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착각의시학작가회 회장님
김경수 회장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서평]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 김경수 시집 <<서툰 곡선>> 과 <<기수역의 탈선>> 평
- 한봉수
김경수 시인은 그의 아홉 번 째 시집 <<기수역의 탈선>> (도서출판 현자,2019) 을 내며 백두산에 올랐다. 신의 형상과 같은 대자연 앞에 서보며 천지(天池)에 부끄러운 얼굴을 비추어 본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에서 시의 길을 묻고
시인의 길을 시름겨워 하면서도 가고 있다.
참 많이도 변화된 미루나무 신작로를 걸으며
시나브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본다.
- <부끄러운 얼굴>에서, <<기수역의 탈선>>
김경수 시인은 순수의 길을 시름하며 시를 써 왔다. 눈으로 보기에 서툴게 보이는 길이야 말로 훼손되지 않은 순수의 길이다. 그래서 이전의 시집 제목을 <<서툰 곡선>> (도서풀판 현자,2013)이라 붙여 극화 했었던 것이다.
김경수의 시집들은 제목부터 역설의 미학(美學)을 안겨 준다. ‘서툰 곡선’이라는 순수의 궤도로 6년을 흐르더니 이번에는 “기수역(汽水域)의 탈선‘을 안타까워 한다. ‘기수역(汽水域)’은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이다. 이 곳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융화하고 진화해 나간다. 또한 정화가 이루어지며 쉼터가 생기고 혼합이 완성되는 공간이다.
시인은 자연의 탈선을 서러워 하고, 순수의 근원이라 할 천지에 부끄러운 얼굴로 고백하며 시문을 열었다. 서툰 곡선이나 기수역은 시인이 ‘초록기차’로 달려야 하는 자연법칙의 궤도이기 때문이다.
로마의 시인 루크레티우스( Lucretius)가 기원전에 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 수록된 글을 음미해 본다.
“우리는 모두 천상 씨앗으로 생겨나 자연의 힘으로 태양처럼 달처럼 궤도와 행로를 를 따르는 것, 자연이 외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대들은 어찌 보지 못하는가. 자연이 외치며 원하는 것은 육체가 고통에서 벗어나며 영혼이 걱정과 두려움을 벗고 영원을 누리는 것뿐임을..“
과연 우리 인류의 삶은 어떠했는가?
인류는 자연의 소리를 외면하고 끊임없이 피라미드(직선)를 지어 왔다. 탐욕을 향하여 자연의 궤도를 탈선하고 질주해 왔다.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호모사피엔스 Homo sapiens >에서 현대 인류는 또 다른 의미의 새 피라미드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유전자 공학, 인공지능 ,사이보그, 푸른 뇌( 사람의 신체와 마음도 조정)등 우주와 신에 도전하고 있다. 유발하라리는 자연의 힘과 소리를 외면하는 현 인류의 종말을 문명론적 관점 에서 예언하고 있다.
현 인류의 탈선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하제 김경수 시인은 선線(자연의 길)과 역域(조화의 공간)이라는 상징적 시어를 통하여 인류에게 경고한다. 역설적인 표현인 ‘서툰 곡선’은 자연이 선사한 순수의 궤도이다.
천성없는 화가의 그림은 / 늘, 서툰 곡선
낮선 땅 낯선 만남 / 알몸으로 전부를 던져도 / 부끄럼 없던 날 /
방책 없이 꿈꾸던 하늘 길 / 그 아린 사랑 /
아직도 푸른 인연 / 삶의 모서리가 아프다
- <서툰 곡선>에서, <<서툰 곡선>>
시인은 알몸으로 던져도 부끄럼 없는 마치 에덴의 시간과 막힘 없이 무한한 하늘 길이 있는 공간, 그리고 아린 사랑과 푸른 인연의 삶, 즉 자연의 길(선 線)을 ‘서툰 곡선’이라 노래하듯 시를 썼다.
‘도시의 협주곡’이 울리는 공간(역 域)은 어디인가?
눈초리 사이에서 / 열정과 고독이 교차하는 / 소리의 공간
- <도시의 협주곡>에서, <<서툰 곡선>>
도시와 자연이 만나는 푸른 녹지 공간이다. 열정과 고독이 함께 담긴 곳이다. 휴식과 사유의 공간이고 도시의 쉰 목을 적시는 공간이다. 조화와 창조의 공간이다.
