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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순례기》
○ 지붕없는 박물관 로마 엄 영 식 (한국문인 회원, 신한생명 근무) 여행을 한마디로 정의 한다면, 뭐랄까... 기다림? 자유? 하지만 한 단어로 정의하기엔 뭔가 허전하다. 그 모든 것을 포함한 ‘어떤 무엇’으로도 가늠키 어려운 느낌이 분명 있다. 목적지도 분명 있다. 중간 기착지도 여정 속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계획하고 미리 가보는 상상과 해봄직한 몸짓, 구름위에 뜬 듯한 자유롭고 편안함은 여권을 준비하고 여행용품을 꾸리며 공항에 가는 발걸음부터 시작 되고 있는 거라는 것을 느낀다. 부대끼며 아웅다웅 거리던 터전을 잠시나마 벗어난다는 기분을 뭐라 표현해야 좋을까? 두근거리는 가슴과 기대감은, 박차고 떠올라 구름위에 안착하는 기분처럼 가볍고, 솜사탕처럼 달콤하기만 하다. 중년의 세월도 로마를 꿈꾸며 그리던 소녀의 성장을 미루게 하면서까지 사춘기 소녀의 가슴으로 여태 기다려 왔던 것이다.
콜로세움에서
‘로마..’ 늘 미뤄왔던 여행목적지였다. 상상만 하고 안주하고 있기엔 너무 가보고 싶었다.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로 대체시켜도 될까. 눈에 익숙한 로마의 상징 콜로세움의 정식 명칭은 ‘플라비우스 원형경기장’이란다. 플라비우스 왕조 때 축조된 것으로 거대한 건축물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의미로 알려져 있지만 한 검투사 가정의 애환을 그린 영화 ‘글라디에이터’에서 미리 실감나게 선험해 보기도 한 곳이다. 네로황제의 기독교 박해로 맹수와 싸우는 검투사의 선혈 가득한 핏자국이 바닥에 고여있는 듯하다. 서양문명의 원조 로마는 그때나 지금이나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세상(제국)을 제패한 그 저력이 서려있는 듯 감동이 밀려온다. 젤라또 아이스크림(망고, 크림치즈, 바닐라) 로마에는 여러 분수가 있지만 그중 오드리 헵번이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트레비 분수’가 제일 유명하단다. 17세기 교황청 스페인 대사가 이곳에 본부를 둔 이후 ‘스페인 광장’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으로 가는 길목엔 조각상들이 개선문을 본뜬 배경을 뒤로 웅장하게 서있다. 역시 로마다운 위용에 입이 딱 벌어지고 말이 없어진다. 그저 감탄사만 나올 뿐. 트레비 분수 트레비 분수의 연못에 동전을 던져 골인 하면 다시 로마를 방문 할 수 있다는 설이 있다. 던지는 방법에 팁(Tip)이 있는데, ‘동전을 오른 손에 쥐고 왼쪽 어깨위로 대각선으로 교차해 뒤로’ 던져야 한다. 다시 오고 싶은 마음에 연거푸 던져보고 또 던져 보았지만 아무래도 다음엔 다른 곳을 생각해 보아야 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명소답게 매우 복잡하고 어수선한 탓도 한 몫 했다. 오드리 헵번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몸짓으로 달콤한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음미 하려고 애쓴 결과 사진 몇 장은 챙길 수 있어서 뿌듯했다. 그림 등 예술로 르네상스를 이루고, 근대국가를 배태한 레오나르드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등 걸출한 인걸의 자취를 지닌 로마는 그 웅장함과 달콤한 아이스크림같은 감각을 겸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실로 도로 뿐 아니라, 종교 사상 철학에 까지 두루 로마에서 기원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의미다. 여행지 로마를 복기하는 이 순간까지도 나의 로마여행은 계속 되고 있었다.*
오드리 헵번이 젤라또를 먹었던 로마의 '스페인 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