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인덕/신부24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문화관(꼬스트홀)에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생존해 있는 한 사제의 업적을 기념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교회와 영화(映畵),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천주교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 개최한 이날 세미나는 올해 70세의 독일 출신 임인덕(독일명 하인리히 세바스티안 로틀러) 신부가 지난 40년간 계속해 온 ‘영화 사목(司牧)’을 기리는 자리가 됐다. ‘영화 사목’은 좋은 영화를 보급하며 복음을 전하는 일. 세미나 후에는 임 신부를 위한 축하식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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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신부는 “복음을 전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될 것 같아서 우수 영화들을 찾아내 비디오로 만들어 보급했을 뿐인데, 이렇게 세미나까지 열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하지만 임 신부가 계속해 온 예술영화 보급은 세미나로 기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독일 뉘른베르크 출신으로 1965년 사제 서품을 받은 후 이듬해 한국으로 와 내년이면 한국 사목 40주년을 맞는 임 신부는 천주교 내의 대표적인 미디어 선교 전문가다. 1971~1993년 분도출판사 대표를 역임하고 그 후로는 베네딕도미디어 대표를 맡고 있는 임 신부는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십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거울’ ‘잠입자’, 잉마르 베리만의 ‘일곱번째 봉인’ 등 주옥 같은 예술영화 60여종을 비디오로 제작해 보급해 왔다. 작품 선정부터 자막 번역까지 모두 도맡았다. 그가 낸 영화들은 대부분 상업성이 없어 국내에서 비디오로 나오지 않은 것들이어서 영화 매니아들로부터도 큰 환영을 받았다.
임 신부는 젊은 시절부터 영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높았다. 신학교를 졸업한 후 뮌헨대에서 영화와 TV를 연구했다.
그는 “66~68년 서울에 와서도 한국어를 배우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영화관에서 한국영화를 봤는데 ‘공처가 3대’ 같은 영화는 아직도 제목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는 “신도들에게 고무판화 실습 하나만 시켜 봐도, 한국인들이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교회는 왜 이 같은 예술 감각을 활용하지 않는가’하는 생각으로 영화·비디오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초반에는 성서 내용을 다룬 작품을 위주로 비디오를 내다가 이내 예술영화 비디오 제작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는 “굳이 종교영화가 아니더라도 좋은 영화는 인간의 품위, 삶과 죽음, 구원, 올바른 가치관, 양심, 평화, 인권 등의 메시지와 영성(靈性)을 충분히 발견하게 해준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상업성이 거의 없는 작품들만 내다 보니 늘 비용에 쪼들리고, 1987년에는 교통사고로 왼쪽 골반뼈를 크게 다쳐 4차례의 대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그의 영화사목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임 신부는 “좋은 영화는 눈에 보이는 것 뒤에 감춰진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이 매력적이어서 영화 감상을 통해 나 스스로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할 힘을 얻기도 한다”며 “앞으로도 할 수 있는 한 좋은 영화를 찾아서 한국인들에게 소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