“과수원 산책으로 그 고독의 감미로움으로 휴식을 취할 줄 아는가? 그대는 도시와 제국을 점령한 자들보다 더 많이 얻었다.” 라고 몽테뉴(Michel de Montaigne)는 그의 저서 <수상록 Essais >에서 말한다. 이러한 사유와 쉼의 시간과 공간에서 서양 현대 철학이 태동 하였음을 기억한다.
도시와 자연의 경계 ,이러한 곡선의 경계면이 비록 서툴고 비경제적인 경계 공간으로 보일 지라도 이 과수원 공간은 창조와 생명의 공간인 것이다.
탐욕의 눈에는 서툴고 어설푼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곳에 자연의 힘과 소리가 담긴 진리가 있다. 인간은 편리적 효율적 직선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결국 자연의 흐름을 단절시키고 기가 막히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사람의 욕심은
휘돌아 흐르는 아름다운 곡선의 편안함 마저
하구 둑을 만들어 민물과 썰물의 만남까지도
기가 막히게 막았다
해수와 담수가 섞이는 인연마저
매몰차게 끊어 버렸다
사람과 자연
자연과 사람
미래의 비밀로 남겨줘야 하는 뿌리
추억 하나쯤 어렵지 않게 끄집어낼 수 있는
기수역(汽水域)은 오늘도 탈선이다
- <기수역의 탈선>에서, <<기수역의 탈선>>
김경수 시인은 ”오늘도 탈선이다“라고 판결을 내린다. 그러면 이러한 탈선의 죄목에는 인류에게 어떠한 형이 내려졌는가? 기후변화, 초미세먼지, 신종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역습 등이 떠오를 것이다. 한마디로 지구와 인간의 생명력의 상실이다.
인류의 직선의 질주에 경고한다. 인류여,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호모사피언스는 자연에 적응하며 살아 왔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호모사피언스는 탐욕 자본주의의 멈춤 없는 질주 속에 방황한다. 자연을 배반해 왔던 것이다. 이 호모사피언스가 추구하는 합리성,효율성,편리성이 과연 인류의 옳은 길 일까?
원래 ‘곡선’은 자연이나 우주의 길이다. 현대 우주 물리학도 증명하였다. 신들의 전령인 수성-머큐리 행성(行星)은 뉴턴의 직선이 아닌 아인쉬타인의 궤도를 따라 운행함이 증명되었다. 직선이 아니라 곡선의 길이 우주의 길이란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천재의 직관과 정신이 포착한 세계의 이미지이다. 시간을 포함한 4차원에서 빛도 휜다. 빛도 휘고 시간도 고도 따라 휘어서 별들 사이 광활한 공간이 물결친다고 한다. 이러한 물결로 별들은 반짝반짝 거리는가 보다. 인류여, 우주의 뭇 별들이 반짝반짝 거리는 것을 보자.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천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장수 천천(天川) *송탄어적(松灘漁笛)출신 김경수 시인은 순수의 길을 쫓는 시인이며 민족적 서정시인이다. 송탄어적은 송탄마을 앞내에 있눈 지명으로 시인의 본향 같은 곳이다. 금강의 상류인 ”송탄천 맑은 물에 낚시 드리운 어부들이 한가로이 피리 불며 물에 비친 하늘을 그리던 곳“이다. 시인의 삶과 체험은 송탄강같은 순수의 곡선이고 푸른 강이다. 김시인은 자연주의자이자 생태론자이다. 그에게 서툰 곡선같은 길이야 말로 훼손되지 않은 순수 궤도이다.
솟구쳐 간절함으로 달리는 초록기차는
우리들의 방향이 잡힐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월의 술맛처럼
졸음이 쏟아지는 향기를 몰고
느릿느릿 걸어나와 느껴보는 것
- <느껴봄>에서, <<기수역의 탈선>>
시인은 오늘도 서툴고 느린 곡선이 바로 ‘초록기차’가 달려야 하는 자연법칙의 궤도임을 증명하려는 듯 멈춤없이 시를 쓰고 있다.
한봉수
문학평론가, 시인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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