에게 얼마나 유용한 존재인지 확인한다.
공공재에서는 문제점이 자주 드러나곤 하지만 도립수목원인 이곳은 문제를 찾기 어렵다. 아니 공공이어서 더 좋은 점이 많이 발견된다. 매점도 커피숍도 없지만 덕분에 소란스럽지 않고, 쓰레기통도 없어 불편하지만 덕분에 깨끗하게 유지된다.
공공기관의 섬세한 배려가 여기까지 왔나, 오히려 우리의 수준을 확인하게 된다. 추석 연휴까지 문을 열어 갈곳없는 시민 도민들을 쉬게 해주는 배려.
해외의 경우를 보면 이런 배려가 더 돋보인다. 프랑스도 노르웨이도 화장실에 왜 그렇게 인색하던지.프랑스 기차역은 화장실 앞에 사람이 앉아 사용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노르웨이는 더 심해서 번호키를 누르거나 신용카드를 대고 문을 열어야 하는 곳이 많다. 그렇게 들어간 화장실이 물도 안 나오는 곳도 있어서 얼마나 황당했던지. 문화와 복지의 나라 화장실 현황이 그렇다. 품위는커녕 인간의 존엄성도 지키기 어렵다.
일본은 기차역이나 터미널에서 전화 충전을 할 수 없는 곳이 많다. 콘센트를 테이프로 감아놓아 충전을 막는다. 나중 들으니 그런 공공장소에서 충전하는 것을 '전기도둑'이라고 한단다. 공사 공간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쉽게 충전할 수 있는 우리와 관점이 완전히 다르다.
충전을 못해 휴대폰이 먹통이 되면 생활이 정지된다. 기억도 소통도 사라진다. 역이나 터미널은 멀리 떠나는 사람들의 공간, 집을 나와 오래 있어야 하는 사람들의 공간이다. 충전을 못하면 기본 생활이 불가능해지는데, 충전이 도둑이란다. 부자 나라의 인심도 야박하지만, 인간에 대한 관점도 절망적이다. 미래로 향하는 문이 하나 닫히는 기분이다.
물향기의 인간에 대한 존중에서 우리 사회 도처에 배인 섬세한 배려를 다시 확인하고, 한국의 가능성을 읽는다. 오늘은 유난히 아이 데려온 젊은 부부가 많다. 풍성한 인간과 자연 속에서 자라는 아이와 젊은 부부의 미래, 마음을 놓아도 되지 않을까. 한국은 좋은 나라다.
물향기 수목원 홈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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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 입구. 약간의 입장료가 있다. 65세 이상은 무료이다.
외사 씨 왈 " 동물은 죽으면 악취가 나지만, 나무는 죽어서도 향내가 난다. 노거수는 물론이지만 죽어버린 나무 등걸도 향기롭다"
물향기산림전시관. 전시품은 빈약한 편이다. 그러나 안에 수목원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별도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에서 가져온 음식을 먹을 수 있다.
2019.10.10. 초가을의 정취. 가을 초입이다. 수목원도 살짝 가을을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