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깍지라는 말의 속뜻
정진명(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
온깍지는 반깍지와 짝을 이루는 말로, 해방 전부터 써오던 말입니다. 양궁이 등장하기 이전인 1960년대까지는 한량들이 대부분 깍짓손을 크게 뻗어서 쏘았습니다. 집궁제원칙에 발여호미라고 표현한 것이고, 『조선의 궁술』에서도 마치 숯불을 집은 듯이 맹렬하게 뿌리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개중에는 깍짓손을 크게 뻗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똑 떼고 마는 한량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요즘의 양궁사법처럼 쏘는 것이죠. 이것을 지적하느라고 나온 말이 반깍지입니다. 깍짓손의 크기를 절반밖에 못 펼친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조선의 궁술』에서는 '봉뒤'라고 표현했습니다.
온깍지궁사회가 출범할 당시 이 말을 알게 되어 모임 이름으로 처음 썼습니다. 당시 온깍지궁사회에서는 '전통사법'에 대한 규정을 정해야 했습니다. 그 최소 규정으로 깍짓손의 펼친 크기를 언급한 것입니다. 그래서 발시와 동시에 깍짓손이 크게 펼치기만 하면 일단 발여호미형으로 보고 우리의 전통 사법이라고 간주한 것입니다. 그 당시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에 활쏘기 공부가 깊어지면서 이 깍짓손의 펼침 크기는 전통 사법의 일부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깍짓손을 크게 펼치는 것은 맞는데, 그러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내면의 원리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즉 발 모양부터 시작해서 몸통의 방향, 그리고 죽머리와 죽의 모양새까지 전통 사법에서 꼭 취해야 할 조건들이 많았습니다. 예컨대 비정비팔로 서지 않고 양궁쳐럼 돌려선 채 깍짓손만 크게 뻗는 것을, 우리는 전통 사법이라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깍짓손 펼침의 크기로 온깍지를 정한 규정의 한계였습니다.
이런 고민이 깊어지면서 인터넷을 통해 <온깍지 사법>을 발표했고, 나중에는 책으로도 나왔습니다. 이 주장에 의하면 온깍지 사법은 『조선의 궁술』의 사법을 재해석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온깍지궁사회가 7년 공개활동을 마치고 사계로 전환할 무렵인 2007년, 끝까지 남은 사계원들은 『조선의 궁술』이 우리 활쏘기의 전통이 되어야 하고, 전통 활의 정답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깍짓손의 펼침 크기로 최초 규정한 '온깍지'에 『조선의 궁술』이라는 사항이 추가된 것입니다. 따라서 온깍지 사법은 『조선의 궁술』의 사법을 말합니다.
따라서 온깍지란, 깍짓손의 동작 크기를 넘어서 전통 활쏘기를 말하는 것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이름에서 반깍지와 차별성을 보인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반깍지는 양궁의 영향이 큰 사법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 사법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전통 사법은 『조선의 궁술』에 그려진 사법입니다. 결국 온깍지란 말은 누구나 쓸 수 있는 말이지만, 그속으로 들어가면 전통 사법의 비의와 연결되어 『조선의 궁술』이 전하고자 하는 속뜻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에 이릅니다. 온깍지는 『조선의 궁술』을 공부하는 일입니다.
온깍지는, 반깍지를 비난하는 말이 아닙니다. 전통 사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처음에 찾아낸 말이고, 그 말대로 전통 사법인 『조선의 궁술』을 우리 활의 정수로 알고 공부한다는 뜻을 지닙니다.
온깍지활쏘기학교는 이러한 생각을 구체화하고 공부하며 전통의 정수를 터득하기 위해 수련하는 곳이며, 이곳 온깍지동문회 카페는 그런 공부 과정의 일부를 소개함으로써 뜻있는 한량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곳입니다.
이상은 아주 짧게 온깍지를 설명한 것이지만, 이런 결론에 이르는 데는 많은 고민이 필요했고, 그런 고민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하여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 주장의 근거가 궁금한 분들께서는 다음 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활쏘기의 나침반』, 학민사, 2010
『활쏘기의 어제와 오늘』, 고두미, 2017
『활쏘기의 지름길』, 학민사, 2018
『활쏘기 왜 하는가』, 고두미, 2018
『온깍지 활 공부』, 고두미,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