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 사법은 『조선의 궁술』에 기록된 내용입니다.
『조선의 궁술』에서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은 그 글을 쓴 사람에게 물어야 하고, 우리는 성낙인 옹의 말씀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조선의 궁술』에 대한 그 외의 어떤 주먹구구식 해석도 우리는 믿지 않습니다. 그 동안 성낙인 옹에게 사법을 물은 유일한 사람은 류근원 교두입니다.
우리는 전통 사법을 혼자서 배울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또한 이러한 전통의 내용을 사진이나 영상을 통하여 배울 수도 없음은, 그 동안 온깍지궁사회 활동과 온깍지활쏘기학교의 교육을 통해 명백해진 사실입니다. 사법을 비롯하여 전통 활의 내용은 이미 확정되었고,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곳에서 사법에 대한 논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조선의 궁술』이 있기에 그것을 답으로 알고 수련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조선의 궁술』에 그려진 전통의 세계 속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국궁계에서 『조선의 궁술』이 잊힌 지 벌써 50년이 넘었습니다. 전통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오늘날 여기저기서 발굴한 자료를 갖고 전통 사법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보이곤 했습니다. 황학정에서 나온 <국궁교본>이 그렇고, 최동욱의 인터넷 작업을 비롯하여, 자신의 체험으로 사법을 재구성하여 그것을 책으로 펴낸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여 재구성한 사법들은 아무리 잘 했다고 해도 『조선의 궁술』과 다릅니다. 그래서 그런 주장들이 우리가 믿는 사실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조선의 궁술』을 참작한 '그들만의 사법'입니다.
옛 사법에 대한 자료는 정리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발굴되었습니다. 특히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외국 선교사들이 찍어간 동영상도 10여 건 인터넷에 떠돕니다. 그런 자료들을 모두 정리하고 종합한다고 하여 전통 사법이 재구성된다고 믿는 것은 너무나 단순하고 순진한 생각입니다. 특히 최근에 인터넷을 통해 발굴된 옛 동영상들은 『조선의 궁술』을 연마한 사람들의 수준에 따라서 나타난 동작들입니다. 사람마다 수준이 다르기에 깍짓손 동작이 백인백색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것 가지고 『조선의 궁술』을 재구성할 수 없습니다. 재구성한다고 해도 『조선의 궁술』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옛 자료로 종합하여 전통에 대한 결론을 귀납하려는 시도는, 연역될 수 있는 자료가 없을 때 취할 수 있는 차선의 방법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전통 사법을 연역할 수 있는 기준 자료가 있습니다. 『조선의 궁술』이 그것입니다. 『조선의 궁술』을 보고 배우면 되고, 해석되지 않는 글귀는 그 글을 쓴 사람에게 물으면 됩니다. 우리는 성낙인 옹에게 묻고 확인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조선의 궁술』이야말로 인류의 활쏘기가 정점을 찍은 세계이며, 명실상부한 우리의 전통 사법임을 확신했습니다. 전통 사법은 이곳으로부터 연역되어야 합니다. 『조선의 궁술』 이외의 다른 여러 자료들은 연역과정에서 참고할 자료이지, 그것이 『조선의 궁술』을 해석하거나 평가할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런 점을 혼동한다면 굳이 '전통'이라는 말을 붙일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의 고민은 '사법'이 아니라 '전통'에 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옛 자료들은, 무과가 폐지(1894년)되고 활쏘기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고, 원래 있던 기준 밖으로 벗어나면서 나타난 다양한 모습들입니다. 그것은 그들의 사정에서 생긴 것이니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전통 사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원칙에서 멀어진 그들과 달리 원래의 전통 사법을 정리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선의 궁술』은 조선시대의 무과를 치렀던 사람들이 쓴 책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말과 가르침이 전통 활의 기준이 되어야 함은 어느 모로 보나 합당한 추론일 것입니다.
물론 『조선의 궁술』을 자기 멋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양궁인들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해석들을 올바르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자기 동작을 기준으로 사법을 풀이하는 것은 주먹구구 해석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통 사법을 배운 사람의 해석이 가장 정확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답이 이미 정해진 마당에, '전통'을 두고서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다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전통 사법의 정답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는 그것을 서술한 분들의 수준에는 못 미쳤고, 그것을 배우기 위해 노력할 뿐, 그것이 옳으니 그르니 싸울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성실성과 노력이 모자라서 못 이룰 뿐, 이미 전통 사법은 완성된 것이라고 믿고 그리로 가는 중입니다. 이미 정해진 것을 두고 남들과 싸우거나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따라서 『조선의 궁술』에 다다를 때까지 꾸준히 갈 것입니다.
이 점 이곳을 드나드는 여러분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우리가 배운 대로 우리의 갈길을 가고자 합니다. 우리의 길이 여러분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전통'의 길을 추구한다면, 그 길을 가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길이 '전통'이라면 그 끝에서 반드시 우리와 만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