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종(核心種)과 핵심인(核心人)”
마오 전금주
2014년 5월 1일, 오지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에 갔다. 주변 산 중턱에 전망이 좋은 RB 펜션에 여장을 풀었다. 친구의 권유로 파로호 주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을 살피고 돌아오는 중, 근처에 한국수달연구센터가 있다는 말을 듣고 같이 둘러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미 오후 6시가 넘은 시각이라 직원들이 모두 퇴근했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리라 지레짐작하고 건물 쪽에 주차하고 곁으로 갔다. 그런데 중앙 현관문이 열려 있었다. 연구센터 직원으로 보이는 한 청년이 ‘근무가 끝났으나, 주변 전시물은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일행 중 한 명이 “우리는 서울에서 왔는데…”라고 말하자, 그 직원은 “그럼 멀리서 오셨으니 제가 당직인데 연구센터와 수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10여 분간 다음과 같이 친절하게 설명하여 주었다.
“한국수달연구센터는 2013년 6월 12일 개관하였습니다. 다치거나 상처를 입고 구조된 수달을 치료해 자연으로 방사하는 것은 물론, 수달의 생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특화된 수달 연구기관입니다. 수달연구센터는 18만 2971㎡ 면적의 부지에 1217㎡ 규모의 지상 2층 건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야외에 조성된 수달생태공원(수달 정원)에는 걸으면서 직접 수달의 생활을 관찰할 수 있는 ‘스카이워크 사(舍)’를 비롯해 수달의 사는 모습을 투명한 유리를 통해 볼 수 있는 ‘복합형 수달사(舍)’ 등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수달사(舍)에는 현재 응급 구조된 13마리의 수달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죽을 얻기 위하여 해달(바다 수달)을 마구잡이로 잡은 뒤 해달의 먹이인 성게가 번식하면서 미역과 다시마 등 해조류가 사라졌으며, 해달의 포획과 남용은 결국 다른 물고기까지 살지 않는 바다의 사막화를 가져왔습니다. 뒤늦게 사람들이 수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반성한 뒤, 오랜 기간 복원사업을 펼친 끝에 바다 생태계가 안정을 찾은 사례는 수달이 ‘핵심종(核心種)’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달은 하천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해 인간을 제외하면 천적이 없다고 합니다. 수달은 메기 등 덩치가 큰 20cm 이상의 물고기를 주요 먹이로 삼는데, 이는 작은 물고기들에게 생존의 기회를 주며, 특히 외래 육식성 어종으로 토종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배스와 블루길 등은 수달이 좋아하는 먹이 중 하나입니다. 수달은 수컷 한 마리가 관리하는 지역이 15km라고 하니 하천에 수달이 넘쳐나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하천의 먹이사슬의 최상층인 수달이 스스로 숫자를 조절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생태계의 핵심종인 수달을 보호하는 것은 곧 건강한 자연생태계의 안정을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달은 하천생태계의 질서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종이며, 수달에 관한 심층적인 연구는 바람직한 하천생태계 조성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긴급한 전화가 걸려와 우리에게 저 아래쪽에 수달을 키우는 곳이 있으니 구경하고 가라고 하며 우리 곁을 떠났다. 그 직원이 말한 대로 아래쪽에 있는 수달을 보호하는 집 쪽으로 향하니, 마침 당직 중인 또 한 분이 계셔서 우리 일행 다섯 명을 안내했다. 먼저 암컷과 수컷이 새끼 한 마리를 키우며 오손도손 사는 수달 집을 구경했다.
이어서 특별한 수달 집으로 향했다. 그곳에 있는 수달 한 쌍은 각각 다른 지역에서 태어난 것들인데, 어릴 때부터 현재 직원이 먹이를 주며 지극정성 키웠다고 한다. 직원이 곁에 다가가니 수달들도 곁으로 다가갔다. 수달들은 직원의 무릎과 가슴, 그리고 어깨로 왔다 갔다 하며 재롱을 부린다. 직원의 옷이 젖는다. 아마 수달의 특이한 냄새도 몸에 배리라. 그러나 그 직원은 개의치 않고 우리에게 자기 옆에 있는 한 쌍의 수달에 관하여 자세히 설명한다. 내수어의 핵심종으로 보존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나는 머리에 든 것이 적어 핵심종이라는 말을 오늘 처음 들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지난 4월 중순 진도 바다에서 침몰당한 여객선 세월호(歲月號)에 대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천에 핵심종인 수달이 있듯이, 나라에도 핵심종에 해당하는 핵심인(또는 핵심 리더)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핵심 리더가 없으니 큰 위기가 다가와도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된 관리를 하지 못하며 선량한 국민들, 특히 안산 단원고등학교 260명의 어린 학생들에게 커다란 피해와 상처를 안겨주고 말았다.
국가에서도 심사숙고하여 핵심인을 인재로 등용하고,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게 하고, 수시로 체계적이고 실제적인 훈련을 하고 대비하는 등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핵심인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 작당하고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기에 바빠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챙기는 데에는 눈을 감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겠는가!
--- 시사포스트(202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