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놀람 --감태나무 해설 (우동식)

[청림]

                                             두 번의 놀람

--숲해설 대본(1)--

                                                                                    우동식

두 번의 놀람 -- 감태나무잎 해설(우동식).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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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여기는 경상북도환경연수원 탄소제로교육관 앞 체험 숲입니다.

여러분이 겨울날 금오산 기슭 산책로를 걷다가 단풍이 든 잎을 홀로 온전히 달고 있는 나무를 보았을 겁니다. 오늘 여기서 그 주인공 나무를 만날 텐데요. 자, 여러분은 어떤 식물들로부터 감동을 받은 체험이 있는가요? 저는 지금 만나게 될 이 나무와 관련해서 두 번이나 놀라운 체험을 하였기에 여러분과 함께 그 감동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러면 앞쪽에 있는 이 나무를 한번 보시지요? 지금은 9월 중순이라 푸른 잎과 녹두만한 푸른 열매를 달고 있습니다. 이 나무의 이름이 뭘까요? (감태나무요?). 예, 맞습니다. 바로 제가 참 좋아하는 ‘감태나무’입니다.

그런데 이 나무의 특성은 겨울은 물론이고, 4월 초‧중순까지도 마른 잎을 달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나무의 갈색조 마른 잎을 보고 사람들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갈조류인 감태를 닮았다고 생각하여 그런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초가을인 지금은 그 갈색 단풍을 볼 수가 없어요. 그런데 보고 싶지요? (예). 그럴 줄 알고 마른 잎 모양 사진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감태나무 1월, 겨울눈의 모습입니다. 잎자루 곁에 겨울눈이 감싸여 있지요?(사진)

다음은 3월 중순, 생강나무꽃과 함께 있는 모습입니다.(사진-생략)

이어서 3월 하순, 진달래 및 개나리꽃이 피어도 묵묵히 마른 잎을 고수하는 모습입니다.(사진-생략)

드디어 마른 잎이 떨어지고, 새잎이 돋아나는 4월 중순의 풍경입니다. (사진-생략)

이렇게 네 계절 모두 아름다운 나무라는 점에서 어느 식물학자는 가로수로 채택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도 전적으로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 나무는 왜 초봄까지도 마른 잎을 떨구지 않을까요? 참 궁금하시지요? 저는 그 이유를 박상진 교수님의 『나무탐독』 등의 책자를 통해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생태학적 해석입니다. 이 나무가 아열대에서 자라던 녹나무과 상록수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을이 되어도 잎자루와 가지 사이에 ‘떨켜’가 잘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잎을 떨구지 못하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인문학적 해석입니다. 어느 날 조선일보의 식물 칼럼을 읽다 보니 감태나무가 묵은 잎을 매달고 묵묵히 겨울을 견디는 것은 자식인 겨울눈을 감싸서 보호하기 위한 것, 곧 모성애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감탄한 것이, 이 나무에 대해서 제가 첫 번째로 놀란 일입니다.

그러다 최근 저는 이 감태나무로 인해 또 한 번 놀라운 감동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구에서 활동 중이신 이태수 시인의 ‘한겨울 점묘’라는 시에서 감태나무의 ‘모성애’를 다시 한번 발견한 것입니다. 직접 ‘모성애’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이 시를 낭독해 보겠습니다.

한겨울 점묘

—모성애

이태수

포대기에 아기를 감싸 안은 중년 여인이

감태나무를 올려다보고 있다

한겨울 풍경 중의 백미 같다

보채는 아기를 다독이는 어머니 마음,

안간힘으로 묵은 잎사귀들을 그대로 붙들고

새잎 돋는 봄을 기다리는 감태나무의

말하지 않는 말들이 들린다

이 정경을 끌어당기노라면

눈발 사이의 범종 소리도 한결 성스럽다

--시집 『유리창 이쪽』 (2020. 7) 중에서

‘포대기에 아기를 감싸 안은 중년 여인’, 곧 어머니와 ‘안간힘으로 묵은 잎사귀들을 그대로 붙들고 새잎 돋는 봄을 기다리는 감태나무'의 절묘한 병치! 감태나무의 모성애를 이 이상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요? 그야말로 ‘한겨울 풍경 중의 백미’라 하겠지요? 저에게는 이태수 시인님이 주신 이 시가 또 하나 감동의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답니다.

이제 감태나무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 ‘엄마!’, 그리고 자라서도 언제나 가슴을 울리는 말은 ‘어머니!’입니다. 그러기에 여든다섯 살이 되어도 ‘엄마! / 이 한마디보다. 아름답고, 더 크고, 더 좋은 말은 없어.’ 라고 고백한 시인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끝으로, 그 고귀한 사랑과 희생의의 어머니, 당신께 바치는 우리의 감사의 헌정으로, 다 함께 ‘어머니의 은혜’ 노래를 감상해봅시다. 가사는 다 아는 노래이니, 제가 부는 하모니카에 맞춰 불러 보시기 바랍니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오늘 제한된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식물의 생태에 대한 해석에도 우리의 삶의 의식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숲에 대한 공부는 자연과학의 인문학적 해석이라 하나 봅니다.

오늘은 감태나무의 모성애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만, 나아가 여러분들의 전공이나 관심 분야별 식물과 관련해서 탐색해 봄으로써 녹색 감성지수를 높여서 즐거운 삶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싶습니다.

오늘, 경청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