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복종순의 '두드림' 조각의 철학적 의미에 관한 고찰
<두드림의 미학> 조각가 복종순의 두드림 조각의 의미은?
나는 1985년, 처음으로 작업을 시작하면서 줄곧 두드리는 작업을 반복하였다. 처음의 종이 두드리기 작업들은 두드린 행위에 의한 결과물인 표면적 시각에 더 집중 되어진 것 같다.
90년 후반 점차 재료의 변화를 시도하게 되었고 금속이나 다른 재료들을 다루면서 결과물이 아닌 두드리는(pounding) 행위자체에 빠지게 되었다.
그것은 한 재료에 머물 수 없는 다른 시도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어떤 사물과의 만남, 그것과의 관념, 나의 인식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행위는 두드림이다, 두드리는 반복행위는 나를 무념무상에 빠지게 하는가 하면, 사물에 따라 모래알처럼 부서져 없어져 버리거나 망가져버려 두드렸다는 나의 경험만 남게 된다. 또 때론 경이적인 어떤 사물이 남을 때도 있다.
두드리는 행위를 계속하는 것은 사물에 대한 관념, 마치 관념을 두드리는 것처럼, 미술과 시각 그리고 나이기 때문이며, 사물의 형상이 있음과 없음은 나의 번민이다.
다시 말하면 징그럽게 두드리는 것이 어떤 표현에 대한 강한 욕구이기도 하고 동시에 억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누군가 무엇을 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예술이란?
물음으로부터 문제 풀이의 명쾌한 논리를 가질 수 있다면 꾸준히 집착하거나 믿음을 가질 것이다. 나의 선택은 두드림이었다. 어떤 사물을 두드린다는 것은 사물에 대한 행위이다.
“회화가 다시 한번 정신에 봉사하게하려 한다.”는 뒤샹의 말처럼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의 타파일 것이다.
어떤 사물 즉, 여러 가지일 수 있지만 나는 이것들에 두드리는 행위의 적극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중엔 실패한 것들, 무엇이 되지 않는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나는 80년 중반에 종이 두드리는 작업에 몰두해 왔다.
종이 두드리는 작업의 매력은 아직도 남아 있지만, 불현듯 재료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금속 재료들에 관심이 있었는데 금속 재료들은 작업상 요란한 소리와 부딪히게 되었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보문산 기슭을 기웃거리기도 하였다.
그 후 나의 생활은 호텔 주방을 기웃거리게 되었고, 그곳에서 커다랗고 모양이 특이한 조리기구들이 나를 압도했다.
나는 그것들을 하나둘씩 모으게 되었고, 두드리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그 다양한 기구들을 다루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재료의 극복보다는 함정에 빠진 기분이다. 나의 고단한 삶은 시간은 배려해주지 않았고 어떻게 내가 진정 기술자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두드린다는 것은 굉음과의 조우와 함께 사물은 이미 사물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듯 보여주고 있다.
나의 작업은 어떤 큰 감동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그것은 의지를 벗어나 있으며 사물 제멋대로다. 특성이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작업을 나는 고집 한다
두드리다 보면 사라져 없어져 버리는 것들, 무엇이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나의 고단한 어깨만 남겨둔 채!
내 나이 60이 넘다 보니 젊을 때의 호기심과는 다른 호기심들이 생겨난다. “깨진 그릇 또 깨기”는 이런 나의 상태다.
- 조각가 복종순의 ‘작업노트’ 중에서 -
지난 2019년 5월 16일부터 5월 30일까지 약 2주간 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화니갤러리에서는 '망치로 미술하기'라는 모토하에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 작가이자 대전지역 입체예술가인 복종순의 개인전이 성황리 개최되었다.
복 작가의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느낀 점은 그가 식기 가운데에서도 유독(!) 양은(洋銀)남비나 그릇 등을 일차적 소재로 선택하여 수 없이 망치로 두드리고 매만지고 열처리없이 단조해가는 과정을 통해 이를 보는 관람자들로 하여금 단련된 날 선 감각과 거친 투박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이러한 철재적 소재들이 치열한 연마와 단련을 통해 서서히 다른 이질적인 요소로 변환됨으로써 그 일상성과 숙명으로부터 점차 탈피해가는 가운데 작품의 두드러진 힘의 행위성과 물성, 그 자체에서 바로 '두드림의 미학'의 작가 '인간' 복종순의 진실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쇠망치를 가지고 철재 양은그릇을 진지하게, 그리고 열심히 두드리는 그의 모습에서는 마치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인간의 본성을 생각해하며 또한 철재를 수없이 두드리고 담금질하는 집념어린 장인과도 같은 진실함과 신중함이 그의 작품에서 배어나고 있다.
언뜻 거칠고 투박한 듯 보이나 수없이 단련된 '두드림'이라는 미학은 사물을 두드리는 행위의 적극성을 표현해 미술작품에 대한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파괴하고 해체시키며, 그러한 역할 속에서 그의 작품은 작품에의 작가의 뜨거운 열정과 투박하면서 거친 표현의식 및 집념이 응집된 철두철미한 작가정신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망치를 손에 잡고 쇠를 두드리는 그의 모습에서 마치 이 세상 최고의 명기를 만들어내려고 수없이 두드리고 담금질하던 장인의 노력을 느낄 수 있으며, 그러한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두드리는 동안 서서히 몰아적으로 작품화되고 형상화되어가는 <두드림의 미학>을 다시 한 번 관조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 미술평론가 이아솜(미술비평/조각가) -
첫댓글 좋은 정보 되세요
너무 감사합니다.
좋은 작품들과 작가 소개 글 및 평론 정말 유익하게 잘 봤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매우 유익했습니다.
좋은 글들 잘 읽었습니다. 많은 정보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하루도 파이팅하시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매우 유익했습니다. 덕분에 많은 정보가 되었고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 하루도 항상 건승하시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작가와 작품에 관련된 평론 자료 정망 감사하게 잘 읽고 갑니다.
많은 부분에서 도움이 되었다고 보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더욱 힘내시고 무더위 파이팅하며 떨쳐 버리시길 바래요.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